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오디세이와 기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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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오디세이와 기록의 힘

박양진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 승인 2026-09-14 15:19
  • 신문게재 2026-09-15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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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었음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오래되고 이미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맷 데이먼의 연기와 놀란 감독의 연출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들려주는 스토리 텔링에 자신도 모르게 몰입되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였던 그리스 이타카 출신 영웅의 이름이다. 하지만 서구에선 때로 보통명사로서 확장되어 긴 여정이나 끊임없는 모험 또는 지적, 정신적 탐구 등의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이 시사 칼럼 코너의 제목에도 오디세이가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호메로스의 저작으로 전해지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신화와 역사가 혼재된 작품이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일리아드의 내용은 오랫동안 전설과 신화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19세기 하인리히 슐리만의 발굴을 통해 튀르키예의 소아시아 서부에 위치한 힛사를릭 유적이 트로이, 즉 윌루사의 소재지였다는 고고학 증거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역사 시대 가운데 암흑기에 해당하는 기원전 12세기 초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10년 전쟁과 트로이의 마지막 함락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물질적 증거는 이 유적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무튼 트로이가 단순한 신화상의 가상 도시가 아니라 역사적 실체였다는 것은 고고학적으로 밝혀졌다. 한편 오디세이의 귀향 과정에서 거쳐 간 여러 지역은 신화적 요소가 많고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여 이에 대한 지리적 증거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는 전쟁의 비극과 영웅적 갈등, 명예 등을 묘사하고, 오디세이는 10년에 걸친 모험과 귀환의 여정 속에서 일어난 사건과 귀환 후 아내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오디세이는 고난, 충성, 정절, 지혜, 인내 등과 같은 다양한 인간적 가치와 윤리 등을 풍부하게 담아내며 수많은 독자의 공감대를 얻어 내면서 서양 문학과 철학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서사들은 기원전 8세기경의 인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 한 사람이 일시에 저술한 것이라기보다 여러 세대에 걸쳐 구전되면서 이야기꾼들에 의해 각색, 윤색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쟁과 영웅 스토리의 변주는 고대 그리스 청중의 시대적 요구와 문화적 맥락에 맞게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변화 발전하였을 것이며, 고정된 불변의 텍스트가 아니라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문화적 유산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다른 지역에서는 신화와 역사가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유실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그리스는 이를 기록으로 보존하여 다음 세대로 계속 전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알려주는 수단이 아니라 후대가 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고대 그리스는 기록의 힘을 통해 흥미로운 스토리를 역사와 철학,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이것이 정치적, 경제적, 또는 종교적 주제에 주로 한정되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또는 이집트 문명과 차별화되는 그리스 문명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오디세이라는 이름은 신화와 영화와 일상 언어 속에서 다양하게 표현되고 활용된다. 오디세이가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잃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로 남기고 그것을 다시 읽으며 의미를 새롭게 확장하는 데 있다. 기록으로 살아남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양진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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