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트라우마’를 의식하고 함께 생각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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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트라우마’를 의식하고 함께 생각하는 사회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3-07-05 08:46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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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필 교수.
이제 우리 사회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됐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겪은 사람들이 겪는 정서적 사회적 장애를 말한다. 문제는 트라우마를 겪지 않는 것이 좋을 수는 있지만,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밖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트라우마를 겪고 싶어서 겪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귀 기울여보면 의심할 여지 없이 트라우마와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에 관한 얘기가 넘쳐난다.

사람이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공포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상처가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다. 트라우마 상황이 발생하면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불안, 걱정, 원망, 화남, 슬픔 등의 감정 반응이 나타나며 신체적으로도 피곤,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저림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트라우마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조건은 구체적으로 트라우마 사건으로 인한 불편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주관적인 고통이 심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라는 4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라고 한다.

첫째로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된 불쾌한 기억에 반복적으로 빠진다, 악몽을 꾸거나 극단적으로는 사건이 다시 일어난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때 몸은 경계를 낮추고 쉬지 못해 신경과 근육이 긴장한 상태를 계속하게 된다. 작은 것에도 깜짝 놀라거나 지나치게 주위를 살피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다음으로 트라우마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회피하려고 한다. 본능적으로 고통을 차단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하면 흔히 생각이나 기분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이 때문에 일상적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로 전쟁과 전투의 공포와 연관돼 진단되고 연구돼왔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이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에서 얘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상했고, 최근의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트라우마에 대한 얘기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회현상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 역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가 돼야 트라우마이고, 또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통증'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객관화할 수 있는 외적 현상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병을 앓을 때 나타나는 통증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도 겪는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사람마다 트라우마 치유가 다를 것이다.

이런 이유 대문에 트라우마의 진단에는 객관적 요소뿐만 아니라 경험하는 당사자의 주관적 진단도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주관적 요소가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판단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일시적이고 경미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트라우마로 진단한다면 진짜 더 심각한 증상을 겪고 있는 트라우마 환자에 대한 치유는 훨씬 복잡하고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라우마의 문제도 다른 건강문제와 마찬가지로 건강한가와 건강하지 않은가를 구별하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건강과 건강하지 못함이라는 구분이 넓은 스펙트럼을 이룬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이 스펙트럼의 각 부분에는 서로 다른 수준을 진단하는 방법과 그에 맞춘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트라우마의 이해와 치유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에는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경험하는 트라우마 경험자가 나타난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트라우마인지 그리고 그것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의사가 진단했다고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같이 개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요즈음에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는 컴퓨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함께 일하고 함께 놀도록 연결된 뇌만이 제대로 된 뇌라고 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협력과 양육,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기능을 하는 개인의 능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대한 진단과 치유는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해야 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끼어드는 사람이 단순히 무례하고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 최근에 어떤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층간소음으로 갈등할 때, 학교 폭력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 충돌할 때, 서로에게 어떠한 트라우마가 있었을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트라우마를 의식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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