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고전 플랫폼 베토벤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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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고전 플랫폼 베토벤의 재해석

이성만 배재대 교수

  • 승인 2020-08-17 12:23
  • 신문게재 2020-08-18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재만
이성만 배재대 교수
'따다다 단~'.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의 첫머리 모티프다. 이만큼 흔하게 리메이크된 클래식 모티프가 있을까. 이 '운명'만 세계적인 히트목록을 장식한 것은 아니다. 애틋한 선율의 '엘리제를 위하여'부터 교향곡의 록 버전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베토벤은 팝 세계의 아이돌로서 그 위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팝송 중 하나에 밑거름 역할을 한 인물이 베토벤이라면 사람들은 믿을까. 1970년 베토벤 200주년 기념행사로 스페인에서 만든 것이 교향곡 9번 중 "환희여, 신의 아름다운 광채여"의 팝 버전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왈도 데 로스 리오스는 '환희의 송가(A Song of Joy)'를 준비하며 록 뮤지션 미구엘 리오스를 가수로 선택했다. 이 타이틀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7백만 장이나 팔렸다.

베토벤 열풍은 1956년, 그러니까 흑인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척 베리가 로큰롤 개척시기에 찬송가를 부르면서 촉발되었다. 그 첫 히트 싱글이 'Roll over Beethoven'이다. 이 싱글로 50∼60년대의 삶의 기쁨을 도발적으로 표출했다. "내 심장은 리듬을 타고, 내 영혼은 블루스를 부르고 있어. 베토벤은 저리 치우고 차이코프스키에게도 그 소식을 전해줘." 보수 청중들은 이 시끄러운 반(反) 뮤직에 분노했지만, 젊은 음악가들에게 척 베리는 영웅으로 등극했다. 수백 번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롤링 스톤즈, 스테이터스 쿠오, 유라이어 힙 같은 록밴드도 있다. 비틀즈는 리버풀 클럽에서 첫 공연을 하며 이 곡을 불렀고,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는 서막에서 그 유명한 'Ta-ta-ta-taaaa' 리메이크 버전을 사용했다.

척 베리는 베토벤을 구식이라고 치부했지만, 그의 노래는 1960년대 말부터 베토벤을 알리는 광고 역할을 했다. 음악가들은 '멋없는' 베토벤을 연구하면서, 자신들의 노래의 디딤돌로서 소재와 주제를 발견했다. 모토는 이제 더 이상 '베토벤 대신 록'이 아니라 '베토벤과 더불어 록'이 되었다. 비틀즈는 1969년에 영감을 받았다. 존 레논은 1980년 'Because'의 탄생배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소파에 누워 요꼬가 달빛 소나타를 연주하는 걸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그 악보를 거꾸로 연주할 수 있는지 물었다. 요꼬는 진짜 거꾸로 연주했는데, 이로부터 'Because'가 빛을 보게 되었다."



베토벤의 5번 '운명'의 재발견자로는 미국 뮤지션 월터 머피도 간과할 수 없다. 재즈 피아니스트 머피는 1974년 클래식 음악을 디스코 사운드로 뒤섞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의 'A Fifth of Beethoven'이 1976년 세상에 알려지면서 주목한 사람들 중에는 영화제작자도 있었다. 머피와 영화제작자가 합심하여 'DiscoFifth' 사운드트랙을 적용한 영화가 탄생했으니 그게 저 유명한 'Saturday Night Fever'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지금까지 최다 판매기록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오늘날 그 어떤 클래식 작곡가도 베토벤만큼 유명세를 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운명 교향곡이나 피아노곡들의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당시에도 혁명적인 작곡가로 여겨졌고, 지금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고전의 플랫폼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음악의 익숙한 작곡 패턴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했다. 그의 삶도 여러 번 영화화되었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도 나왔다. 한국의 안방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도 클래식을 하고픈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뮤지컬 드라마로 유명세를 탔다. 베토벤은 여느 고전작품들도 그러하듯 시공을 초월한 고전의 플랫폼이자 영원한 팝 아이돌,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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