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을 걷다] 레트로 감성에 물들다... 동구 '헌책방거리'

  • 경제/과학
  • 유통/쇼핑

[골목시장을 걷다] 레트로 감성에 물들다... 동구 '헌책방거리'

  • 승인 2021-09-30 09:33
  • 수정 2021-09-30 18:25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컷-골목시장


 


희귀서적 보물찾기·책 추천도…레트로 감성에 인기 끌 요인 '충분'

문헌·향토지·고전을 찾으러 오는 단골 많아..90년대엔 대하소설 인기  

 

KakaoTalk_20210927_143847897
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 거리.

광도식씨(77세)에게 헌책방 거리는 그의 보물 창고다.



이제는 절판돼 쉽게 시중에서 구할수 없는 책들이나 여러 사람의 손때와 함께 세월을 보낸 소설책, 그때 그 시절 아이돌 사진이 실린 잡지까지 헌책방에 빼곡히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 광씨의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이날 광씨는 상용 한자판을 사러 헌책방을 찾았다. 요새 들어 깜빡깜빡하는 기억력과 함께 한자의 음과 뜻이 드문 드문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30년전에 출간된 상용한자책이 얼굴을 내민다.

광씨는 책 위아래로 쌓인 먼지를 털고 이내 책안을 찬찬히 훑어 봤다.

작은 낙서 자국은 있지만, 이만하면 쓸만하다.

"얼마?"라고 붇는 광씨에게 헌 책방 주인은 손가락 두개를 들어 흔들었다.

검은 비닐 봉투에 광 씨에 건넨 2000원 대신 헌책방 주인은 상용한자책을 넣어 건넸다.

광 씨는 "헌책방 거리는 서점에는 구할 수 없는 책을 사러 가끔 들린다"며 "대부분 오래돼 읽기조차 어려운 책이지만, 일부 책의 경우 그 시절의 그 책이 아니면 당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많아 역사를 이해하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10927_143827597
헌책방을 찾은 한 손님이 책을 고르고 있다.
대전역 앞 중앙시장을 돌면 길가 양쪽으로 성인 키 만한 '헌책' 무더기들이 거리 거리 쌓여 있다.

동구 원동 메가프라자 1층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헌책방 거리다.

우리나라에서 헌책방 거리는 6.25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전쟁 후 황페화된 도시에 주인을 잃은 헌책들이 많아지면서 그 책을 파는 것으로 헌책방 골목이 시작됐다.

부산 보수동, 광주 동구, 대구역 지하 헌책방 골목이 모두 그렇게 형성됐다.

대전의 헌책방 거리는 1975년 원동 국민학교를 부근에 형성된 노점이 태초다. 그 이듬해 1976년에 중앙시장 A동에 입주했다.

이 헌책방 거리에서 제일 오래된 헌책방은 '신문당 서점'으로 추정된다.

KakaoTalk_20210927_143817634
대전의 한 헌책방 내부.
헌책방 골목의 전성기는 1980년대다.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1980년대에는 학생들을 상대로 교과서가 주로 팔렸다. 다른 도시에서 온 학생이 교과서를 교환해 가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장길산', '토지' 등 대하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10권, 16권의 대하소설집을 한번에 구입하기는 어려웠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권씩 한권씩 헌책방에 책이 나오면 또 한권씩 한권씩 책을 사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요즘은 온라인 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헌책방 경기도 예전같지 않다.

코로나 19로 손때 묻은 헌책방을 꺼리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옛날 책을 찾으러 오는 단골 손님은 꾸준하다.

역사 연구와 고증을 위해 일반 서점에는 팔지 않는 문헌·향토지·고전을 찾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

정년퇴직한 교수가 학교 도서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책을 기증하기도 한다.

41년째 헌책방거리에서 고려당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세철씨는학생들을 가르치는 기분으로 취미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북큐레이션(북과 큐레이션의 합성어인 '북큐레이션'은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서비스도 제공하는 장 씨는 "책을 추천하기 위해선 외국어도 알아야 하고 한문도 읽을 줄 알아야한다"며 "손님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손님에겐 책을 주기도 하고 논문을 쓰는 후배들을 위해 기증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