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1-고려시대부터 사육된 연산오계(連山烏鷄)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 1-고려시대부터 사육된 연산오계(連山烏鷄)

‘오골계’라는 이름보다 ‘오계’로 더 오래 전에 기록
논산 연산오계(連山烏鷄)는 천연기념물 265호 보호
고려 신돈, 양기 보충 즐겨... 두보의 시에도 등장
우리 재래종 불구 일제강점기 유입설 잘못 알려져

  • 승인 2023-08-07 14:28
  • 수정 2023-08-21 18:42
  • 신문게재 2023-08-08 10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먹거리 홍수시대'이다. '먹방'이 대세가 된지 오래됐고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우리를 자극하며, 국적을 넘나드는 이른바 '퓨전 먹거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피자와 불고기의 조합에 김치와 햄버거의 만남은 더 이상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의 식문화 속에 우리 고유의 식문화가 퇴색되고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되는 요즘, 우리 지역 대전과 세종, 충남과 충북의 식문화와 먹을거리를 살펴보기 위해 '맛있는 여행'을 기획했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와 함께 우리 고장의 뿌리깊은 식문화를 즐겨보는 '의미있는 여행'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30806_165401215
농장에서 사유되고 있는 오계
1-고려 시대부터 사육된 연산오계(連山烏鷄)



예부터 검은 색 음식이나 약은 최고의 보약으로 뼈와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며, 소변을 잘나오게 하고, 귀를 밝게 하며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고 정력을 강화시키며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검은 색을 가진 다섯 가지 가축 중에 흑우(黑牛), 흑돼지[黑豚], 흑염소(黑髥昭), 흑토끼[黑兎], 오골계(烏骨鷄)가 있다.

오골계(烏骨鷄)를 오계(烏鷄)라고도 하는데, 세계식량기구(FAO)에 연산오계(連山烏鷄)가 1980년 4월1일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정되었다.

오계(烏鷄)가 언제부터 충남 논산군(論山郡) 연산면(連山面)에서 사육되었는지는 문헌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 중국의 고문헌(古文獻)을 보면 오골계(烏骨鷄)라는 이름보다 오계(烏鷄)가 더 오래 전에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 '신돈은 성품이 사냥개를 두려워하고 사냥을 싫어하면서도 방자하고 음란하여, 항상 오계(烏鷄)·백마(白馬)를 잡아먹어 양기(陽氣)를 보충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신돈을 늙은 여우의 정기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미 고려 시대부터 사육되고 있었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 받는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는 "愈風傳烏鷄, 秋卵方漫喫(유풍전오계 추난방만끽) 중풍을 낫게 하는 것은 오계라고 전하기에, 가을 계란을 한창 마음껏 먹고 있다네" 『두시상주(杜詩詳註)』 15권 [최종문수계책(催宗文樹鷄柵)]라고 중풍치료를 위해 오계의 계란을 먹었지만 고려의 요승(妖僧) 신돈(辛旽 ? ~ 1371년)은 정력제로 오계(烏鷄)와 백마(白馬)를 잡아먹었던 것이다.

고려 말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의 친구인 제정(霽亭) 이달충(李達衷1309~1385)이라는 문신이 있었다. 공민왕(恭愍王)15년(1366) '왕은 이달충이 명유(名儒)이므로 발탁하여 밀직제학(密直提學)에 임명하였다. 당시는 신돈(辛旽)이 막 국정을 장악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달충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신돈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이 하는 말이 공께서는 주색을 좋아하신다더군요"라고 하자, 신돈이 좋아하지 않았다. 이달충은 오래지 않아 파직되었다. 신돈이 죽음을 당할 때에 이르러 이달충(李達衷)은 칠언율시로 그를 비웃는 시를 지었다.

"威能假虎熊??(위능가호웅비섭)여우가 범의 위엄을 빌리니 곰들이 벌벌 떨었고,

媚或爲男婦女趨(미혹위남부녀추)여우가 남자로 변하여 호리니 여자들 줄줄 몰려들었지.

黃狗蒼鷹尤所惡(황구창응우소악)누런 개와 보라매 싫어하는 것은 마땅하나,

烏鷄白馬是何辜(오계백마시하고)오계와 백마는 무슨 죄란 말인가"라는 구절이었다.

『제정집(霽亭集)』 제4권에는 "신돈은 사냥개를 두려워하여 사냥을 싫어하였다. 그는 방종하고 음탕하여 늘 오계(烏鷄)와 백마를 잡아 조양제(助陽劑)로 먹었다"고 적고 있다.

대부분의 고문헌(古文獻)을 보면 고려시대부터 오계(烏鷄)라고 나온다. 그리고 검은 암닭을 오자계(烏?鷄), 검은 수탉을 오웅계(烏雄?)라 했고 털 빛깔이 희고 눈이 검은 백오계(白烏鷄)라고 나온다.『산림경제(山林經濟)』

오골계(烏骨鷄)가 일부에서 1936년 동아일보에 소개되었다 하여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들어 왔다고 주장 하나 이미 조선 중기부터 오골계(烏骨鷄)가 우리 문헌에 등장한다.

연산오계-문화재청 제공
천연기념물 제265호인 충남 논산의 '연산 화악리 오계'/출처=한국관광공사
조선 중기 의관(醫官)인 퇴사옹(退思翁) 양 예수(楊禮壽, 1530~1597)의 『의림촬요(醫林撮要)』에 처음 등장한 이후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와 1800년대로 추정되는 저자미상의 『본초정화(本草精華)』등에 등장한다.

다만 일제강점기 조선반도에 들어 온 오골계(烏骨鷄)는 털 빛깔과 살, 뼈 등이 모두 까만 오골계(烏骨鷄)가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 주로 사육하던 털이 부드러워 흔히 실키 silkie Silky, Silkie Fowl 등으로 불리는 흰색으로 살이나 뼈가 검다.

즉 실키오골계[Silkie Fowl]를 털색이 희다하여 백봉오골계(白鳳烏骨鷄)라고도 하는데, 1925년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 후 해방이 됨에 따라 문화재청에서 경남 기장군 기장읍 대라리(현:부산광역시) 오골계(烏骨鷄)를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135호로 재지정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질병으로 인하여 절멸되어 1981년 9월 17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시켰다.

이를 잘못 알고 인터넷 등에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가 마치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착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 모두 우리의 재래종이라 할 것이다.

KakaoTalk_20230806_165338122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오계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오계(烏鷄)의 암탉인 오자계(烏?鷄)는 털과 뼈가 모두 검은 것이 상품이라 했으며, 오장(五臟)을 편안히 하고 소갈(消渴)을 그치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단독(丹毒)을 제거하는 데 주약이며, 반위증(反胃症)을 치료하고 태아(胎兒)를 편안히 한다. 산후(産後)에 허하고 파리한 것을 보해주고, 옹저(癰疽)를 치료하면 고름을 없애고 신혈(新血)을 보한다'라고 나오며,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태동이 1달이 되었을 때 배가 아프면 오자계(烏雌鷄: 털이 검은 암탉)를 달여 먹이면 좋다'고 나와 있다.

중국 명나라 시절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1578년에 초고를 완성한 후 27년이 간 52권을 간행한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조선반도의 닭 가운데 장미계(long-tailed chicken)를 최고품으로 평가하면서 웅계탕을 세분화하여 단웅계(丹雄鷄), 백웅계(白雄鷄), 오웅계(烏雄鷄), 흑자계(黑雌鷄), 황자계(黃雌鷄), 오골계(烏骨鷄), 반모계(反毛鷄), 태화노계(泰和老鷄) 등의 약효를 달리한다 했으며, "오골계(烏骨?)에는 깃털이 희고 뼈가 검은 것, 깃털과 뼈가 다 같이 검은 것, 뼈와 근육이 다 같이 검은 것, 근육이 희고 뼈가 검은 것 등이 있다. 닭의 혓바닥을 보아서 빛깔이 검으면 근육과 뼈가 다 같이 검은 것이고, 이러한 오골계는 약효가 현저하다. 남자에게는 암탉이 좋고 여자에게는 수탉이 좋다. 그리고 오골계를 짓찧어서 환약으로 한 오계환은 부인의 모든 병에 유효하고, 또 푹 삶아서 먹기도 하고 그 국물을 마시기도 하며, 푹 삶은 것에 약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뼈를 가루 내어서 약으로 쓰기도 한다"고 쓰여 있다.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는 일반 닭에 비해 더 쫄깃하고 맛이 좋은데, 살이 검은 색이면 적근(red muscle)의 함량이 높아 쫄깃한 맛이 난다.

퍽퍽한 가슴살 부위도 식감이 우수한 편이다.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는 독특한 식재료에 있는 특유의 냄새나 조리 시 유의 사항도 없어서 그냥 닭을 마늘과 함께 물에 넣어 끓인 다음 간만 맞추면 된다. 물론,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면 더 좋지만 일반 닭과는 달리 이렇게 기본 재료만 넣어도 맛이 괜찮다.

오골계를 넣고 끓였다고 해서 국물은 검어지지는 않는다. 국물도 검은 경우는 아마도 오골계의 고기 색과 국물 색을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검은 깨 또는 능이버섯을 넣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오골계(烏骨鷄)를 우콧케이(烏骨?), 중국에서는 쓰위우구지(絲羽烏骨鷄) 또는 바이펑우구지(白鳳烏骨鷄)라고 말한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식생활문화전문가 프로필샷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는?

1947년 충남 공주 출신으로 현재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재경 충남도민회중앙회 자문위원장, 재경 공주향우회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산업대학원 초빙교수, 백석의료재단 이사장, 전국직업전문학교협회 회장, 서울관광호텔전문학교 이사장, (주)제네시스 비비큐 GFCA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KBS 도문대작', 'KNN 북평양냉면 남진주냉면/ 밀면을 아십니까?(2000년 SBS 창사특집)', '라디오다큐 : KBS 라디오 잃어버린 우리의 맛을 찾아서 5부작 (한가위 특집)' 등 다수의 방송작품과 TV다큐멘터리 제작 등에도 참여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시집 '무심차'를 펴냈으며 '김영복의 이야기가 있는 별미 산책', '한국음식의 뿌리를 찾아서'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캡처
▲2022년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서 열린 제19회 연산오계문화제 포스터/논산시 제공
wkfgg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LOL캐릭터 대전에 다 모였다. 페이커 보러 왔다 발복 잡히는 곳
  2. 세종 파크골프 전문가 키운다… 제2기 아카데미 활짝
  3. 김하균 행정부시장, 2년 9개월 세종시 동행 마친다
  4. [조상호 세종시장 공약 돋보기] 시민 소통 '핵심 플랫폼', 차별화로 승부하라
  5.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1. 표준연, 양자컴퓨팅 국내기업 美 현지진출 돕는다
  2. 아산시 온양6동 온주마을, 국토부 '우리동네 살리기 프로젝트' 선정
  3. 지역 안전문화 확립 업무협약 체결
  4. 아산신협, 장학금 400만원 쾌척
  5. 아산시, 교육 지원체계 전면 개편

헤드라인 뉴스


서천 노루섬에 전 세계 노랑부리백로의 2%.저어새 5% 서식 확인...서천지속협 모니터링 결과

서천 노루섬에 전 세계 노랑부리백로의 2%.저어새 5% 서식 확인...서천지속협 모니터링 결과

충남 서천군 앞바다의 작은 무인도인 노루섬이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새들의 최대 규모 번식지로 부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서천군지속협 기후생태환경분과위원회가 2일 환경부 특정도서인 마서면 노루섬과 유부도 인근 검은여 일대에서 실시한 2차 조류 모니터링 결과 전 세계 노랑부리백로의 2%, 저어새의 5%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이번 모니터링에는 충남연구원 정옥식 박사와 서천지속협 전홍태 위원, 홍성민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노루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천연기념물..

천안법원, 노조 지회장에 불이익 준 주류회사 관계자 벌금형
천안법원, 노조 지회장에 불이익 준 주류회사 관계자 벌금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은 노조 지회장에 불이익을 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 B씨에게 벌금 250만원, C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 등은 피해자가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노동조합 가입 및 지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사용자와 9회에 걸쳐 단체교섭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2022년부터 배송담당지역을 천안시에서 서산시, 당진시 등 원거리로 변경하는 인사발령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피해자가 2018년 5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보은군 속리산 연꽃단지, 연분홍 연꽃 활짝 피어
보은군 속리산 연꽃단지, 연분홍 연꽃 활짝 피어

보은군 속리산 천연기념물 정이품송 인근에 조성된 ‘속리산 연꽃단지’가 만개한 연꽃으로 장관을 이루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어지고 있다. 약 1만 6000㎡ 규모의 속리산 연꽃단지에는 4000여 포기의 연꽃이 식재돼 있으며, 연분홍빛과 흰빛 연꽃이 어우러져 한여름의 정취를 물씬 자아낸다. 단지 곳곳을 가득 메운 연꽃은 푸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가족 단위 나들이객은 물론 사진 애호가와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꽃단지는 데크 산책로와 잔디공원이 함께 조성돼 있어 연꽃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

  •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