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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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 승인 2025-12-27 14:26
  • 수정 2025-12-27 14:3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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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최근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자치선거에서는 통합된 광역단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안까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나 규모의 경제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공간 질서, 나아가 '진짜 수도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요구하는 구조적 전환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 이미 다수의 중앙행정부처가 이전해 행정 기능은 상당 부분 자리 잡았다. 여기에 더해 국회 세종 분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고, 현재는 세종의사당의 설계와 건립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통령 집무실 역시 세종 설치 구상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논의되며, 도시계획과 마스터플랜에 반영돼 단계적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아직 완전 이전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기능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조건 위에서 대전과 충남의 통합은 단순한 권역 확장이 아니다. 행정 기능을 중심으로 한 세종,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을 축으로 한 대전, 산업·국방·해양·제조 기반을 갖춘 충남이 결합할 경우, 이는 실질적인 수도 기능을 분담·완성하는 '진수도권'의 형성을 의미한다.

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가균형발전 비서관으로 일하며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전국의 광역단체를 순회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대전의 지역 공약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여덟 개의 공약 중 하나였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다. 대부분의 지역 공약이 산업단지, 도로, 철도, 항만 같은 개발 사업에 집중돼 있을 때, 대전의 공약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다. 장애 어린이에게 재활은 삶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재활 치료가 중단되면 근육이 굳고 기능이 퇴화해 생명이 단축될 수 있다. 당시 많은 가족들이 치료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 방을 얻고 삶의 터전을 포기하다시피 버텨야 했다. 나는 대전을 방문했을 때 이 공약을 추진했던 시민들과 직접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한 어머니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만을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충청과 중부지역 곳곳에 있는 선천적 장애 어린이들까지 함께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이 말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이 공약이 왜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올라가야 했는지를 단번에 설명해 주었다.

이 공약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장애 아동 가족과 시민단체, 그리고 지역의 양식 있는 시민들이 오랜 시간 연대하고 설득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였다. 이 경험 이후 나는 확신하게 됐다. 대전은 내가 30년 넘게 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을 연구하며 만난 지역 가운데 시민의식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사실이다.

대전에는 뚜렷한 지역 감정이 없다. 토론회나 시민 모임에 가면 출신 지역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공공의 문제를 논의한다. 정치적 편견보다 합리와 공감이 먼저 작동하는 도시다. 이러한 도시적 성격은 우연이 아니다. 대전은 애초부터 다양한 지역 출신 인구가 모여 형성된 도시였고, 지역적 배타성이 작동할 토대가 약했다. 여기에 대덕 연구개발특구를 통해 해외 유학과 연구 경험을 갖춘 과학기술 인력이 대거 유입됐고, 제3청사로 상징되는 중앙부처 공무원 조직이 자리 잡으며 국가적 시야가 일상화됐다. 편견이 적은 시민 공간 위에 성숙한 시민 집단이 더해진 것이다.

대전의 과학기술 기반은 이미 국가적 수준을 넘어선다. 대전의 대덕특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 27개를 핵심으로, 국공립 연구기관과 다수의 민간 R&D 센터, 그리고 수백 개의 연구소기업이 집적된 대한민국 최대의 연구개발 생태계다. 이는 단순한 연구기관 집합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 기초와 응용, 연구와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국가 혁신 구조다.

충남 역시 산업 기반에서 분명한 성과를 축적해 왔다. 충남은 최근 7년간 약 4,9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하며 산업 기반을 확장해 왔다. 충남은 이미 대한민국의 선도적 투자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적 역동성은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과 결합할 때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최근 충남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산업 전략을 제시했고, 국방부는 논산과 계룡을 축으로 한 첨단 국방산업 클러스터 구상을 밝혔다. 해양수산부 역시 잘 보존된 해양생태계와 해양자원을 바탕으로 충청권을 새로운 해양관광 산업의 선도 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대전과 충남의 결합이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산업·문화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구조적 결합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대전·충남 통합은 행정적으로는 두 지역의 결합이지만, 그 영향권은 세종을 넘어 충북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이 공간을 기존의 '충청'이라는 지역 명칭으로만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과학기술·산업·시민사회가 함께 작동하는 이 공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 곧 센트럴 스테이트이자 진수도권이라 불러야 한다.

진수도권은 기존 수도권의 대체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축이다. 그리고 그 축은 이미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형성되고 있다.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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