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톡] 호텔 르완다(Hotel Rw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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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톡] 호텔 르완다(Hotel Rwanda)

도완석교수의 행복한 영화이야기-37.

  • 승인 2017-10-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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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텔 르완다"는 2004년에 제작하여 2006년에 발표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으로 우리는 먼저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90년을 전후로 한 르완다 사태에 따른 역사적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르완다는 인구가 약 1000만명으로서 89%의 후투족과 10%의 투치족 그리고 1%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이 나라는 오랫동안 독일과 벨기에의 식민지 국가로서 국교가 기독교이며 공용어로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독일은 1890년부터 르완다를 독일령 동아프리카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으나 간섭을 하지는 않았다. 그 후 1916년 벨기에가 르완다를 점령하자, 국제연맹은 1923년 루안다-우룬디를 벨기에의 위임통치령으로 인정했다. 이처럼 독일과 벨기에는 통치 기간 중 자기들이 지배하기 용이하도록 교묘하게 인종차별정책을 만들었고 89%의 후투족들의 반란을 두려워한 나머지 10% 정도의 소수인 투치족 출신 가운데에서 국왕을 만들어 다수의 후투족을 지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거 식민통치 시절부터 시행해온 정책이 결국 후투족과 투치족의 사이를 정적으로 만들어 놓았고 내전의 말미를 제공하게 된 원인이 되게 했던 것이다.

1959년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므와미 키게리 5세가 망명을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르완다는 1961년 1월에 공화국임을 선포하면서 이듬해에 독립국가가 되었다. 독립 후 많은 투치족들이 르완다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1963년 부룬디의 투치족이 르완다를 기습공격하자 이에 대한 복수로 르완다에 살던 투치족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 사태로 정부의 요직을 맡고 있던 투치족들이 분노해 1973년 다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새로운 정부는 부족 간에 적대감을 없애겠다는 공약과 동시에 세운 입법기관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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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세계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하락하고 심각한 가뭄으로 흉작이 들면서 르완다의 경제는 급격히 나빠졌다. 1990년 10월 RPF(르완다애국전선)가 우간다로부터 침입해왔다. RPF의 대부분은 1960년대와 1973년에 인종간의 폭력을 피해 빠져나갔던 투치족이었다. 이에 1992년 정부와 RPF 간에 협상이 시작되었고, 1993년 8월 탄자니아의 아루샤에서 평화조약이 체결되었다.



하지만 이 아루샤 조약은 1993년 말까지 RPF의 구성원들을 포함한 범과도정부의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극단적인 후투족 지도자들은 권력분배를 거절했고, 이로써 과도정부는 수립되지 않았다. 1994년 4월 6일 하비아리마나 대통령과 부룬디의 대통령인 키프리엔 은타리아미라가 요격에 의한 비행기 추락으로 키갈리 근처에서 살해되었다. 이는 권력분배에 반대해온 르완다 대통령 경호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사건 후 이튿날인 4월 7일 대통령직을 대행하던 수상을 비롯해 많은 온건파 후투족 정치가들이 살해되고, 그 후 수개월간에 걸쳐 군대와 대통령 경호대, 극단적인 후투족 민병대가 적어도 20∼50만 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는데, 그 대부분이 투치족이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RPF가 군사행동을 재개하자 후투족과 투치족 가릴 것 없이 수만 명이 인접한 외국으로 도피했다. 1994년 7월 투치족의 르완다 민족해방전선이 후투족 정권을 제압하고 수도를 탈환하여 전투중지를 선언하고 전쟁을 마무리짓는다. 허나 이미 1990년부터 1994년 까지의 4년간 인구 814만명중 약 150만명이 살해되었고 240만명이 난민이 되는 등 르완다는 심각한 사태를 겪은 후였다. 이는 착한 이와 나쁜 이의 싸움이 아니고 나쁜 놈들끼리의 싸움으로 민중의 의견을 무시한 지도자와 군벌 간의 싸움으로 인한 희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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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994년 투치족의 르완다애국전선이 군권과 실 정권을 장악하고 후투족의 파스퇴르 비지뭉구가 대통령이 되었고 2000년 비지뭉구가 사임하자 르완다 애국전선의 실질적 지도자인 폴 카가메 대통령이 통치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바로 이러한 종족 간의 혈투로 얼룩진 역사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는 1994년 사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현재로부터 멀지 않은 20세기 르완다 내전사태가 여러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테리 조지' 감독이 만든 <호텔 르완다> 역시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만들어내었고 그로 인해 성공을 거둔 영화가 되었다.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으로 1952년생인 감독 테리 조지는 르완다 내전과 인종 학살사건이라는 무겁고 비참한 소재를 가지고 중도를 지키면서 상업성과 사실적인 역사고증, 그리고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주의성을 모두 살려내면서 그의 천재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1985년 연극 'The Tunnel'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그는 <호텔 르완다> 이전부터 사회성이 짙은 우수영화들을 많이 만들어낸 감독 겸 제작자, 시나리오작가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 <어느 어머니의 아들>(1996), <더 복서> (1997),<브라이트 샤이닝 라이>(1998), <하트전쟁>(2002) 등이 <호텔 르완다>이 전에 그가 만든 작품들이다.

이 중 1993년도에 감독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경우 이듬해 미국, 영국 아카데미상을 비롯하여 전 세계 유명영화제를 석권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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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호텔 르완다> 이후 <레저베이션 로드>(2007), <더 쇼어>, <위기의 남자들>(2011), <더 프라미스>(2016) 등 세계적인 화제작들을 여전히 만들어내고 있는 감독이다. <호텔 르완다>의 경우에도 그는 아프리카인들의 사건을 아프리카인의 시각으로 풀어내었고 동시에 르완다 현지인과 외지인으로서의 시각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실 한 역사적 사건을 중보적이면서도 편견 없이 바른 시각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도 휴머니스트로서 대부분의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그는 이 영화에서도 아낌없이 휴머니즘이라는 감동을 제공해준다.

테리 조지 감독의 또 하나의 공이라고 하면 그가 배역을 맡겼던 출연배우들의 고속성장을 이루게한 공로이다. 만년조연으로 배우생활을 하던 흑인 배우 '돈 치들'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아카데미 수상자가 되었고 이 후 주연급 배우로서 <레이 오버 미>, <트레이더>, <아이언맨 1, 2>에 출연을 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역시 조연으로 맴돌던 <호아킨 피닉스><장 르노> 또 퇴역배우로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같던 왕년의 배우<닉 놀테> 같은 배우들이 모두 <호텔 르완다>를 통해 재기에 성공을 하게 되었고 당당한 주연급 배우로서 헐리웃에서 이제는 내로라하는 배우로서 활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감상 포인트는 바로 "휴머니티"이다. 인간은 하나님이라는 신께서 이 우주 만물을 다스리라고 만들어 주신 만물의 영장임에도 불구하고 계층 간의 계급신분, 힘이라는 수단 앞에 종속된 약자로서의 아픔, 또 생존경쟁이라는 끊임없는 사회적 충돌 속에서 지쳐 호소하며 부르짖는 아픔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인간다움으로 또 실존적인 삶의 가치를 지니고 존재하는 자유로움을 소유해야 하는데 이것이 진정한 "휴머니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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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후투족 출신으로 르완다 최고의 호텔인 밀 콜린스 호텔에서 총지배인으로 살아가는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를 통해 이 휴머니즘을 보게 된다. 그는 1994년 4월 후투족 대통령이 암살당한후 후투족과 투치족의 대립이 다시 격화되자 서양인 관광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UN군과 각 나라의 군대가 일부 머무르던 안전한 밀 콜린스 호텔로 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서양 열강의 군대들조차 외면하던 난민들을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생명을 보호해준다. 마치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처럼 이 영화는 실화이고 '폴 루세사바기나' 역시 실존인물이다.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남들을 위해 그 위험을 감수하며 인간애를 베푼다는 것은 성경에서도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했다.

또 폴 이외에도 죽음의 현장에 남겨진 자들, UN군 장교 로미오(닉 놀테), 프랑스인 호텔 사장(장르노)과 UN군, 고객들 등 나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하는 이런 착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휴머니즘"에 감동을 받으면서 내 자신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영화가 바로 <호텔 르완다>이다.

도완석 영화칼럼니스트/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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