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3-천년고도 공주의 맛 '퉁퉁장'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 3-천년고도 공주의 맛 '퉁퉁장'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3-08-28 1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묶음
필자가 직접 만들어본 '퉁퉁장'.'퉁퉁장'이라는 이름은 찌개에 두부 같은 내용물이 많아 자박자박하고 톱톱하여 끓을 때 '퉁 퉁 퉁'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충남 공주에는 속성장(速成醬)으로 '퉁퉁장'이라고 하는 향토음식이 있다.

이 '퉁퉁장'은 청국장류에 속하는데, 이 속성장(速成醬)을 평안도에서는 떼장, 띄움장, 함경도에서는 썩장, 황해도에서는 하룹장, 경상도에서는 담뿍장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공주의 '퉁퉁장'은 그 역사가 무려 1500여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인종 23년(1145)에 김부식(1075~1151)이 쓴 『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 20년조를 보면 오늘날 청국장류(靑麴醬類)인 '염시(鹽?)'가 나온다.

백제는 서기 660년 7월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였다.

당(唐)은 백제를 신라에 주지 않고 662년 방어에 유리하면서 중요한 거점 지역의 하나인 웅진(熊津 : 지금의 공주)지역에 웅진도독부(熊津都督府)를 두고 도독(都督)으로 왕문도(王文度)를 임명하여 백제 유민들을 다스리게 하였다.

이에 불만을 품은 신라는 당(唐)나라 군대를 몰아 부치면서 백제 땅을 잠식해 들어갔다.

당 나라 입장에서는 신라는 어디까지나 천자(天子)와 외신(外臣)인 책봉왕의 관계이다.

당의 주둔군 사령관인 설인귀 (薛仁貴, 614년 ~ 683년)는 천자 나라의 군대한테 이럴 수 있느냐며 문무왕에게 강력한 항의 편지를 보냈고, 문무왕(文武王)은 이에 대한 답서를 보낸다. 그런데 이 답서에 '염시'가 나온다.

"福信 ?勝 復圍 府城(복신 승승 복위 부선) 복신이 승승장구하여 다시 부성을 포위하였고

因 ? 熊津道斷 絶於鹽?(인 즉 웅진도단 절어염시)이로 인하여 곧 웅진길이 끊겨 염시가 끊겼으며

? 募 律兒 ?道 送? 救其乏困(즉 모 율아 투도 송염 구기핍인)즉시 율아를 모집하여 길을 훔쳐 소금을 보내주었으므로 그 곤핍을 구할 수 있었다."

당시 염시는 군사들에게 제공되었는데, 복신이 부성을 포위하는 바람에 웅진에서 보내는 염시가 끊겼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공주에서는 이미 염시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되고, 놀라운 것은 408년 백제 영토였던 전남 나주 흥덕리 고분에서 발굴된 묵서명(墨書銘)에서도 '염시'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당시 웅진을 비롯한 백제권 전역에 해 먹던 음식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백제의 맛 염시가 무엇일까?

여기서 구체적으로 염시에 대해 알아보자.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 본기 신문왕 3년(683)조를 보자.

왕이 김흠운(金欽運)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하는데 납채(納采)로서 미(米)·주(酒)·유(油)·밀(蜜)·장(醬)·시(?)·포(脯) 등 135수를 보냈다는 내용에 보인다. 여기에서 시(?)와 장(醬)을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한자 '시'는 1527년(중종 22) 최세진(1468~1542)이 지은 몽골어 학습서인 『훈몽자회』에서 젼국, 쳔국, 청국으로 청국장을 의미했으며, '장국(醬麴)'을 며주라고 하였다.

19세기 중엽에 쓰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시를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장(戰國醬)으로 부른다고 적고 있다. 1766년에 쓰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전시장(煎?醬)을 속칭 전국장(戰國醬)으로 부른다고 하면서 "서리가 처음 자욱이 앉을 때에 햇콩을 푹 삶아내고 짚자리로 싸서 온돌에 3일 동안 두어 실 모양의 곰팡이가 생기면 꺼내 찧어서 가지, 오이, 동아 조각, 무 따위를 섞어 먹는다"고 조리법을 자세히 적었다.

고문헌을 보면 '시'의 의미도 1500년대까지는 청국장을 의미했고, 1600년대 이후에는 청국장이 한자로 장(醬)이 붙은 전시장(煎?醬), 전국장(戰國醬), 청국장(靑局醬), 등으로 의미가 이상하게 왜곡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선 후기의 문신 김간(金幹, 1646~1732)이 1766년에 쓴 시문집 『후재집(厚齋集)』에도 "전국장(戰國醬)은 칠웅전쟁(七雄戰爭) 때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적혀 있다.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관찬사서 『일성록(日省錄)』 정조 20년 병진(1796) 2월 11일 외정리소의 절목가운데 "청국장(靑局醬)-때를 따라 절가 한다"라고 나온다.

문헌적 근거를 보더라도 시는 청국장(靑局醬)을 의미하는 것이고, 염시는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청국장(淸麴醬)을 말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공주는 콩을 생산하는 농가가 많았던 것 같다.

조선 후기 문신인 죽석(竹石) 서영보(1759년~1816년) 등이 쓴 『만기요람(萬機要覽)』에 보면 공주(公州)는 쌀 1석을 대신해 콩 2석을 세금으로 내라고 나온다.

그만큼 공주는 콩 생산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염시가 언제부터 '퉁퉁장'이라는 별칭을 같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자권(漢字圈)에서 우리말로 넘어 오면서 자연스럽게 붙여 진 이름인 것 같다.

KakaoTalk_20230822_170925951
충남 공주에 위치한 '원진노기순청국장' 전경.
KakaoTalk_20230822_170925951_01
'원진노기순청국장'의 한상 차림.
'퉁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햇 메주콩을 깨끗이 씻어 퉁퉁 불을 때까지 담갔다가 가마솥에 넣고 푹 삶아 베 보자기를 깐 소쿠리에 건져서 소창이나 또 다른 천으로 소쿠리를 감싼 후 깨끗이 씻어 말린 볏짚 조금과 함께 헌 이불이나 담요로 덮어서 아랫목 한쪽으로 따뜻이 2∼3일 모셔둔다. 퉁퉁장 띄울 때 쓰는 전용 헌 이불이나 담요는 가끔 햇볕 좋은 날 일광소독을 하여 모셔 둔 이유다.

콩에서 끈적끈적한 실 모양의 진이 많이 나오면 잘 발효된 것이다. 소금,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등을 알맞게 넣고 잠깐 찧어서 항아리 같은 그릇에 담아놓고, 찌개 끓일 때 먹을 만큼씩 꺼내어 퉁퉁장 찌개를 해 먹는다.

'퉁퉁장'이라는 이름은 '퉁퉁장 찌개'를 끓일 때 두부와 묵은 김장김치를 넣고 끓이는데, 혹자는 두부가 끓을 때 내용물이 많아 자박 자박하고 톱톱하여 끓을 때 퉁 퉁 퉁 퉁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박경희 작가의 '쌀 씻어서 밥 짓거라 했더니'에 염소 할매집 '퉁퉁장' 이야기가 나온다.

'염소 할매 집은 온 종일 퉁퉁장 냄새가 가득하다. 퉁퉁장? 쉽게 가자. 청국장이다. 여기에서는 청국장을 '퉁퉁장'이라고 한다. 퉁퉁하게 불어터진 콩을 삶아서 지푸라기와 섞어 여러 날 아랫목에 놔두면 아따 구리구리 똥구린내가 방안에 가득해 진다.'

이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퉁퉁장'은 물에 담가 퉁퉁 불은 콩으로 담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퉁퉁장'은 공주의 향토음식이지만 넓게는 백제음식으로 충남 전역에서 해 먹던 음식이기도 하다.

이순신의 7년-모은
정진주 작가의 소설 '이순신의 7년'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향집 음식으로 '퉁퉁장'이 등장한다.사진 왼쪽부터 소설 '이순신의 7년' 책 표지,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 장우성 화백의 1953년 작 조복좌상 영정으로, 충남 아산 현충사에 소장되어 있다. 1973년 정부에서 표준영정으로 지정했다.
정진주 작가의 대하역사소설 '이순신의 7년'에도 '퉁퉁장'이 나온다.

"수사 나리께선 고향 집 무신 음석이 생각나신게라우?"

"충청도 음석은 전라도 음석보다 못햐. 고향집 음석? 초겨울 따슨 밥에 퉁퉁장 올려 비벼 묵으믄 그만이지 머. 시래기 동태찜도 전라도에는 읎는 음석이구."

"퉁퉁장이 뭣인게라우?"

"여그 전라도 청국장인 겨 경상도 태생인 어 현감은 담뿍장이라고 허드구먼."

"수사 나리 음석 야그허다 봉께 배가 고파봅니다요"라는 내용이 나온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퉁퉁장'을 자신의 고향집에서 드셨다는 이야기다. 문헌적 근거 여부를 떠나 재미를 더해 당시의 음식을 잘 유추해서 쓴 소설이라 하겠다.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과 고향의 옛집을 생각하면 윗목에 헌 이불에 고이 덮어진 퉁퉁장 바구니에서 나는 쿵쿵한 냄새와 소반 위에 올려 진 두부와 신김치를 잘게 썰어 넣은 자박한 퉁퉁장 뚝배기의 맛이 어우러져 그리움은 더욱 진해 진다.

퉁퉁장의 콩은 주로 메주콩이라 불리는 대두 콩을 이용한다. 가마솥에 푹 삶은 콩에 볏짚을 넣어 자연발효를 시키므로 볏짚의 바실리스균 뿐만이 아닌 공기 중의 바실리스균에도 영향을 받는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식생활문화전문가 프로필샷
김영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2. 서남학교 설계 본격화… 2029년 개교 추진
  3. 대전우리병원, 혼합현실(MR) 기기 착용한 척추수술 첫 시행… 첨단 디지털과 의료 결합 시험무대
  4.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5.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1.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2.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3.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4. 한국청소년연맹 대전·세종·충남연맹, 제6대 모영선 총장 취임
  5. [현장취재]박상도 대한노인회 대전시연합회장 미수 기념 회고록 <사랑의 발자국> 출판기념회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