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민주의거는 우리에게 문학입니다… 시를 짓고 산문을 쓰죠"

  • 사회/교육
  • 이슈&화제

"3·8민주의거는 우리에게 문학입니다… 시를 짓고 산문을 쓰죠"

청란여고 최지원 학생과 지도한 문철호 교장
66년 민주의거를 문학적 접근 '삼월이 남긴 빛'
고3 학생이 느낀 12·3내란과 3·8의거를 싯구로
문철호 교장 "역사와 문학의 만남, 미래교육 실천"

  • 승인 2026-03-05 17:26
  • 신문게재 2026-03-06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 청란여고 최지원 학생은 1960년 대전 3·8민주의거를 주제로 시를 창작하며 당시 학생들의 저항 정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했습니다. 최 양은 최근의 사회적 상황을 목격하며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과거 선배들의 용기를 시에 담았으며, 이는 역사를 지식이 아닌 공감의 영역으로 체험하게 하는 학교의 독특한 교육 방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청란여고는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의 주체가 되어 현재를 성찰할 수 있도록 문학 활동과 결합한 역사 교육을 지속하며 미래 세대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청란여고1
청란여고 최지원 학생이 문철호 교장선생님과 함께 지난해 '3.8민주의거 청소년 백일장 및 사생대회'에서 대상에 선장된 '삼월이 남긴 빛'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2008년 태어난 고등학생이 1960년 그날 대전에서 일어난 선배들의 민주화운동을 돌아본다. 달력을 뒤로 넘겨 학생의 눈동자는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을 거슬러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1980년보다 멀리 있는 4·19혁명의 1960년에 이르게 된다. 다시 달력을 헤매던 손가락은 4·19혁명보다 42일 앞선 1960년 3월 8일 숫자 위에서 멈춘다. 부정선거로 얼룩진 3월 15일 대통령·부통령선거가 이뤄지기 일주일 전 그날 대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들은 내용이 맞는지 궁금해졌다. 자료를 찾아 읽고 3·8민주의거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며칠이 흘러 그 학생은 연습장에 이렇게 적어갔다.

'삼월의 여덟째 날/ 역사의 맥박이 요동친다/ 대전의 거리마다 퍼져가던/ 청춘의 심장은 잿빛 속에서도 숨 가쁘게 뛴다'

그리고 돌려서 말하지 않고 3·8민주의거가 무엇인지 압축적 시구로 연습장에 마저 이렇게 그었다.

'운동장 위에 모인 목소리들은/ 낡은 스피커에서 갈라지며 울려 퍼진 음성은/ 독재의 장막을 찢어내는/ 벼락같은 울림이었다/ 천 명의 발걸음이 동시에 움직일 때/ 대지의 먼지는 들꽃처럼 일어나/ 하늘로 흩날렸고/ 그 바람결마다/ 젊은 정의가 싹텄다/

3월 3일 대전 중구 청란여고에서 만난 최지원 학생(3학년)은 이번 시를 쓸 때 자신이 직접 겪고 느낀 2024년 '12·3 내란'과 국민의 저항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지원 학생이 본 1960년 3월 8일에 대한 기록은 흑백의 오래된 사진과 신문뿐으로 시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경찰의 방패와 곤봉이 어둠처럼 드리워도/ 교복의 어깨들은 결의로 굳게 다져졌다/ 책가방은 방패였고/ 결의문은 칼날이었으며/ 손끝의 잉크는 민주의 냄새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흑백의 렌즈에 잡힌 얼굴들/ 흩어진 전단지, 찢긴 교복/<끝> 『삼월이 남긴 빛』최지원 作.

최지원 학생은 "2024년 독재 위기를 마주하고도 이를 이겨내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1960년 3·8민주의거를 실천한 그때의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그것을 뚫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직장인과 다른 젊음과 패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제가 10대여서 느끼는 것처럼 열정과 패기는 벼락 같은 장막이자 보이지 않는 장막을 찢는 힘이라고 시에 담았죠"라고 말했다.

청란여고는 사실과 기록 위주의 접근을 넘어 시와 산문의 문학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건의 주체가 되는 교육을 실천 중이다. 국어 교과목에 '가치의 발견'이라는 담론 수업을 개설해 지역 최초의 민주화운동 3·8민주의거에 대해 알아보자고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교내 28년째 이어가는 문학동아리 '해밀'의 참여 학생들이 그에 대한 시와 산문을 백일장에 출품하고 수상해 긍지로 이어지고 있다.

시인이면서 문학박사인 문철호 청란여고 교장은 "역사적 사건을 연도와 사실로 배우는 것은 지식습득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나, 수필과 산문, 시로 재구성하는 활동은 역사 속 인물의 고통과 희생, 갈등을 자신의 감정으로 체험하면서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해 공감능력을 자라게 한다"라며 "역사와 문학의 만남은 과거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적 실천으로 3·8민주의거 문학활동을 2013년부터 이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접수 가능해요
  2. 천안 남부대로~용곡한라 도로 개설, 2027년 상반기 내 준공 '염원 여론'
  3.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4. 충청권 광역의원 최대 5석 늘어난다…인구감소 서천·금산·옥천 유지
  5. 송자고택 품은 소제중앙문화공원 준공
  1. 글로벌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연구소대학 UST
  2.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3.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4. 유퀴즈부터 한화이글스, 늑구빵까지! 늑구밈 패러디 폭주 '대전은 늑구월드'
  5. 민주당 대전 서구청장 결선, 세결집 가속화… '신혜영 vs 전문학'

헤드라인 뉴스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계의 한 축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현장의 변화 요구가 빗발친다. 삭감된 예산 회복을 넘어 연구 자율 시대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출연연 통폐합 발언과 관련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과기연구노조)이 제59회 과학의 날을 맞아 실시한 과학기술계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5점 척도 만점 중 3.85점이다. 보통(3..

대전시,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접근 정보 실시간 알린다
대전시,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 접근 정보 실시간 알린다

대전시가 전국 최초로 긴급차량접근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대전시는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카카오 모빌리티와 협력해 긴급차량의 위치와 우선신호 정보를 내비게이션으로 제공하는 '긴급차량 접근 정보 안내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20일에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긴급차량 출동 시 운전자에게 실시간 접근 정보를 제공해 양보 운전을 유도하고, 출동 시간 단축과 교통사고 예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현재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을 구축해 5개 소방서를 중심으로 총 9개 주요 출동 구간에 적용·운영하고 있다. 다..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2027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가 4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참가 여부가 주요 화두로 급부상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단이 참여 유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방위적 활동을 예고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와 연맹은 20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레온즈 에더(Leonz Eder) 회장, 마티아스 레문트(Matthias Remund) 사무총장 등 FISU 회장단과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