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준]이노베이션이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장현준]이노베이션이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한다

[수요광장]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1-19 14:15
  • 신문게재 2010-01-20 21면
  • 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민들에게 매섭게 달려드는 추위와 눈발도 세종시를 둘러싸고 연일 입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별로 맵지가 않은 모양이다. 그들 모두가 나름대로 국익을 생각하고 국민의 복지를 걱정해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고 싶다. 생각해봤자 스스로의 정신건강만 나빠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다.

▲ 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나 한걸음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다른 모든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도외시하고 우물안 개구리식 이슈에만 매달려야 하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환율, 물가, 원자재가격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가 하면 서민경기는 아직도 싸늘하고 대학생의 취업은 여전히 힘들다. 경제선진국클럽인 OECD내에서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났다고 자랑하는 정책당국자들은 한번쯤 현장경제를 돌아봐야할 때다. 우리가 올해 집중해야할 국가 어젠다는 체질개선을 위한 이노베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총소리는 안 나지만 사활을 건 기업과 국가간의 경제전쟁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이미 국내에서도 800만명 이상이나 동원한 아바타가 선보인 3D영상기술을 안방으로 가져다 줄 3D TV가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의 삼성과 LG는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과 3D TV의 주도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할 태세이다.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관련된 글로벌 경쟁은 애플의 아이폰에 구글이 도전함으로써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안타까운 점은 어떤 외국기업도 세종시를 둘러싼 싸움의 결과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초석을 뒤흔든 월스트리트발 경제위기이후 초일류 대학의 경제학 혹은 경영학 교수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왜냐하면 MBA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친 정석 경영기법대로 충실하게 경영을 한 많은 혁신적 기업들이 망했기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방만한 경영이 기업실패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학자들이 황당해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급속한 기술변화와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

한가지 그럴듯한 설명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교수가 주장하는 와해성 이노베이션가설이다. 즉 기존의 성공한 기업의 중간경영자나 심지어 톱매니지먼트에 있는 사람들은 새롭지만 현재보다 낮은 수준의 신제품 공격을 받으면 더많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기능-고수익(하이엔드)제품으로 도망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신제품은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고 수익도 낮아 자신의 경영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지만 신제품개발을 위한 자원배분에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가설은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역설을 설명하는데 효과가 있다. 즉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조직을 죽이는 독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걱정해야 할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가전체를 이노베이트해야만 선진국으로 갈길이 열린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이노베이션인가라는 사실을 모르는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책이 상책은 아니다. 기업이노베이션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면밀히 들여다 보면 수많은 대기업들이 실패하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그들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서 기존의 대조직내에 새로움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갖추고 있거나 아예 대기업 자체가 조그만 소기업 조직의 연합체로 구성되어 경영하는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기업과 경제가 이노베이트되지 않으면 고용없는 성장타령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옮겨가는 기업이 많아져야 경제도 성장하고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싹을 유심히 보고 새로운 소리를 경청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유연한 소조직중심의 연합체같이 사회와 국가가 항상 이노베이트할 수 있는 준비를 하자. 그리하여 항상 변화하는 이노베이션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 이 방법이 좋다 아니다 내 방법이 좋다라는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을 올해 내내 했으면 하고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1.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2.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3.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4.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5.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