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대입성공…충남대병원 '눈물의 축하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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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딛고 대입성공…충남대병원 '눈물의 축하토크쇼'

지체·뇌병변장애학생 9명 참여 … 목사·사회복지사 등 진로 다양

  • 승인 2016-02-01 18:00
  • 신문게재 2016-02-02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충남대병원 의료재활센터 3층에서 1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15년 이상 재활치료를 받아온 지체·뇌병변장애 학생 9명의 대학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토크쇼가 열렸다.
▲ 충남대병원 의료재활센터 3층에서 1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15년 이상 재활치료를 받아온 지체·뇌병변장애 학생 9명의 대학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토크쇼가 열렸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목사가 되겠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재원이(20)가 이루고 싶은 꿈이자 목표다. 자신처럼 장애를 겪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힘이 돼 주고 싶단다.

새해 재원이는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2016학년도 대전신학대 신입생 모집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목사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뗀 셈이다. 나중에 목사가 된 후 운영할 교회 이름까지 생각해 놨다. 재원이는 '하나님의 말씀교회'라는 이름을 소개하며 활짝 웃어보였다.

1일 오전 11시 충남대병원 의료재활센터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시작됐다. 이곳에서 15년 이상 재활치료를 받아온 지체·뇌병변장애 학생 9명의 대학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토크쇼가 열린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 가족과 의료진 5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당당히 대입에 성공한 아이들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어쩌지 못했다. 그동안 옆에서 함께 울고 웃은 부모들이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의사, 간호사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모두 “기쁜 날 눈물을 보이면 안된다”며 서로를 다독거렸다. 입은 방긋 웃고, 볼에 보조개도 들어갔지만 눈에선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눈물도 잠시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자 눈이 빛났다. 모두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지만 대부분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배재대 실버보건학과에 입학하는 진영이(20·여)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장애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단다.

“저도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지만 저보다 더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게 꿈이에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시작한 벨리댄스도 계속해 정식으로 무대에도 오르고 싶고요.”

컴퓨터를 좋아하는 현웅이(20)는 충북대 소프트웨어학과에 수시 합격했다. 교육과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단다. “컴퓨터는 어렸을 때부터 제 절친한 친구나 마찬가지였어요. 나중에 저와 같은 뇌병변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도와줄 로봇소프트웨어를 개발할거예요.”

지체장애 1급인 재은이(20)는 광고디자이너가 꿈이다. 이를 위해 3개 대학에 모두 합격했지만 우송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틈날 때마다 공부해 관련 자격증을 7개나 땄어요.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는데 제 미술 실력이 괜찮은 건지 상도 많이 탔어요. 유명한 광고디자이너가 돼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다른 아이들도 수시와 정시모집을 통해 목원대 행정학과,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서울예술종합학교 실용음악과 등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원이 엄마 서미광(58)씨는 “그동안 학교를 다니면서도 많은 친구들의 텃세와 엄마들의 따가운 눈초리, 선생님들의 차별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앞으로 대학에서도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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