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한민국의 쏠림 현상에서 뛰어 내려라!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대한민국의 쏠림 현상에서 뛰어 내려라!

김정태 배재대학교 영어과 교수

  • 승인 2024-02-26 15:59
  • 신문게재 2024-02-27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4010801000544400020711
김정태 배재대학교 영어과 교수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쏠림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 나타난 의대 쏠림 현상, 영화계 천만 영화, 서울 수도권 인구 집중화 등이 쏠림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쏠림 현상들은 사회적으로 극심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대학 입시에서 나타난 의대 쏠림 현상은 교육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를 불러왔다. 이로 인한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과 증원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강대강 대치는 위급한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줄타기로 이어지고 있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 정원 대폭 증원은 우리 교육계의 의대 쏠림 현상을 보고 표를 의식한 정책 결정으로 보인다.

우리 영화계 천만 영화의 등장도 문화적 쏠림 현상의 일종이다. 이순신 시리즈의 첫 영화인 '명량'은 1700만 명의 관객을 모아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범죄도시' 시리즈는 3연타석 천만 영화로 등극했다. 최근의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도 1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천만이라는 수치는 우리나라 인구의 20%나 되는 사람들이 하나의 영화를 관람한 역사적 기록이다. 반면에 다른 많은 영화는 이들 천만 영화들에 밀려서 개봉할 극장도 잡지 못 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쏠림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인터넷 공간이다. 포털 사이트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공개해 접속자들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뉴스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대중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높은 콘텐츠로 몰려가서 클릭을 하며 쏠림 현상에 편승하고 있다.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를 덩달아 즐기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낮은 다른 정보의 선택권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남들이 즐겨 보는 콘텐츠를 따라서 클릭하면서 함께 열광하며 한 놈만 패는 마녀사냥에 동참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쏠림 현상은 바로 서울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일 것이다. 2022년 12월 현재,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등록 인구는 2598만5000명으로 대한민국 총인구의 50.5%이다. 수도권의 면적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1.8%인데 인구는 거의 50%가 몰려 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거주 쏠림 현상은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구 절벽 현상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 말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인구 쏠림 현상은 지역 소멸로 이어지고 있어, 지방 대학교들의 존립 또한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쏠림 현상은 획일적인 교육을 양산해 오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초중등 교육은 대학 입시에서 '인서울'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의 적성과 흥미와 재능과는 전혀 무관한 전공을 선택하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서울에 소재한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목표가 되었다. 이것은 고등학교 현장에서 모든 교육의 목표가 내신과 수능시험을 대비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시험을 대비하는 획일적인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죽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쏠림 현상은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나타난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수많은 인파가 밀집된 골목에 갇혔는데도 후방에서는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쏠림 현상에 올라타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한 방향으로 질주하는 대중들의 무리에 동참할 때 자신의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지적, 육체적 노동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추락할 것이다. 더 이상 남들이 몰려간다고 해서 나도 따라가는 쏠림 현상에 올라타서는 미래가 없다. 명저 '콘트래리언'의 저자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권한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검색어를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따라가는 쏠림 현상에 올라타서는 혁신은 일어날 수 없으며, 위기의 시대를 맞아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쏠림 현상에서 뛰어내리길 권한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영어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