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샘 오취리의 사과, 우리안의 인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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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샘 오취리의 사과, 우리안의 인종주의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 승인 2020-08-19 09:59
  • 수정 2020-08-19 13:43
  • 신문게재 2020-08-20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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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방송인 샘 오취리는 최근 의정부고 학생들이 가나에서 장례를 치를 때 밝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장례 문화를 패러디한 이른바 '관짝소년단' 졸업 사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사과했다. 학생들이 흑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를 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했던 블랙페이스는 과거 미국 코미디, 연극 등에서 백인 배우가 흑인 흉내를 내며 희화화할 때 사용하던 분장으로 그 당시 인종차별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이후 블랙페이스는 금기시됐다.

랠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는 과거 흑인 분장을 하고 찍은 졸업 사진이 알려지면서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으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흑인의 검은 피부와 입술을 묘사한 스웨터 신제품을 내놨다가 '흑인을 비하했다'라는 비판을 받은 뒤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례에서도 '살색'은 특정 색깔의 피부를 가진 인종의 사람에 대해서만 사실과 부합하는 색명이어서 차별 소지가 있다고 권고를 한 적이 있다. 또한, 나이지리아인이 동료와 함께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지만, 레스토랑 직원이 신분증을 요구하며 '아프리카인은 받지 않는다'고 한 사례, 이태원의 한 펍에 입장하려고 할 때 신분증도 제시했으나, '아프리카인은 출입할 수 없다'라며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 과정에서 펍 직원 4명에게 폭행까지 당한 사건이 인종차별로 인정해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사회는 다문화 사회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차이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인권'과 더불어 우리 안의 '인종주의'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주의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현실은 민족주의와 연결된 인종주의 문제점이 우리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인종차별의 가해자라는 것에 대해 상상을 해본 경험이 드물다. 역사를 배울 때도 우리는 단일민족이며 평화를 사랑한 나머지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민족이며, 일제 침략 속에서도 다른 나라로부터 인종차별을 견디어 냈던 선조들의 삶을 배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이버상에 늘어나고 있는 반(反)다문화 인터넷 카페에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저지른 범죄 사례를 열거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공공연히 드러내는가 하며, 근거 없는 비방을 쏟아내기도 한다. 또 협박에 가까운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 등의 인종차별적 글들이 올라오기까지 한다.

샘 오취리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는 샘 오취리의 마음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인종에 대해 비하할 의도와는 관계없이 당사자가 불편함을 받았다면 그러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의 입장을 존중해주면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방역 수준이 세계 최고 선진국에 해당한다고 하며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 사회는 통제 불능의 혐오주의와 갈등이 만연한 사회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상호 이해와 존중이 늘어나고 갈등이 최소화되는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배척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나은 관계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다문화사회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서로가 인식하며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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