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 건축은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

  • 오피니언
  • 경제포럼

[경제포럼] 건축은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

  • 승인 2016-03-29 14:29
  • 신문게재 2016-03-30 22면
  •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
▲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며칠 전에 겪었던 황당한 상황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소규모 상가의 설계를 마치고 건축주가 받아 온 몇 개의 견적서를 비교하여 시공사를 선정한 후였다. 건축주의 주선으로 현장에서 삼자가 대면한 후 주변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 전에 잠깐의 담소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시공사에서 준비한 한 장의 서면에 필자는 '얼음'이 되어 버렸다.

스물 대여섯가지의 개선 및 협의사항이라 적혔던 그 내용들은 이미 완료한 설계의 세세한 마감에 대한 변경이었다. 건물주변 바닥의 깨끗한 화강석은 싸디 싼 고압블록으로, 계단실의 목재 손스침이 있는 철제난간과 옥외 발코니의 기다란 강화유리 난간은 볼품없는 스테인리스 기성품으로, 옥외 테라스가 있는 최상층의 공간감을 위한 층고는 일반층의 층고와 같게 낮추자는 등의 내용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주변에서 보아 온 일반 상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공사가 이렇게 개선사항을 제시한 이유가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옹색한 답변 속에 담겨 있는 건축에 대한 무지함이 필자를 당황함을 넘어 슬프게 만든 것이다.

건축에는 일상적인 규모의 씀씀이를 넘어서는 자금이 필요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건축주는 자금준비에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아 언뜻 보면 시공사의 제안에 감사한 마음으로 쉽게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건축주는 자신의 건축물의 수준을 떨어뜨리면서 공사비를 낮추는 것이고, 시공사는 공사비가 낮아질 뿐 가져가는 이윤의 폭은 그대로인 것이다. 그러면 시공사는 왜 이런 제안을 하게 되었을까?

필자는 크게 두가지의 이유로 분석하게 되었다.

첫째는 시공의 용이성이다. 수십 채의 건축경력을 자랑했지만 대표작은 무엇일지, 일상적인 마감에 대한 익숙함이 새로운 마감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건축에 대한 심미안의 부족일 듯 싶다. 단순 경제적 논리 속에 묻혀있는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건축은 단순한 재테크이거나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담아야 하고, 그 삶을 반영하는 공간의 구성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공간의 위상과 제한을 통해 안과 밖을 들여다보고 내다보며 주변의 환경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장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지역의 질서에 순응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싫증나면 버릴 수 있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기에 더욱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다듬어지고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함께 하는 건축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건축은 관광하면서 느끼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내 삶이 담겨있는 내 집, 내 직장, 내 동네, 내 도시가 그 대상이며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건축과 도시는 그 정체성을 갖게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대전광역시건축사회와 유성구청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교육 진흥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를 위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우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건축물 탐방을 진행해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 활동을 지원하고, 미래의 건축주이며 건축사가 될 어린이들을 위한 창의 건축교실과 소외 계층에 대한 무료 집수리봉사, 저소득층 모범학생 장학금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건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며, 결국 사람의 행위는 사람을 위한 것임을 자각케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알파고가 가져온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적인' 것들을 잃지 않고 유지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느껴며,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해야 할 것이다. 자, 가족의 손을 잡고 봄 햇살을 받으며 건축산책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떨지 권해본다.

김용각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급식종사자들 "교육청 임금체불" 노동청에 진정 신청
  2. '결국 일자리'…천안·청주, 청년친화지수 전국 상위권
  3.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4. 역할 커진 의용소방대… 처우 개선·내부 개선 함께 가야
  5.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7선거구 김현옥 "현장서 답을 찾는 실천형 정치"
  1. 345㎸ 송전선로 대전 5개 자치구와 충남 14개 시군 영향권…"정부차원 재검토를"
  2. 퇴행성 관절염 치료 시대 열리나… 연골 '방패' 단백질 찾았다
  3.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4. 지역서 키운 쌍둥이 경찰의 꿈… 건양대 글로컬캠퍼스서 현실로
  5. 민주당 세종시의원 후보 신청 38명 "검증 개시, AI도 도입"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국정과제 후속조치 하세월…충청 핵심 현안 지지부진

李정부 국정과제 후속조치 하세월…충청 핵심 현안 지지부진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 반영을 통해 충청권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 조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특히 혁신도시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주요 사업이 포함된 지역 과제 세부 계획 발표가 늦어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은 물론 국가 계획 반영 여부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19일 지방시대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맞춰 '17개 시·도별 7대 공약, 15대 지역 과제'를 확정하고, 이를 국가균형성장 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속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당..

충청권 혼인 늘고 이혼 줄었다…대전 조혼인율 전국 1위
충청권 혼인 늘고 이혼 줄었다…대전 조혼인율 전국 1위

대전과 세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조혼인율을 기록하며 '젊은 도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대전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이 6.1건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1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24만 건으로 전년보다 1만 8000건(8.1%) 증가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2018년(25만 8000건)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국가데..

세종시·국회의원 `행정수도 명문화` 협력… 시기와 방법은 이견
세종시·국회의원 '행정수도 명문화' 협력… 시기와 방법은 이견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재차 주문한 ‘단계적 개헌’과 관련, 세종시와 세종시 국회의원이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에 검토 중인 6월 3일 지방선거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비상계엄 요건 강화, 지역균형발전 정신’을 담은 개헌 국민투표에 '행정수도 세종'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세종시는 19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최민호 세종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세종시을)·조국혁신당 황운하(비례) 의원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번호판 키우고 더 뚜렷해졌다’…이륜차 전국번호판 도입 ‘번호판 키우고 더 뚜렷해졌다’…이륜차 전국번호판 도입

  •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

  • 이란 침략 전쟁 중단 촉구 기자회견 이란 침략 전쟁 중단 촉구 기자회견

  •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