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달동네를 숙제로 품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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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달동네를 숙제로 품은 도시

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건축가)

  • 승인 2026-06-11 16:49
  • 신문게재 2026-06-12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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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건축가)
러시아의 옛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다 자란 도시로 태어나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다. 신도시 계획을 완성한 제국의 상징적 도시로 일명 '포템킨'의 도시라 하기도 한다. 이 말은 실상을 은폐하기 위해 꾸며낸 겉치레라는 뜻을 지니며 한마디로 급조한 상태를 의미한다. 제정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시절 생겨난 이야기로 당시 러시아의 귀족 그레고리 포템킨이 여제의 환심을 사려고 도시를 그림으로 위장했다는 일화가 이어져 '위장과 속임' 등으로 급조된 것을 말하기도 한다. 멋진 도시들에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문명을 알린 긴 시간에 숙성된 도시에 비해 짧은 시간에 조성된 곳을 비평적 측면에서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유럽의 문화를 겨냥해서 조성한 러시아제국의 상트페테르부르크나 유럽 수도로 역사를 간직한 비엔나(빈) 역시 고전의 모방과 답습 배경이 짙은 도시 모습이기에 아름다움 뒤에 이런 별칭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유럽의 멋진 도시들에 비해 허술하기 그지없고 가난이 깊숙이 배인 쓰라림과 삶의 여운을 지닌 동네를 우리는 '달동네'라 한다.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고 단시간에 어떻게 손쓰기도 어려운 한마디로 수습하기 힘든 모습을 지닌 언덕 위의 동네들, 누덕누덕한 모습이 '멀리서는 희극이요 가까이에선 비극'이란 찰리 채플린의 비유가 적절한 곳이 바로 그곳 달동네라 부르는 도시 속에 움츠린 작은 도시들이다.

이러한 도시의 이중성은 중남미 지역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야, 아즈텍, 잉카 문명의 흔적 위에 유럽 식민 건축이 겹쳐진 이 지역의 도시는, 서로 다른 시간과 문화가 뒤섞이며, 다민족 생활 방식이 공존하는 복합적 구조의 도시 실험장이기도 하다.

파벨라(빈민가)로 불리며,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달동네를 가진 곳으로, 콜롬비아의 메데인 코무나스와 브라질 리우의 산타마르타 파벨라는 그중 주목할 만한 비교 사례이다.

마약과 폭력으로 악명 높았던 코무나스, 지금은 도시 재생의 대표적 모델로 언급된다. 변화의 핵심은 대규모 철거나 단순한 개발이 아니었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점진적 재생 전략이 중심에 있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교통 체계였다. 낙후된 고지대와 도심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단절된 지역을 도시 안으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동시간의 단축은 곧 삶을 기회의 확장으로 이었다. 여기에 도서관과 학교 같은 공공 건축이 더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교육과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주민의 교육 의지를 키우고 생활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은 것이다.

또한 공공녹지 공간을 확대하여 도시 공동화에 크게 변화를 주었고, 역설적으로 난맥상인 경사지 중심에 옥외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지역의 이동을 피부로 느낄 만큼 공동의 이익에 변화를 주는 공공시설을 성공적으로 가동하였다. 이 숙제에 대한 해법은 거대한 개발이 아니라, 일상의 층위에서 작동하는 공공적 개입이었다.

한편, 멀리 바다가 보이는 코르코바두산 위의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수상을 도시 상징으로 지닌 이 도시, '리우데자네이로'의 파벨라가 던지는 메시지는 조금 다르다. 강제로 억압하며 인근 비탈길의 부촌과 함께 '천국과 지옥의 동거'로 불리는 도시의 약한 부분인 이곳 달동네는 경찰 UPP의 상주와 '빈민가를 일반마을'로 라는 '파벨라 바이후' 프로그램이 작동되어 경사지를 극복하는 이동장치와 공공시설 확충 등, 간신히 이곳이 관광이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They Don't Care About Us" 촬영도 이곳의 유명세에 한몫했다.

결국 도시는 완성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을 덮어 감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드러내고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과제는 드러내되 단번에 결과를 완성하려는 정치적 선전성을 잠재워야 한다. 도시는 완성도가 아니라, 무엇을 끌어안느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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