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봄바람과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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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봄바람과 기후위기

이미선 기상청장

  • 승인 2026-03-03 16:36
  • 신문게재 2026-03-0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최근 봄철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시작일이 18일 앞당겨지면서 산불과 가뭄 등 기후위기가 일상의 위협

[붙임 3] 기고문_이미선 기상청장 사진 (2) (3)
이미선 기상청장
봄을 주제로 하는 노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봄바람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자연의 신호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차가웠던 공기가 누그러지고, 얼어 있던 땅은 서서히 녹으며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준비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하는 봄바람에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따뜻함 속에는 불확실성이 스며 있고, 그 변화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기상청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113년(1912~2024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의 봄철 평균기온은 13.6℃로 113년 평균 11.7℃보다 1.9℃ 상승하였다. 여름이 1.5℃, 가을과 겨울이 1.2℃ 상승한 것에 비하여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또한, 과거 30년(1912~1940년)과 최근 30년(1995~2024년)의 봄의 시작일을 비교해 보면, 최근 30년이 과거보다 18일 앞당겨졌다. 이러한 변화로 봄꽃의 개화 시기는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 시기에는 건조한 대기 상태가 이어져 산불과 가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등 봄철 기후변화의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이례적으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며, 4월에는 기상가뭄으로 인해 강원 영동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모습들은 이는 자연재해의 범주를 넘어 농업, 산업, 보건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봄철에는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변화시키고 생태계의 균형을 흔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자연은 물론이고 인간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는 현시대가 마주한 중대한 과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산업화 이후 대량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대기 조성과 지구 에너지 균형을 변화시켰고, 그 결과 현재 우리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시스템은 복합적으로 작동하지만, 변화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으며, 폭염, 집중호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 또한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탄소중립 이행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인 역시 일상 속 실천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의 노력이 모일 때, 비로소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상청은 정확도 높은 기상관측과 기상기후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여건을 반영한 '국가 기후변화 표준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와 지방자지치단체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 개인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다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봄바람은 해마다 불어오지만, 그 의미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다음 세대의 노랫말에도 봄바람이 아름다운 의미로 쓰일 수 있으려면, 지금 이 순간의 책임 있는 선택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우리 곁을 스치는 봄바람이 불확실한 불청객이 아닌 봄소식을 전해 주는 반가운 손님이 되기를 바라며, 기상청은 신뢰도 높은 기상기후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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