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B747의 아름다운 퇴장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B747의 아름다운 퇴장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2-06 10:58
  • 신문게재 2023-02-07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IBM PC, 소니 워크맨, 현대 포니, 보잉 747의 공통점은? 인고의 협업으로 탄생하여 각 분야에서 역사의 큰 획을 긋고 아름답게 퇴장했다는 사실이다. IBM PC와 소니 워크맨은 디지털 시대의 예고편이었다. 점보기는 장거리 항공여행의 개척자였다. 그렇다면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과 과학도시의 유사점은? 2호선은 1997년 금융위기로 연기된 이후 지금까지 계획 중이고, 과학 도시의 위상도 퇴색했으니, 대전다운 특색을 살리지 못한 '신기루 정책'이라는 유사점이 있다.

2023년 1월 31일은 B747의 새로운 시대가 닫힌 날이다. 1970년 첫 정규노선에 투입된 이후 54년여 만에 생산을 종료한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작된 1574번째 항공기는 Atlas Air가 사용할 화물기 747-8F이다. 화물기의 동체 기수 부근의 조그만 스티커가 이것이 마지막으로 생산된 B747이고 2016년 사망한 수석 엔지니어 조 서터를 상기시킬 뿐이다.



B747은 여객기 역사에서 새로운 신세계를 열었다. 이전의 B707은 최대 189명의 승객이 탑승 가능했지만, 점보기는 처음에는 최대 550명을, 나중에는 660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다. 이런 B747의 탄생도 가히 신화적이었다. 1965년 어느 날 보잉 CEO 윌리엄 앨런과 팬암 창업자 후안 트립이 연어 낚시를 즐기며 세계 최대 여객기를 만들자는 신사협정이 단초 였으니까. 공식 문서 없이 악수만으로 두 회사의 존망이 걸린 프로젝트가 성사되었다는 것도 전설적이다.

컴퓨터 설계와 가상 3D 모델이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생성되는 작금의 디지털 시대에 1960년대 중반 B747 엔지니어가 직면한 문제들은 상상조차 어렵다. 분명한 것은 팬암이 당시 금시초문의 차세대 광동체 항공기를 원했다는 사실이다.



후안 트립의 기준은 B707이었기에, 그의 아이디어는 간단히 B707 동체 두 개를 쌓는 이층 구조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1965년 폐기되었다. B747은 원래 대륙 간 승객이 유럽의 콩코드나 미국의 Boeing SST(1971년 폐기) 편으로 초음속 비행을 할 때까지 사용할 임시 항공기로 기획된 것이지만, 이후에도 화물기로 계속 사용되어야 했기에, 화물적재가 용이하게 기수를 위로 접을 수 있도록 조종실을 메인 데크 위로 이동시켰다. 이런 구조로 탄생된 것이 조종실 뒤편의 그 유명한 2층 객실이다. 1966년 4월 13일, 팬암 항공이 5억 2,500만 달러(현재 약 48억 달러) 상당의 B747 25대를 주문하면서 B747 프로그램은 공식 출범했다.

1966년 6월, 보잉은 워싱턴 주 페인 필드 군사공항 근처에 구입한 800에이커 습지대에 구축한 B747 생산 시설은 규모에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당시의 순수 아날로그 도구를 사용한 작업이었음을 상상해보라. 아무튼 B747의 설계 작업과 공장 건설을 병행한 결과, 시제품은 2년 내 비행 예정이었고, 출시일은 1968년 9월 30일이었다. 팬암이 발주 의향서에 서명한 지 3년, 오픈플랜 설계에 합의한 지 28개월 만에 새로운 하늘의 여왕이 탄생할 수 있었다. 1970년 1월 21일 뉴욕~런던 간 팬암 여객기가 첫 운항을 한 이후 1975년 이미 1억 번째 승객을 맞았고, 1993년 10월 1000번째 747기를 인도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렇다. 시드니 셸던의 소설 제목마냥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B747도 숱한 기록과 새로운 항공시대를 예고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맞이했다. 대전의 2호선은 계획 이후 사반세기를 넘겼다. 한때 과학도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대전의 위상은 신기루처럼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갈고 다진 흑토에 씨앗을 뿌리는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대전도 항공 신세계를 개척한 B747의 아버지 조 서터와 같은 도전과 의지로 재무장한다면, 그게 항공우주산업을 품은 과학도시이든 한국 최초의 트램도시이든 신기루가 아닌 신세계로 승화될 때 그 결실은 영원히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부처·위원회'의 세종시 이전… 6.3 지방선거 분수령
  2. '결국 일자리'…천안·청주, 청년친화지수 전국 상위권
  3. 역할 커진 의용소방대… 처우 개선·내부 개선 함께 가야
  4. [세종시의원 후보군 릴레이 인터뷰] 17선거구 김현옥 "현장서 답을 찾는 실천형 정치"
  5. 345㎸ 송전선로 대전 5개 자치구와 충남 14개 시군 영향권…"정부차원 재검토를"
  1. 퇴행성 관절염 치료 시대 열리나… 연골 '방패' 단백질 찾았다
  2. 민주당 세종시의원 후보 신청 38명 "검증 개시, AI도 도입"
  3. 지역서 키운 쌍둥이 경찰의 꿈… 건양대 글로컬캠퍼스서 현실로
  4.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5. [사설] 수도권 잔류 정부부처·위원회 세종 이전해야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국정과제 후속조치 하세월…충청 핵심 현안 지지부진

李정부 국정과제 후속조치 하세월…충청 핵심 현안 지지부진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 반영을 통해 충청권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후속 조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특히 혁신도시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주요 사업이 포함된 지역 과제 세부 계획 발표가 늦어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은 물론 국가 계획 반영 여부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19일 지방시대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맞춰 '17개 시·도별 7대 공약, 15대 지역 과제'를 확정하고, 이를 국가균형성장 종합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속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당..

충청권 혼인 늘고 이혼 줄었다…대전 조혼인율 전국 1위
충청권 혼인 늘고 이혼 줄었다…대전 조혼인율 전국 1위

대전과 세종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조혼인율을 기록하며 '젊은 도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대전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이 6.1건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1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24만 건으로 전년보다 1만 8000건(8.1%) 증가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2018년(25만 8000건)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국가데..

세종시·국회의원 `행정수도 명문화` 협력… 시기와 방법은 이견
세종시·국회의원 '행정수도 명문화' 협력… 시기와 방법은 이견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재차 주문한 ‘단계적 개헌’과 관련, 세종시와 세종시 국회의원이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에 검토 중인 6월 3일 지방선거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비상계엄 요건 강화, 지역균형발전 정신’을 담은 개헌 국민투표에 '행정수도 세종'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세종시는 19일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최민호 세종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세종시을)·조국혁신당 황운하(비례) 의원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번호판 키우고 더 뚜렷해졌다’…이륜차 전국번호판 도입 ‘번호판 키우고 더 뚜렷해졌다’…이륜차 전국번호판 도입

  •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 지역사회 든든한 파트너…제5주년 의용소방대의 날 개최

  • 이란 침략 전쟁 중단 촉구 기자회견 이란 침략 전쟁 중단 촉구 기자회견

  •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 도심 유휴공간, ‘스마트팜으로 대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