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의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지역의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손철웅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 승인 2021-03-08 09:34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손철웅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손철웅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이번 정부에서 강조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이와 함께 2022년 대전시에서는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가 예정돼 있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익숙한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과거 지역과 지역이 위계화된 수직적 관계였다면, 21세기 세계는 국가와 국가가 아닌 지역과 지역이라는 보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며 발전해왔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모든 지역이 그 자신만의 역사와 문화를 통한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 대한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정체성은 공동의 기억이 공유되고 전승될 때 의미를 가진다. '두루치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고기보다 두부가 먼저 생각난다면 아마 대전 시민일 확률이 높다. 같은 공간을 경험한 세대적 동질성 또한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보문산 케이블카의 기억, 겨울에 목척교 아래나 갑천에서의 썰매타기, 아카데미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같은 기억들은 소소하지만 어떤 거창한 역사적 경험보다 강한 유대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기억들은 몇 백 년 뒤에도 자연히 남아 전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기억은 유전(遺傳)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이란 기록이라는 형식을 통해 또 사람들의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세대를 이어 '전승'된다.

"親御弓矢 馳馬射獐 因馬?而墜 不傷 顧左右曰 勿令史官知之."《태종실록》에 기록되어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이따금 회자 되곤 하는 유명한 일화이다. 사냥하다 말에서 떨어진 태종이 주변을 돌아보며 이 사실을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했지만, 사관은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둔 것이다. 결국 실록에까지 남겨져 지금의 우리도 그 날 일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기록에 대한 성실함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궤》 등으로 대표되는 조선시대 뿐 아니라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기록의 DNA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남아 있는 듯하다.

국가의 기억을 정리하여 편찬하는 곳이 '국사편찬위원회'라면 시(市)의 역사를 편찬하는 곳은 '시사편찬위원회'이다. 대전시청 12층에 있는 '대전광역시사(史) 편찬위원회(시편)'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30년간 대전 시민들의 공간적 경험과 연대기적 기억들을 묵묵히 기록해 왔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사 교과서에 실려 우리에게 익숙한 망이·망소이 난이 일어났던 중심지역이 대전 탄방동이었다는 것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신채호의 고향이 대전이라는 사실(史實) 등에 대해,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그 자료들을 통해 지역 연구자들의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올해도 시편에서는 대전의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 《대전문화》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대유행의 시국을 반영하여 대전의 의료체계와 위생관념을 다룬 《학술총서》, 우리 시 초등학생을 위한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 등을 포함한 몇 종의 도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인간의 삶이 응축된 기억의 공간, 즉 도시의 역사를 한데 모아 정리하고 기록하는 대전광역시사 편찬위원회의 역할은 또 다른 의미에서 대전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철웅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 세종·충남은 하락
  2. 수확 앞둔 황금 들녘
  3. 한국기계연구원, 국내 기술로 함정 '생존성 설계'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4. 복수경 충남대병원장 "이재명 대통령 임기 새 암병원 착공 희망"
  5. 국가유산청 국감, 종묘 앞 세운4구역 놓고 여야 공방
  1. 전국 농촌지도자,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식량주권 독립 다짐
  2. 논산의 가을, 억새와 코스모스 향연
  3. 대전샛-1 최초 교신 성공 대전 우주기업 도약 모멘텀
  4. 천안예술의전당, 문화센터 10월 대관전시 운영
  5. 대전샛 밤사이 두 차례 양방향교신 성공…통신·전력·자세제어 '정상'

헤드라인 뉴스


지금은 `축제 시즌`… 국내 축제, 세계 무대로 날아오른다

지금은 '축제 시즌'… 국내 축제, 세계 무대로 날아오른다

바야흐로 축제의 시즌이다. 이번 연휴 기간만 해도 전국 어디를 가도 축제의 현장을 만나볼 수 있는 정도다. '담양 국가유산야행, 양평 부추축제, 몽탄 코스모스축제, 대전 아트페스티벌, 독일마을 맥주축제, 세종 한글축제, 공주·부여 백제문화제, 생거진천 문화축제, 군산 짬뽕페스티벌, 서산 해미읍성축제, 정선 탄광문화축제, 임실N치즈축제, 울산 공업축제, 나주 영산강축제,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횡성 한우축제, 수원 화성문화제, 인천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산청 한방약초축제, 서울 라이트 한강 빛섬축제, 파주페어 북앤컬처, 금산 세계 인..

김경문 감독, 한화와 작별… “최강한화 함성 영원히 못 잊어”
김경문 감독, 한화와 작별… “최강한화 함성 영원히 못 잊어”

지난해 한화를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우승을 향한 기대 속에 출발한 올 시즌이 정규리그 9위라는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김 감독과 한화의 동행도 막을 내리게 됐다. 김경문 한화이글스 감독은 1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경기가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며 사실상 감독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팬..

가을 정취 물든 `국립수목원 3종 세트`… 어디로 가볼까
가을 정취 물든 '국립수목원 3종 세트'… 어디로 가볼까

가을 정취가 무르익는 전국 수목원이 문화·휴식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단풍이 물드는 숲길을 따라 걷거나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고 문화공연과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0월을 맞아 국립세종수목원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정원문화원 등 3개 기관에서 가을맞이 문화·전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가을 프로그램은 단순한 식물 관람에서 벗어나 자연 속 걷기와 예술 감상, 정원 체험을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연인, 친구, 걷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모래판 위에서 펼쳐진 한판 승부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