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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인 한밭대 교수·지식재산정보사업단장 |
20세기 최고의 대학농구 경기로 꼽힌 것은 지금부터 32년 전 1983년 열린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C State)와 휴스턴대의 결승전이다. 당시 37세 젊은 감독인 짐 발바노(Jim Valvano)가 이끈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는 대학 농구선수권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챔피언십 결승에 오른다. 상대는 올라주원 등 프로팀에 버금갈 만큼 막강 화력을 지닌 휴스턴대였다. 뒤지던 경기를 52:52 동점을 만들고 마지막 3초전 던진 슛이 링을 살짝 벗어나자, 1초전 골밑 슛으로 극적인 챔피언이 되었다. 이때 발바노는 '생존과 진보'(survive and advance)라는 용어를 만든다. 1990년 감독직에서 물러나 농구해설자, 사업가로 변신하는 삶을 살지만, 암에 걸린다. 1993년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ESPY 어워드(아서 애시 용기상 1회 수상)에서 10분간 레전드 연설을 한다. 그리고 8주 뒤 세상을 떠난다.
발바노는 연설에서 '암 연구 지미 V 재단'을 창설을 제안한다. 모토는 '절대 포기하지 말자'(Don't give up, Don't Ever give up)였다. 이는 그가 농구 감독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선수들과 끊임없이 나눈 것이기도 했다. 수상연설이 30초가 남았다는 불빛이 들어오자 그는 이런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우린 매일 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매일 웃는 것입니다. 둘째는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셋째는 눈물이 날만큼 감성을 갖는 것입니다. 행복이나 기쁨의 눈물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웃고, 생각하고, 울 수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루 86,400초가 주어지는데 이 때 이 세 가지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우리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즐길 필요가 있지 않은가? 발바노 감독,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매일 시간을 내어 웃고, 생각하고, 울자'.
1993년 'V 재단'이 창업되어 지금까지 암 연구를 지원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레전드가 된 그의 연설에서 “연구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제 목숨을 구하는 데는 늦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도 구할 수 있습니다… 암은 저의 육체적 능력을 빼앗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 정신과 마음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제 영혼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이 세 가지는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라고 연설을 마친다.
그의 연설을 유투브에서 다시 찾아 들으면서 '(암과 싸움에)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정신이 'V 재단'이란 다른 경기로 이어짐을 느낀다. V재단은 지금까지 1,300억원 이상을 암 연구에 사용했고, 2014년에만 49개 암 관련 주제에 연구비를 지원했다. 필자는 암 연구 재단을 만든 동기에 의문이 들었다. “의사나 연구자들이 암 연구비를 정부에 신청하면 6명중 1명만이 선정된다. 왜 1명뿐인가? 그래서 나머지 다섯 명에게도 암 연구를 하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연간 5000만원이면 되는 연구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국내외 연구지원 기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 과학재단(NSF)에는 연구비 신청에 많이 떨어진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다. 주류에서 수용 안된 연구과제에 기회를 제공한다. 젊은 학자에게만 주는 연구제도도 있다. 훗날 이 분야가 주류로 급부상할지 누구도 모르지 않은가?
창업을 위한 각종 지원들, 엔젤자금과 벤처캐피털의 지원도 높아간다. 창업선도대학과 산학협력선도대학 등 지원사업에 매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창업교육과 창업 문제를 치유할 연구비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V 재단'처럼 우리도 젊은 연구자들에게 창업연구에 관심을 갖게 하는 지원제도, 또는 '창업교육연구 관련 민간재단'을 만든다면 창조경제가 더욱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종인 한밭대 교수·지식재산정보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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