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3년에 만난 특별한 인연,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2023년에 만난 특별한 인연,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

남면중학교 전문적학습공동체 이야기
김두리 남면중학교 교사

  • 승인 2024-02-15 14:40
  • 신문게재 2024-02-16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태안_남면중 교사 김두리 증명사진
김두리 교사
2023년 3월, 학교 구성원이 대거 바뀌고, 국어, 미술, 가정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전입해오셨다. 3월 1~2주를 거치며 세 분이 학교 구성원 누구보다도 수업을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크고,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학교에서 다소 소홀히 운영되던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을 이분들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우리의 공동체 이름은 바로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였다.

독특한 전문적학습공동체의 이름은 내가 겨울방학 중 감명 깊게 읽었던 독서교육 도서인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라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책 한 권 읽지 않던 내가 온라인 독서 소모임을 통해 일주일에 최소 3번씩 '하늘이 두쪽 나도 하루 두쪽 읽기(줄여서 '하두하두')'를 실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아주 적은 분량이라도 꾸준하게 책을 읽게 된 나는 '독서의 힘'을 알게 되었고, 이 독서의 힘을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 독서하기 이전에 서로 간의 래포를 쌓는 것이 중요했기에 모든 교사가 전교생을 가르친다는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들과의 수업, 학급 활동 등이 담긴 교단일기를 공유해보기로 했다. 교단일기 공유를 통해 형성된 래포를 토대로 '함께 하는 독서'를 추진하고, 독서를 넘어선 더 큰 무언가에 함께 도전하고자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우리는 4월부터 7월까지 각자 6편의 교단일기를 남겼다. 미술 선생님은 학생들과의 수채화 도전기를, 나는 독서를 기반으로 한 5·18 계기수업을 통해 감동한 이야기를 일기로 남겼다. 교단일기 공유를 통해 선생님들이 수업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고민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1학기 동안 교단일기를 남기며 수업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며 래포를 쌓은 우리는 2학기에 좀 더 특별한 활동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2학기에 먼저 추진한 활동은 '전문적학습공동체 역량 강화 활동'이었다. 학생들과 '회색인간'이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독서토론 행사를 함께 추진했던 국어, 가정 선생님과 책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함께 일기'에서 '함께 읽기'로 확장한 것이다. 멋진 신세계 또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인간의 존재 이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기에 독서토론 행사의 연장선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연극 '멋진 신세계'를 관람했다. 책과 연극을 통해 디스토피아 소설을 수업이나 체험활동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한 우리는 2024년에는 보다 깊이 있는 독서토론 활동을 추진해보기로 다짐했다.

역량 강화 활동 뿐만 아니라, 공동체 선생님들이 모여 '융합 수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소설 '꺼삐딴리'를 다루는 국어 수업 시간에는 역사 전공자인 내가 10분 동안 잠시 학생들에게 소설의 배경(일제강점기~6·25 전쟁 이후)을 설명해주는 팀티칭을 진행했다. 역사 수업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과 인권침해(홀로코스트 등)를 학습한 후 영화 '피아니스트'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마주한 학생들은 미술 수업 시간에 공공미술의 형태로 학교 벽면에 '반전·평화 디자인' 테이프 벽화를 표현해냈다. 이는 각각 역사, 미술 교과 수행평가에 반영되면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까지도 이뤄냈다. 그리고 국어 시간의 시 창작하기와 미술 시간의 명화 수업을 융합한 결과, 명화와 시가 어우러진 재구성 작품들이 국어과 수행평가에 반영되고, 학교 도서관에 전시되었다. 그동안 우리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특별한 수업들이 1년 만에 다양하게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 힘은 바로 우리의 전문적학습공동체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2023학년도를 마무리하는 지금, 올 한 해가 수업으로 참 뿌듯했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 업무에 치여 수업 연구에 소홀했던 내 모습이 한심했는데, 2023년에 만난 특별한 인연으로 다양한 융합 수업을 추진해봄에 따라 수업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언젠가 우리가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이 공동체를 통해 만들어낸 특별한 경험을 잊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층 성장해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한다.

/김두리 남면중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체육회-더보스턴치과병원, 체육인 구강 건강 증진 업무협약
  2. [숏폼영상]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 공기 마시는 방법
  3. 백석대, 건학 50주년 기념 기독교박물관 특별전 '빛, 순간에서 영원으로'
  4.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5. 남서울대, 제2작전사령부와 국방 AI 협력 업무협약 체결
  1. 천안시, 성고충상담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2.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3.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4. 아산시 영인면행복키움, 지역복지네트워크 업무 협약 체결
  5. "기적을 만드는 5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직접 해보니

헤드라인 뉴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대전 유성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유성온천’입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과거 유성온천은 조선시대 임금님이 행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유성온천은 과연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까요? 유성온천의 기원은 무려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한 온천과도 같은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다는 유성온천 탄생의 전설을 전해드립니다. 금상진 기자유성온천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을까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한..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6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고초를 겪고 있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특히 5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정도로 불안정한 투수진은 한화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2일 KBO에 따르면 한화는 올 시즌 11승 17패 승률 0.393의 성적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8위에 올라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3승 7패로, 이달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진 상태다. 중위권과는 2경기 차로 뒤처진 상황이며, 9·10위권과는 단 0.5..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전쟁유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쟁 시설 조성에 동원된 인력과 그 과정도 유적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제국 일본의 영역이었으므로 지배를 강압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준비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저서 '한반도의 일제 전쟁유적 활용, 해법을 찾아'에서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전쟁유적은 일본 침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동원의 역사에서 피해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며 "피해자성이란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