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갑진년에는 갑질없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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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갑진년에는 갑질없는 세상을

김정환 한국영상대 경찰범죄심리과 교수, 전 세종경찰서장

  • 승인 2024-02-06 10:44
  • 신문게재 2024-02-06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정환 서장
김정환 한국영상대 교수, 전 세종경찰서장
요즘 많은 언론에서는 직장 내 갑질이 빈발하여 조직을 병들게 하고 조직 구성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갑질이란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상대방인 을(乙)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甲)이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말하며 이 용어는 뉴욕타임지에 소개되어 부끄러움을 동반한 '글로벌'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갑질의 근거 규정을 보면 '사적 노무 요구금지', 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행위 금지, 감독기관의 부당한 요구금지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를 통칭 갑질이라고 합니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일반 국민 2000명을 상대로 갑질의 심각성 인식 수준과 피해 경험 유·무 등을 조사한바 응답자 4명 중 1명이 '갑질을 경험하였다'고 하며, 응답자의 79.4%가 '우리 사회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답을 했습니다. 또 56.4%가 '과거에는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최근에는 갑질'이라고 답해 갑질에 대한 국민 의식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자체 간부가 1박 2일 워크숍에서 심야에 직원에게 라면을 끓여 오도록 하고, 팀원에게 수년간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국장이 근무 중인 직원들 동원하여 자기 아들 가게 개업식을 도와주게 하거나 이삿짐을 날라주게 하는 등 공공분야에서 갑질 사례를 심심찮게 목격합니다. '어디서 6급 따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팀장보다 먼저 퇴근하는 데가 어디 있냐?'라던가 팀 회식 시 여직원에게 상사의 옆에 앉아 술을 따르도록 하는 등 민간 사기업 분야에서의 갑질 사례도 연일 보도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갑질은 조선 시대에도 성행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면신례'라 하여 과거를 통과한 신입 관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신입은 기존 상급자들에게 술과 고기 등 거한 음식을 대접하면서 벌을 받게 되는데 붓으로 얼굴에 낙서하기, 오물 만진 손을 씻은 물을 마시게 하거나 진흙탕에서 구르기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괴롭혔으며 이 과정에서 주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먹다가 사망하기도 하였다 합니다. 장원을 아홉 번이나 했다는 구도장원공 율곡 이이는 '면신례'를 경험하면서 "신참의 옷을 찢고 진흙 속을 구르게 하여 자존심을 잃게 하고 염치를 버리게 한 뒤에 관리가 되면 이 무슨 꼴이냐"라며 한탄했다고 하며 공직자의 표상이자 청렴의 대명사인 다산 정약용도 절름발이 걸음으로 게를 줍는 시늉을 하고 수리부엉이 울음을 흉내 내는 일 등 선배들이 시키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아 미움을 샀다는 일화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갑질을 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살펴보면 승진에 목이 메거나 코 앞인 사람,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고 똑똑한 척하는 사람, 나서기 좋아하고 상사의 신임이 크다고 착각하는 사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 등이 갑질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재,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인데…. 그 친구 내가 데리고 있었는데…" 부하직원, 후배 직원은 나랑 같이 근무하는 소중한 동료이자 파트너이지 데리고 있는 대상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런 말투를 쓰는 상사가 정년퇴직 후 데리고 있을 대상은 주인을 잘 따르는 반려견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안영의 마부가 마치 자신이 안영인 양 거들먹거리는 안자지어(晏子之御)보다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존중하고 배려하는 등라계갑(藤蘿繫甲)의 자세야말로 2024 갑진년, 갑질 없는 한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정환 한국영상대 경찰범죄심리과 교수, 전 세종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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