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명창, 전주서 ‘흥보가’ 완창…판소리 시간의 예술을 깨우다

  • 전국
  • 광주/호남

정소영 명창, 전주서 ‘흥보가’ 완창…판소리 시간의 예술을 깨우다

전주에서 다시 울린 판소리 완창의 깊은 울림

  • 승인 2026-03-23 12:03
  • 신문게재 2026-03-24 5면
  • 전경열 기자전경열 기자
_1774086593659.-1346621869_11014548796629
정소영 명창이 최근 전주서 '흥보가'를 완창하고 있다./독자 제공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서 판소리의 본질이라 불리는 '완창(完唱)' 무대가 다시 펼쳐지며 전통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완성되는 '시간의 예술'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구현됐다. 지난 20일 전주 JB문화공간에서는 소리꾼 정소영 명창과 고수 이명식 명고가 함께한 '미산제 흥보가' 완창 공연이 열렸다.
1774086616711.-1346621869_11034631757403
정소영 명창이 최근 전주서 '흥보가'를 완창하고 있다./독자 제공
이번 무대는 한국판소리보존회 전북지회와 청계 고법 보존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로, 판소리 한 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전통 형식 그대로 진행됐다.

완창은 짧고 간결한 공연이 주를 이루는 최근 공연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에 서 있다.

수 시간 동안 이어지는 긴 서사를 통해 관객의 몰입과 인내를 요구하는 이 형식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바로 그 지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함께 겪는 서사'로 관객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무대 위 소리꾼과 객석의 관객이 같은 시간을 지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경험은, 완창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다.

무대에 오른 '흥보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서도 해학과 서민적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이다.

선과 악의 대비, 권선징악의 구조, 그리고 따뜻한 웃음을 머금은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도 여전히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미산제 계보의 전통을 바탕으로, 과도한 기교를 덜어내고 서사의 밀도와 감정의 흐름에 집중한 점이 돋보였다.

인물의 삶과 감정이 보다 현실감 있게 살아나며,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이어졌다.'초앞'에서 시작해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공연은 장면 하나하나를 분절하지 않고 하나의 긴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이는 주요 장면만을 선별해 보여주는 기존 공연 방식과는 달리, 판소리 본연의 호흡을 온전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또한 두리 둥국악 예술단의 연주와 남도민요 특별 무대가 더해지며, 전통음악의 폭을 넓히는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완창이라는 전통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의 접근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시도였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점차 사라져가는 완창 공연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통 예술이 현대 관객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주의 이날 무대는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판소리의 내일을 향한 하나의 실험이자 제안이었다.

전통은 지켜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호흡해야 할 살아있는 예술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 시간이었다.

고창=전경열 기자 jgy36712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2. 대전시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 '설왕설래'
  3. [편집국에서] 이러다간 둔산광역시 되겄슈
  4. 대전시 李정부 첨단산업 정책 잇단 배제 위기감 고조
  5. [논산다문화] 논산시, 탑정호의 밤, 빛과 음악으로 물들다
  1.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2.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3. 대전시의회, 민인홍 인사청문회… '직무능력·전문성' 검증
  4.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국비 또 험로…환아 느는데 정부 지원 '반토막'
  5.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기업이 대학 안으로… 충남대가 다시 짜는 첨단산업 교육

헤드라인 뉴스


조상호 세종시장 "부처·기관 이전 시 종사자 특공 부활해야"

조상호 세종시장 "부처·기관 이전 시 종사자 특공 부활해야"

조상호 세종시장이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부처·기관 이전과 대비해 이전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의 부활을 예고했다. 세종시에선 과거 중앙행정기관이 대거 이전할 당시 아파트 분양 물량의 최대 70%까지 공무원과 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를 운영했지만, 특혜 논란 끝에 2021년 폐지된 바 있다. 시는 제도 보완을 전제로 대규모 부처·기관 이전이 이뤄질 경우 특별공급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정부와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안해 협의를 본격화하도록 대응하고 있다. 조상호 시장은 7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어려운 경기 상황과 내수 부진으로 충청 지역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먹거리인데, 휴가시즌이 시작된 7월에도 대형마트 소비액 마이너스 기조가 계속되면서 불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7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최근 대전·세종·충남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지역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매장면적 3000㎡ 이상)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마감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의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7.2% 하락했다. 6월 -14.6%를 기록하며 마..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대전 유등천변을 따라 남북축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인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민선9기 출범 후 재정여건을 고려해 보류됐었지만,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대전시는 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허태정 시장과 박용갑 국회의원, 시구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기본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은 중구 사정동 사정교에서 대덕구 오정동 한밭대교까지 연장 7.61km 구간에 왕복 4차로, 폭 20m 규모의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