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명창, 전주서 ‘흥보가’ 완창…판소리 시간의 예술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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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명창, 전주서 ‘흥보가’ 완창…판소리 시간의 예술을 깨우다

전주에서 다시 울린 판소리 완창의 깊은 울림

  • 승인 2026-03-23 12:03
  • 신문게재 2026-03-24 5면
  • 전경열 기자전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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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명창이 최근 전주서 '흥보가'를 완창하고 있다./독자 제공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서 판소리의 본질이라 불리는 '완창(完唱)' 무대가 다시 펼쳐지며 전통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완성되는 '시간의 예술'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구현됐다. 지난 20일 전주 JB문화공간에서는 소리꾼 정소영 명창과 고수 이명식 명고가 함께한 '미산제 흥보가' 완창 공연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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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명창이 최근 전주서 '흥보가'를 완창하고 있다./독자 제공
이번 무대는 한국판소리보존회 전북지회와 청계 고법 보존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로, 판소리 한 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전통 형식 그대로 진행됐다.

완창은 짧고 간결한 공연이 주를 이루는 최근 공연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에 서 있다.

수 시간 동안 이어지는 긴 서사를 통해 관객의 몰입과 인내를 요구하는 이 형식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바로 그 지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함께 겪는 서사'로 관객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무대 위 소리꾼과 객석의 관객이 같은 시간을 지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경험은, 완창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다.

무대에 오른 '흥보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서도 해학과 서민적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이다.

선과 악의 대비, 권선징악의 구조, 그리고 따뜻한 웃음을 머금은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도 여전히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미산제 계보의 전통을 바탕으로, 과도한 기교를 덜어내고 서사의 밀도와 감정의 흐름에 집중한 점이 돋보였다.

인물의 삶과 감정이 보다 현실감 있게 살아나며,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이어졌다.'초앞'에서 시작해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공연은 장면 하나하나를 분절하지 않고 하나의 긴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이는 주요 장면만을 선별해 보여주는 기존 공연 방식과는 달리, 판소리 본연의 호흡을 온전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또한 두리 둥국악 예술단의 연주와 남도민요 특별 무대가 더해지며, 전통음악의 폭을 넓히는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완창이라는 전통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의 접근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시도였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무대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점차 사라져가는 완창 공연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통 예술이 현대 관객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전주의 이날 무대는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판소리의 내일을 향한 하나의 실험이자 제안이었다.

전통은 지켜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호흡해야 할 살아있는 예술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 시간이었다.

고창=전경열 기자 jgy36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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