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거짓을 위한 찰라의 변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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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거짓을 위한 찰라의 변명 !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승인 2021-05-24 10:01
  • 수정 2021-06-24 14:01
  • 신문게재 2021-05-25 18면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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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주요 국정 책임자의 적격 여부를 가늠하는 인사청문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 역량과 전문성 및 도덕성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한 질문이나 추궁보다는 일반인들의 상식과 예상을 벗어나는(?) 질문과 답변 내용이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는 분노와 상대적 허탈감을 안겨주거나 황당함을 선물하여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해준다.

재산 형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면피성 해명, 병역과 세금 관련 진실 공방, 학위 취득과 논문 작성의 흠결 여부 및 진실 확인, 도덕과 윤리의 확증 편향적 해석과 입장 피력 등 최근의 인사청문회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한 재미와 자극을 주며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가까운 이들까지도 자칫 모멸과 치욕을 안겨줄 수 있는 모진 질문에도 최대한 예의를 지켜내며 설득하고 방어하려는 임명직 후보자들의 비굴한 저자세에는 대리만족을 넘어서는 동정과 연민을 갖게 되기도 한다. 저 자리가 도대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길래 지금까지 스스로 일궈온 온갖 명성과 평판이 송두리째 부정되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청문회에 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주요 임명직 후보군에 오른 다수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삶이 까발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으로 후보 추천 자체를 거부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인사청문회장에서 우리가 듣고 본 것은 소신과 철학에 기초한 강력한 국정 운영방안이나 실현 구상이 아니라 대부분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과 부인이었고 진실을 왜곡하거나 회피하는 때도 허다하다. 행위가 이루어진 당시의 관행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거나 배우자 탓을 하는 것은 인사청문회의 해묵은 전통으로 자리한 지도 오래다.



거짓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인류와 함께 존재한 가깝고도 익숙한 단어이다. 거짓을 바라보는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짓을 이루는 다양한 형태 중 하나인 위장이나 위선은 포식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거짓된 속임수에 불과하나 동식물의 세계에서는 그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거짓과 기만은 생존을 위한 절대적 생존전략으로 인정받는다. 상위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하여 색상과 모습을 바꾸기도 하고, 죽은 척하거나 심지어는 다른 새의 둥지에 새끼를 낳아 다른 어미가 자기 새끼로 알고 대신 키워주게도 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욕망과 본능만을 따르는 이기적 유전자의 선택을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는 인간종도 기꺼이 따라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를 참조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기 범죄율이 놀랍게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른 국가에 비하여 무고 건수도 비정상적으로 많아 특히 행정기관들이 정상업무를 수행하기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어느 학자는 거짓말하는 능력은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이므로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그럴듯하게 꾸며 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사랑을 받는 등 K로 시작되는 한류의 원천은 뛰어난 문화적 상상력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 일상화되고 사회구성원 다수가 관련되는 보편적 문제로 확장되자 철학의 영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거짓말이라는 단어는 도덕적 차원에서는 경멸적 뉘앙스를 주지만 정의한다면 진실과 언어 사이의 틈새를 가리킨다. 거짓말을 바라보는 철학사상도 칸트(Immanuel Kant)의 엄격한 거짓말의 금지에서 볼프(Christian Wolff)처럼 타자에 해가 되는 진실하지 않은 이야기로 한정하여 농담이나 재미로 하는 거짓말의 당위성을 인정하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복잡 다양하면서 사실과 관계들이 서로 다의적이며 중층적으로 간섭하고 의존하는 복잡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잡계에서는 단일하거나 단선적인 진실의 존재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세상은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복수의 진실이 존재하게 되었다. 거짓은 존재하지 않는가? 문득 장자의 한 구절을 복기해본다. /당신은 꿈에서 나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당신이 되었는가? 무엇이 거짓인가?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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