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 승인 2017-06-07 11:41
  • 신문게재 2017-06-08 22면
  • 김상인 대덕대 총장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일상의 삶이 힘들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기도를 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며, 훌쩍 여행길을 떠나기도 한다. 갑자기 남해 보리암에 가면 무겁고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집사람하고 둘이서 집을 나섰다. 정호승 시인은 선암사 해우소에서 쭈그리고 앉아 실컷 울면서 삶의 짐들을 벗어 던졌다지만, 나는 금산 보리암 해수관음보살님께 엎드려 절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6월의 초록으로 가득한 산과 들, 그리고 아름다운 강을 굽어보는 조금은 여유로운 여행길이 되었다.

티찌아노 테르짜니가 죽음을 앞두고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책 『네 마음껏 살아라』를 읽었다. 말기암으로, 아쉬울 수도 있는 66세에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티찌아노에게, 부인이 “누가 10년을 더 살 수 있는 약을 준다면 받겠어요?”라고 물으니 “아니! 나는 그런 약 안 먹는다. 10년이나 더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 자연을 봐라. 숲에서 지저귀는 뻐꾸기 소리, 나뭇잎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소리… 독특한 생명으로 가득 찬 협주곡이지!”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죽음과 더불어 잃어버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착각했던 것들, 즉 교수, 총장, 변호사 등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물론이고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들이 모두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최진석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의 삶은 과거의 성인이나 관습이 만들어 놓은 보편적 이념이나 윤리기준에 맞추어 살지 말고 개별적 주체로서 내 스스로가 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미국사업가가 멕시코에 있는 조그만 어촌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항구로 들어온 작은 고깃배에서 다랑어 몇 마리를 든 젊은 어부가 걸어 나오자 사업가가 물었다. “물고기 잡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소?” 서너 시간 남짓 걸렸다는 답변에 몇 시간 더 하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텐데요 하니, 어부 왈, “이것으로도 우리가족에게 충분해요.” 사업가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그럼 하루 서너 시간 일하고 남는 시간엔 뭘 하오?”라고 물으니, “아이들이랑 놀아 주고, 늦잠도 자고, 마을에 나가서 친구들과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지요”라고 답한다. “아니, 그렇게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단 말이요. 나는 하버드대학에서 MBA공부를 했는데 당신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우선 매일 고기 잡는 시간을 몇 시간 더 늘리시오. 그래서 돈을 모아 더 큰 배를 사고, 잡은 고기들을 중개상에게 팔지 말고, 직접 통조림 공장을 만들어 당신이 잡은 물고기는 물론 주민들이 잡은 물고기까지 가공해서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요.” 어부가 조심스럽게,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얼마쯤 걸리나요?” 하니 “한 20년 아니 운이 좋으면 15년 내에도 가능하겠지요.” “그러면 그 돈은 어디에 쓰나요?” 사업가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은퇴해서 경치 좋은 해안가 마을에 별장을 짓고 살면서, 손주들과 놀아 주기도 하고 늦잠도 자고, 마을에 나가서 술도 한잔하고 노래도 할 수 있지요.” 어부 왈, “그런 거라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니요?”

지금 이 나이에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인생을 고민하는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간디처럼 “내 삶이 곧 내 메시지이다”라고 감히 이야기할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가슴 한켠에 감추어 두었던 묵은 화두 “나는 누구이며, 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늘 참구해 오며 내 나름대로는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있다. 작년까지 33년 동안 공직자로 그리고 지금은 대학의 총장으로 일해 오면서, 이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는 회의가 들 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실로 열정을 쏟아 가꾸려고 노력했던 것은 나의 삶 자체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주어진 이념과 가치에 목숨을 걸지 않고, 나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좋게 바꾸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티찌아노가 아들 풀코에게 건네는 마지막 조언이다.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단다.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지.”

김상인 대덕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 역 건설 사업 잠정 중단
  2. "서산 삼길포가 들썩였다", 제20회 우럭축제 2만여 인파 북적, 서산 대표 여름축제 위상 빛났다
  3. 당진시, 청주국제공항 직통 고속버스 신규 운행… 대중교통 이용 편의 대폭 향상
  4. “예술가의집 시민 환원” 못 박은 허태정…문화재단·예총 새 거처는?
  5. 순천향대 의대 11명 초과선발 파장… 2028학년도 모집인원 감축
  1. 한밭대 차기 총장선거 한달 앞으로…후보군 윤곽 속 선거전 본격화
  2. 충남도, 천안·아산·보령 등 하천 개선에 1477억 원 투입
  3.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국가차원 전략 수립을" 국회 토론회서 제기
  4. 대전 여야, 새 시당위원장 선출 등 조직개편 착착
  5. [중도초대석] 조성칠 대전시의회 의장 "시민에게는 더 낮게, 집행부에는 더 날카롭게"

헤드라인 뉴스


거듭된 폭염에 달아오른 충남…바다도 농가도 ‘부글부글’

거듭된 폭염에 달아오른 충남…바다도 농가도 ‘부글부글’

폭염이 최근 지속하면서 충남 지역에 인접한 해안과 과수 농가 일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연일 오르는 수온으로 인해 서해연안 일대를 비롯해 가로림만과 천수만 일원에는 최근 고수온 경보가 발효됐으며, 농가에서는 사과와 배 등 주력 과수의 품질 저하 및 일소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4일 해양수산부 및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서해연안(충남 당진시 도비도항 남단~광주특별시 신안군 암태도 남단)과 충남 가로림만, 천수만 일원에는 3일부터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고수온 경보는 연안 수온이 28℃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유지..

李 "돈 없으면 취재도 못하나"… 해외동행 언론 부담 개선 지시
李 "돈 없으면 취재도 못하나"… 해외동행 언론 부담 개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돈 없으면 취재도 못 하나"라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해외 동행 취재 언론인들의 출장비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선관위 특검법안을 비롯해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탐지시스템 의무화와 장애인 대상 성범죄 처벌 강화, 위기 사업자 세무조사 연기, 대전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예산 등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4회 국무회의에서 최근 미국과 아메리카 3개국 순방과 관련해 "이번에 요구 출장비 수준이 2000만원을 넘었지 않았을까 싶다..

폭염에 멈추는 프로야구…KBO, 중대경보 땐 오후 1시 전 취소 결정
폭염에 멈추는 프로야구…KBO, 중대경보 땐 오후 1시 전 취소 결정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기록적인 폭염 속 프로야구 경기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폭염 단계에 따라 경기 시작 시간을 늦추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화해 관중과 선수단 보호에 나선 것이다. KBO는 4일 기상 특보 수준에 따른 프로야구 경기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으로 경기장 내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면서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기준은 기상청 폭염 특보 발효 여부를 바탕으로 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