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중국산 김치와 양심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중국산 김치와 양심

  • 승인 2021-03-24 10:45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image_readtop_2021_265854_16162137954579748
연합뉴스
꼬르륵. 뱃속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모처럼 우리 부서의 조촐한 회식이다. 코로나 땜에 배달음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메뉴는 분식. 나는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매콤한 김치볶음밥.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탁자 위에 음식을 펼쳐놓고 빙 둘러앉아 드디어 개시! 김치볶음밥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그런데, 이건 뭐지?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사포로 박박 문지른 쌀로 밥을 한 건지 밥 알갱이가 찰기가 없고 퍽퍽했다. 한 10년 묵은 쌀 같았다. 김치도 물러 터져 아삭한 맛이 하나도 안 났다. 어떡하면 맛없게 만들까 궁리한 음식 같았다. 배가 고파 다 먹긴 했는데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았다. 아, 배달음식이 이런 거구나.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는 나로선 놀라울 따름이었다. 한 후배가 수준 떨어지는 배달음식이 많다고 귀띔했다. 도대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길래.

설마, 그거였나? 중국 김치 공장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보는 순간 속이 울렁거려 토할 뻔 했다. 이 영상은 며칠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흙탕물 같은 누런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알몸의 남자가 모으고 옆에선 녹슨 굴착기가 들어올리고, 갈퀴로 고추더미를 뒤집자 쥐들이 우르르 튀어 나오고, 인부들은 신발을 신은 채 배추를 밟고 있고. 그 비위생적인 광경에 치가 떨렸다. 식당 밥은 속아주고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철 수세미 조각이 나오면 아무렇지 않게 쓰윽 버리지만 비위가 상한다. 음식 재료도 못 믿는 건 마찬가지다. 혹시 중국산? 의심은 끝이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엔 얼마전 배달만 하는 파스타 집이 생겼다. 3평이나 될까? 무슨 꿍꿍인지 창문을 다 가려 안을 볼 수 없게 해놨다.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했다.

우리의 식탁은 저질 중국산이 점령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김치는 물론이고 조기, 낙지, 밤, 표고버섯, 저질 찐쌀, 고춧가루…. 마트건 시장이건 물건을 살 때마다 께름칙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흙 하나 안 묻은 뽀얀 무와 피망이 아무리 국산이라 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하나에 천원 하는 브로콜리가 황해바다 건너온 채소일지 누가 알겠는가. 지난 설에 차례 지내고 먹은 곶감은 어떻고. 사실 모르고 먹기도 하지만 알면서도 먹는다. 싸기 때문이다. 중국산은 국산의 절반 가격도 안된다. 김치만 해도 음식점의 80%는 중국산 김치를 쓴다고 한다. 업주로선 훨씬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쓰면 이문이 남는 걸 뻔히 아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질 나쁜 먹거리를 만드는 중국인과 싸구려만 찾는 한국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중국에선 요리사가 재상이라는 말이 있다. 요리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는 이치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엔 산해진미가 나온다. 동파육, 북경요리, 훠궈 등 화려하고 멋들어진 요리가 관객의 눈과 식욕을 사정없이 자극한다. 이 영화는 중국인의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준다. 허나 지금의 중국산 먹거리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중국 작가 저우칭은 자신의 책에서 중국 음식이 얼마나 끔찍한 지 낱낱이 까발린다. 마약 생선탕부터 유황 소금까지 온갖 먹거리가 망라돼 있다. 우리가 저질 중국산 먹거리를 안 먹는 방법은 뭘까. 답은 수입 먹거리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검사와 외식업주의 양심에 있다. 사족 하나. 부산에 여행가서 중국 관광객을 많이 봤다. 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쓰레기통이 옆에 있는데도 쓰레기를 바닥에 마구 버렸다. 새치기도 예사다.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지만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인의 국민성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디지털룸 2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7월17일 금요일
  2. [박헌오의 시조 풍경-24] 소금의 꿈
  3. [세상읽기]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한국축구
  4. 대전 구봉터널 또 연쇄 추돌사고… 8명 경상·도로 전면 통제
  5. 천안시 성거읍 기관단체협의회, 정기회의 개최…지역 현안 논의
  1. 장종태 "당원 중심 원팀 개혁"…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출사표
  2. 대전웰다잉연구소-아마준돌봄장례협동조합, 협력 체계 구축 업무협약
  3. [날씨] 16일 오후 장맛비 시작… 충청권 최대 60㎜
  4. 호텔 ICC, 8월 16일 '웨딩 쇼케이스' 개최…결혼 준비 한자리에서
  5.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아산국가산업단지 폭염 대비 민·관 합동 캠페인 실시

헤드라인 뉴스


아산시, 36년 묶인 온양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본격화`

아산시, 36년 묶인 온양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본격화'

아산시가 1990년 지정된 이후 36년 동안 유지되어 온 온양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갔다. 17일 시에 따르면, 이달 16일부터 29일까지 장존동 일원에 위치한 상수원보호구역(총 면적 55만 2358㎡)의 해제를 위한 주민 공람 공고를 진행한다. 앞서 시는 보호구역 해제의 핵심 선결 과제였던 온양천 취수원의 생활용수를 공업용수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 4월 전기시설 구축을 비롯한 관련 기반 공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그간 발전이 정체됐던 장존동과 좌부동 일대의 개발..

`BRT·CTX` 세종 광역교통 미래는?…5기 시의회 첫 업무보고
'BRT·CTX' 세종 광역교통 미래는?…5기 시의회 첫 업무보고

바로타(BRT·간선급행버스체계)와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등 세종 광역교통망의 중심축이 될 인프라들이 하나둘 행정절차를 넘어서며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행정수도와 충청권 각지를 연계한 교통망 구축에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상당한데, 현재로선 일부 사업의 재정 문제 해결이 관건으로 꼽힌다. 세종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16일 5기 원 구성 이후 첫 회의를 열고 교통국에 대한 상반기 추진 실적과 하반기 추진계획 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순열 위원장(도담동·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추진 중인 광역BRT 사업의 잔액과 계획 등에 대해..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계 지연… 2029년 문 열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계 지연… 2029년 문 열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계가 두 달 남짓 지연되면서, 2029년 8월 정상 개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도 서울의 상징인 청와대가 완공된 1991년 이후 38년 만에 행정수도 세종에 문을 연다는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국가균형성장과 수도권 과밀 해소란 시대적 과제를 실현하는 한편, 지방분권의 새 장을 마련한다는 뜻에서도 정상 건립은 중요하다. 강주엽 행복청장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현재 설계 과정이 두 달 남짓 지연됐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지연되지 않는다고 단정해 말씀드릴 순 없다"라며 "속도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실종된 태극기 실종된 태극기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