[월요논단] 세금이 못하는 일을 해낸 고향사랑기부제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세금이 못하는 일을 해낸 고향사랑기부제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5-08-10 16:49
  • 신문게재 2025-08-11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고두환
고두환 대표
지난 7월 16일 저녁, 광주광역시 남구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불과 30분 만에 마을이 허리 높이까지 잠기고, 20여 채의 주택과 창고, 농기계, 가전제품이 진흙 속에 파묻혔다. 대촌동 일원의 농경지와 시설하우스도 무너졌다. 주민들은 급히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일부는 지금도 복구가 지연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날 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긴급히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모금을 제안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기다리지 않고, 피해 발생 몇 시간 만에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에서 모금이 열렸다. 개설 24시간 만에 1천만 원을 돌파했고, 사흘 만에 2천만 원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1,162명이 참여해 9,927만 원이 모였으며, 이 기부금은 가전과 농기계, 시설 복구 등 생활 재건에 직접 쓰이고 있다.

또 폭우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전라남도 담양군과 충남 예산군 등에서도 수해 복구와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모금에 들어갔다. 모금된 기부금은 전액 폭우 피해 복구에 사용될 예정이며,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따라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혜택도 확대된다.

우리나라의 재난 복구는 「재해구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해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된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예산 편성, 교부까지 수 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며, 법령상 지원 가능한 항목이 제한돼 피해 주민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가전제품, 농기계, 농작물 재배 재개 같은 분야에는 지원이 미흡하다. 더구나 전국 지자체 중 60% 이상이 재정자립도 20% 미만으로, 자체 예산만으로는 긴급 대응이 불가능하다. 피해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속성과 유연성인데, 기존 제도만으로는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

고향사랑기부제, 특히 지정기부 방식은 이런 빈틈을 메운다. 피해 직후 몇 시간 안에 전국에서 모금이 가능하고, 지자체가 필요에 맞춰 용처를 설계해 곧바로 복구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3만 원을 환급받고, 재난 시에는 33%가 추가 공제돼 기부 장벽이 낮아진다. 민간 플랫폼이 가진 마케팅과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면 전국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번 광주 남구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구조는 이미 다른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경북 산불 때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가 선제 모금을 시작하자 전국에서 수십억 원이 모였고, 피해 농가와 상인 복구에 직접 쓰였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재난이 발생하면 인근 지자체가 모금과 행정 지원을 동시에 실행해 초기 복구 속도를 두세 배 높인다. 국내에서도 페이코(payco)와 위기브가 협력해 결제 플랫폼 내에 재난 기부 페이지를 개설, 수십만 가입자에게 실시간 노출시키며 신규 참여층을 크게 확대했다. 맥도날드와 익산시는 매장 포장지와 디스플레이에 기부 QR코드를 삽입해, 매장 방문객이 즉시 기부하도록 만들면서 지역 홍보와 모금을 동시에 달성했다.

광주 남구의 폭우 피해 모금은 속도, 유연성, 확산력, 민관 협력이 결합하면 기존 세금 구조로는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한 모금 제도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부활한 향약이자 두레다. 한 지역의 재난을 전국이 돕고,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가 실시간으로 쓰이는 것을 확인하며 효능감을 느낀다. 앞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대형 재난뿐 아니라 작은 마을의 어려움까지 품어내는 국민 참여형 지역 회복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지방자치 30년의 다음 도약이 될 것이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기술 2026년 스마트팜서 상용화 기대
  2. 예산 관광의 새 마루지… 예당호 착한농촌체험세상 개장
  3. [현장] 유학생에겐 외로운 명절 연휴… 전통문화로 정 나누는 대학가
  4. 충청지방우정청, 추석 앞 아동복지시설에 '추석빔' 전달
  5. 한화이글스 2025 포스트 시즌 경기 날짜는?
  1. [추석특집] 긴 한가위 연휴 '고향 사랑' 지역명소 여행은 어때요?
  2. 볼거리·체험거리 풍성… 긴 추석연휴 충남 방문 어때?
  3. 야구의 메카 세종 향해 도약… 제9회 세종시장기 생활체육 야구대회
  4. [국군의날] #아내는 TOD 남편은 육군경비정…충남서해 수호 부부군인의 '하모니'
  5. 천안 각원사, 추석 명절 맞아 홀몸노인 172가정에 정성 담은 도시락 전달

헤드라인 뉴스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2025년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로 여느 때보다 길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연휴 중 국내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해외로 떠나는 인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는 것도 기억에 남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민 99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40.9%가 추석 연휴 여행을 계획했다. 이중 국내 여행은 89.5%, 해외여행은 10.5%다. '민족대이동'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뿐 아니라 하늘길도 붐빌 전망이다. 유독..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요."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대전 유성구 진잠도서관 디지털배움터. 낯선 프로그램 화면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한 수강생의 말에는 디지털 사회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지털배움터'는 누구나 쉽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교육을 추진한다. 이곳에서는..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2일 오전 9시부터 국정자원관리원과 배터리 이전사업에 참여한 민간 업체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수사인력 30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관계자들 진술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류와 데이터 등을 확보해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장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을 실시한 이들의 고용과 하청 계약서를 확보해 정당한 업무가 이뤄졌던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배터리를 옮..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 열려라 취업문 열려라 취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