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골든글로브와 베이징올림픽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골든글로브와 베이징올림픽

  • 승인 2022-02-06 08:49
  • 수정 2022-03-25 13:59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김세환 교수
올해초 개최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지난해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님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주관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1944년부터 시작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로 한국 배우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의미 있는 자리였지만 현장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오영수님을 볼 수는 없었다. 골든글로브의 부정부패 의혹과 차별 논란 등으로 인해 오징어게임 제작진에서 시상식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장면이 스포츠계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무대는 제24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자국 정부 대표단을 올림픽 개·폐회식에 보내지 않겠다는 '외교적 보이콧'을 일찌감치 선언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하지만 정부 대표단이나 외교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조치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장 위구르 지역과 홍콩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반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국가들의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확실한 것은 대회를 위해 4년간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이 주목받아야 하는 올림픽에서 정작 미·중 양강의 정치적 이슈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스포츠의 정치화'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베이징 올림픽'을 키워드로 하는 최근 3개월의 기사를 분석해보면 올림픽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키워드로 '외교적 보이콧'(313.08)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90.51), 'IOC'(41.3)등 대회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와 비교해볼 때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이슈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포츠의 정치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국가대항전에서는 국제 정세에 따라 더 첨예하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에게는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는 베를린 올림픽이지만 스포츠史에서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독일의 민족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프로파간다의 창구로 스포츠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며, 냉전시대 개최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미국과 당시 소련이 서로 상대방의 국가에서 진행된 올림픽을 보이콧하면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물론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통한 이른바 '핑퐁외교'를 통해 적대적 관계하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스포츠가 정치에 긍정적으로 활용된 사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올림픽 헌장에는 스포츠의 정치적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번 올림픽과 관련하여 "외교적 보이콧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유용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올림픽을 정치화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림픽은 국가 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무대가 아니며 특히 스포츠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선진화된 우리 국민에게는 일부 국가에서 행하고 있는 보이콧 방법이 더욱 진부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올림픽 헌장을 이행하는 바람직한 자세라 할 만하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닌 참가하는 것 그 자체"라고 하며 어떤 메달을 따느냐보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그것이 올림픽 정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여자배구팀이 보여준 투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경기에서 최민정 선수가 보여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1~2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몇 개 대회 중 가장 낮은 성적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우리 국민은 다시 한번 뜨겁게 박수를 쳐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수들의 건투를 빈다. /김세환 한밭대 산학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2.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3.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4.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5.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1.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2.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