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검사의 입장, 변호사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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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검사의 입장, 변호사의 입장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5-12 08:26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신기용
신기용 변호사
검사의 직을 내려놓고 변호사가 된 지 1년 정도 흘렀다.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검찰을 비난하는 뉴스를 접하거나 누군가로부터 '검사 그만두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울컥 반발심이 들곤 한다. 아직도 마음 한 조각은 검찰청 어느 한구석에서 떠나질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검사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검사님도 이런 어려움이 있으니 이해하자, 검사님도 이런 사정이 있을 테니 기다려 보자'는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한 의뢰인은 정말 궁금한 듯이 묻기도 했다. "변호사님은 제 편이세요? 검찰 편이세요?"



의뢰인 편이 아닌 변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사정을 검찰에서 이해해 주길 바라는 입장이라면 검찰의 사정에도 이해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검사들은 무언가 특별한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한다. 업무 자체가 범죄의 수사라는 매력적인 일인 데다,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배역으로 등장하기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실 검사들의 일상생활은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의 모습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형광등 불빛이 검사들의 삶을 대변한다. 대개의 형사부 평검사들은 과장을 보태자면 방 한가득 수사기록을 쌓아놓고 지내기 마련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법리상 다툼도 없는 간단한 사건들도 많지만, 도무지 진실을 알기 어려운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기록의 사건들도 허다하다.

고민은 늘어만 가는데 시간은 늘 한정돼 있다. 한 달에 검사 한 명이 처리하는 사건 수가 150건을 넘나드니 매일같이 대략 7~8건씩 새로운 사건들이 검사실로 찾아오는 것이다. 검사들은 흔히 밀려드는 사건을 '인민군' 같다고 표현한다. 사건 하나하나에 모두 정성을 다하기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이 벅찰 때가 많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대형 사건들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이 대폭 축소됐지만 그렇다고 검사들이 느끼는 부담감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하고 증거가 나타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검사들은 도깨비가 아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다른 자료와 대조해가는 소위 '노가다' 작업이 수사의 기본이다. 신속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없을 리도 없다. 그러다 보니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 며칠간 집에도 못 들어간 채 간이용 침대에서 쪽잠을 청하는 생활이 이어지기도 한다. 조그만 실수나 흠결도 곧장 언론 보도나 사건의 성패로 이어지기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압박감에 시달린다.

검사로서 일할 때는 이런 검사의 입장에만 파묻혀서 막상 변호사의 사정은 알지 못했다. 법정에서 상대방으로 마주하다 보니 알 수 없는 적대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들이 어려움과 애환을 가진 '보통 사람'인 것처럼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며 사건 당사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없도록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의뢰인의 고통을 나누고 힘이 되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 '보통 사람'들인 것이다.

평생 검찰 문턱을 밟아보지 못한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어떠한 이유로든 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검사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사건 처리 지연이 당사자와 가족들 모두에게 시름과 근심의 세월로 돌아오기도 하고, 검사로서의 결정이나 말 한마디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검찰에서 일할 때는 미처 체감하지 못했던 당사자의 아픔들이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큰 고통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체감하게 된다.

누구나 다 표현하기 어려운 입장이란 것이 있다. 그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어쩌면 법률 시스템의 가장 바탕이 아닐까 싶다. 신기용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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