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뚜벅이 배달 알바 3건에 10800원, 다이어터에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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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뚜벅이 배달 알바 3건에 10800원, 다이어터에겐 제격

  • 승인 2021-08-24 10:16
  • 수정 2021-08-24 16:36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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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문화가 확산하면서 음식 배달 서비스 산업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요에 따라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예전엔 음식 배달원이라 하면 오토바이에 철가방을 싣고 달리는 이들이 연상됐지만, 요즘은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용돈 벌이를 위해 자투리 시간에 배달 가방을 직접 들고 전동킥보드를 타거나 걸어서 음식 배달을 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이나, 주부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달 알바(아르바이트)에 기자가 직접 도전해 봤다.

 

 


▲"아르바이트 신청이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아르바이트 시작 전 음식배달업체인 'B의 일반인 배달원이 돼보기로 했다.

업체에서 고지한 'B커넥트' 앱을 설치해 본인인증과 인적사항, 배달 지역, 이동수단을 입력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는 이들은 운전면허증을 촬영해 인증해야 했지만, 도보배달은 별다른 인증 없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후 배달 기본 교육 영상과 산업안전보건법, 배달 안전교육을 배울 수 있는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배달 기본 교육은 30분이 넘지 않았고, 안전보건교육도 1시간 정도 소요됐다.

90분 시청 후 초등학교 도덕시험 수준의 시험만 통과하면 1~2일 심사과정을 거쳐 바로 정식 배달원이 된다.

▲"나를 조종하는 건 AI?"=보다 신선하게 음식을 전달하고 싶어 5000원짜리 보냉 가방을 샀다. 점심시간을 노려 낮 12시에 앱을 키고 운행 시작 버튼과 신규배차를 눌렀다. 배차 방식은 두 가지다. AI 배차는 AI가 배달원의 이동수단과 거리를 고려해 배차한다. 일반 배차는 배달원이 직접 원하는 배차를 찾아 콜을 받는 방식이다. 처음이기 때문에 AI가 안내하는 대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배차를 기다린 끝에 신규배달 건 하나가 들어왔다. 배달 순서는 배차 수락-가게 도착-음식 픽업-전달 순이다.

기쁜 마음에 얼른 수락을 클릭하자 AI가 9분 후 픽업 예정이라는 지령을 내렸다. 늦지 않게 배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촉박했다. 음식을 받은 후 픽업 완료를 누르니 AI가 20분 후 배달 예정이라는 지령을 내렸다. 배달지까지는 20분보다 좀 더 걸리다. 또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음식까지 있어 음식물이 새지 않을지 가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다양한 결제 방식도 난관이었다. 선결제에 비대면 전달이면 확인을 위해 음식을 문 앞에 놓고 촬영을 해야 했다. 후불 결제는 카드의 경우 손님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해야 했고 현금의 경우 시재금을 준비해 돈을 거슬러줘야 했다. 배달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적잖이 당황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만원의 행복, 그리고 근육통을 얻다=첫 배달을 끝낸 후 3700원을 벌었다. 다시 배차를 기다렸지만 30분이 넘도록 콜이 들어오지 않았다. 인터넷에 이유를 검색하니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배달원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차를 해준다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신규 배달 건이 하나 더 들어오긴 했지만 점심시간이 끝난 후 2시간을 기다려도 들어오는 콜 수는 '제로'였다. 계속 야외벤치에서 기다리다 저녁 시간에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 5시, 다시 보냉가방을 들고 거리도 나갔다. 기다린 지 30분이 지난 후에야 콜이 들어왔다. 또 다시 AI의 조종이 시작됐고 런닝머신으로 두 시간은 쉬지 않고 달린 것 마냥 땀이 주륵주륵 흐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배달 후 몸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배달 3건 하는데 약 28km를 걸었고 총 10800원을 벌었다.

한 건 당 배달비 약 3700~4500원 정도니 소소하게 용돈 벌이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도보배달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직장인이 부업으로 이 배달 알바를 하려면 자차나 전동킥보드는 필수다.

단시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어 좋지만 신청이 간편한 만큼 사전에 배달원들에게 배달방법이나 안전교육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AI의 지시를 받아 걷고 뛰고 전달하다 보니, 어느덧 자괴감도 따른다.

배달 중 만난 한 자영업자는 "요즘 일반인 배달원들이 일으킨 배달 사고가 많다"며 "배달 수락을 해놓고 음식을 픽업하러 오지 않거나 음식 안전히 배달하지 못해 국물이 새는 등 그동안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식당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일반인 배달원들에게 대한 사전교육을 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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