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대전 3·8민주의거' 그 날의 외침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대전 3·8민주의거' 그 날의 외침

원영미 편집부장

  • 승인 2026-03-11 18:55
  • 신문게재 2026-03-12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KakaoTalk_20260311_112649317
대전 3·8민주의거 기념관 전경  /사진=원영미 기자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가에 붉은색 벽돌 건물이 하나 있다.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부지 인근에 위치한 '대전 3·8민주의거 기념관<사진>'이다. 이 건물 외벽에는 대전지역의 7개 고등학교 이름과 각 학교 상징물이 외벽 한칸 한칸마다 새겨져 있다. 대전고, 대전상고(현 우송고), 대전공업고(현 한밭대), 보문고, 대전여고, 호수돈여고, 대전사범학교(1963년 폐교) 이렇게 7개 학교다.

기념관 앞을 지날 때면 벽면에 새겨진 학교 이름을 보면서 10대였던 집회 참가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어떤 마음으로 교복을 입고 거리에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외쳤을까. 1960년 당시 집권 여당이던 자유당은 3월 15일로 예정된 제4대 정·부통령 선거에서 온갖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있었다. 정부는 3월 8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 열리는 야당 부통령 후보의 선거강연회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학도호국단'을 주축으로 한 대전고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집회를 계획하고 결의문까지 작성했다. 이를 계기로 대전고와 대전상고를 비롯한 지역 7개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독재 정권 부정부패에 맞서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10대의 어린 고등학생들이 목놓아 부르짖은 이 날의 외침을 언론은 대서특필했고,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로 66주년을 맞는 '대전 3·8민주의거'는 대전을 넘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있어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몇해 전 이사를 오고 나서 기념관에 가본 적이 있는데 최근 다시 한번 방문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대전 3·8민주의거'가 일어난 당시 사진과 기록 등 여러 관련 자료들이 있어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시위에 참가했던 이들의 육성 증언과 앳된 얼굴의 사진, 교복 등 유물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어린 학생들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 한편으론 굳은 의지까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기념관 벽면을 채우고 있는 묵직한 한 문장. 이 당연한 것이 당연할 수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2024년 12월 '계엄의 겨울'을 지나온 터라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대전 3·8민주의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된 것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배운 나 역시 강의실에서 '대전 3·8민주의거'에 대해 제대로 배웠던 기억은 없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무려 5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대전 3·8민주의거' 기념일이 지정된 것은 불과 2018년이다.

최근 후배 기자의 기사를 보고 '대전 3·8민주의거'가 공인 역사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념일을 지정하고 기념관도 지었지만, 교과서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역사인 것이다. 뜻있는 역사교사들의 수업연구와 노력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지만 정규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된 '대전 3·8민주의거'가 교과서에 수록되어 후손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원영미 편집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에서 만난 사람]송재소 (사)퇴계학연구원 원장
  2. 세종시 '탄소중립 실천', 160개 경품은 덤… 24일 신청 마감
  3. 5월 7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 22년 한풀이 하나
  4. 대전장애인IT협회, 제46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서 '발달장애인 드론날리기 대회' 성황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4월24일 금요일
  1. 개혁신당 세종시당 5월 창당… 지선 제3지대 돌풍 일으킬까
  2. 천안법원, 근저당권 설정된 차량 타인에 넘긴 혐의 30대 남성 벌금 100만원
  3. 멀틱스, 국립중앙과학관 찾은 조달청 앞에서 '누리뷰' 시연
  4. '세종호수·중앙공원' 명품화 시동… 낮과 밤이 즐겁다
  5. 천안법원, 불법 사금융업체 운영한 40대 남성 '벌금 1000만원'

헤드라인 뉴스


서산 운산의 봄, 꽃비로 물들다…문수사·개심사 일대 `힐링 명소` 각광

서산 운산의 봄, 꽃비로 물들다…문수사·개심사 일대 '힐링 명소' 각광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일대가 봄의 절정을 맞아 '벚꽃비 내리는 힐링 여행지'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과 고즈넉한 사찰,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겹벚꽃이 어우러지며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문수사는 조용한 산속에 자리한 대표적인 치유 공간으로 손꼽힌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숲길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화려함을 덜어낸 소박한 사찰의 모습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전하며, 바..

대전 오월드 결국 전체 사육시설 중지명령… 당분간 재개장 어려울듯
대전 오월드 결국 전체 사육시설 중지명령… 당분간 재개장 어려울듯

늑대 탈출 사건이 발생한 대전 오월드 동물 사육시설 전체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이 안전관리 조치명령을 내리고 완료때까지 운영중지를 명령했다. 과거 퓨마가 탈출했을 때는 해당 개체가 머물던 사육시설만 1개월 폐쇄 명령했던 것에서 이번에는 오월드 사육시설 전체에 대해 개선조치 완료 때까지 운영중지를 명하고 해제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한국늑대 복원종인 '늑구'의 탈출사건이 발생한 오월드에 대해 4월 20일 사육시설 안전관리 조치명령을 내렸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

5월 7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 22년 한풀이 하나
5월 7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 22년 한풀이 하나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무산 이후 22년 간 깨지지 않은 위헌 판결의 덫은 이제 제거될 수 있을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성장이란 국가적 아젠다를 품은 신행정수도 건설은 매번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2018년 개헌안부터 2020년 행정수도특별법 발의 무산 과정을 포함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맞이한 첫 지방선거 국면은 다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3건, 조국혁신당 1건, 민주당·국민의힘 공동 1건까지 모두 5건의 행정수도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대표들도 별다른 이견 없이 '국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 꽃밭에서 펼치는 투표참여 캠페인 꽃밭에서 펼치는 투표참여 캠페인

  • ‘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고’ ‘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고’

  •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