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96강 위민명판(爲民名判)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96강 위민명판(爲民名判)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4-04-23 10:4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96강: 爲民名判(위민명판) : (권력에 굴하지 않고)백성을 위하여 훌륭한 판결을 내렸다.

글 자 : 爲(위할 위). 民(백성 민). 名(이름 명/ 훌륭하다). 判(쪼갤 판/ 판결하다)



출 처 :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

비 유 : 외압(外壓)에 굴(屈)하지 않고 정의(正義)에 입각하여 내리는 판결.





법(法)이란 글자의 뜻으로 보면 水 + 去의 회의 문자로 물처럼 순리대로 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 본래의 뜻은 水 + ?(해태 치) + 去라는 글자의 조합으로 된 글자이다.

여기서 水는 올바르기(平直)가 수면(水面) 같음이요, 치(?)는 신비한 동물로 이 짐승이 닿으면 그 사람에게 죄가 있고 없음을 판단할 수 있다는 동물이다. 거(去)는 '제거'이다.

따라서 법은 물과 같이 공평하게 죄(罪)를 조사하여 바르지 아니한 자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東亞漢韓辭典/ 동아출판사. 東洋思想辭典/ 우문당출판사)

조선 제21대 영조(英祖)와 22대 정조(正祖) 때 권엄(權?)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성판윤(지금의 서울시장)을 거쳐 병조판서를 지냈는데, 권력(權力)의 위세(威勢)에 굴(屈)하지 않고 바르게 재판(裁判)하기로 유명했다.

권엄은 1729년생이니 다산(茶山/ 정약용)보다 33세나 많은 대선배였다. 그는 특히 천주교 신자들을 극히 미워하여, 이가환? 이승훈? 정약용까지를 모두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폈던 사람이기도 했다.

천주교도들에게 강경한 입장이던 권엄이었지만, 다산(茶山)이 저술한 『목민심서』에서 그런 사감(私感)은 모두 잊고, 권엄이 한성판윤 시절 훌륭한 인간사랑의 정책을 폈던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여 '형전육조(刑典六條)에서 다음과 같이 칭송했다.

판서 권엄(權儼)이 한성판윤(漢城判尹)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어의(御醫/ 왕의 주치의) 강명길(康命吉)이 왕의 총애를 믿고 마음대로 행동하니, 조정(朝廷)과 민간(民間)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강명길이 서문(西門)밖 교외에 땅을 사들여 그 어버이를 이장(移葬)하고, 산 아래에 오래전부터 있던 민가 수십 호를 모두 사서 10월 추수 후에 집을 내놓고 나가기로 약속하였는데, 그 해 가을에 흉년이 들어 민가에서 약속대로 하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

그러자 강명길이 종들을 시켜 쫓아내겠다고 한성부(漢城府)에 가서 고소하였으나, 권엄은 백성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강명길이 백성들 몰아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강명길은 왕(정조)에게 부탁했고, 왕은 승지(承旨)를 시켜 가만히 판윤을 달래어 다시 고소가 있으면 포졸을 출동하여 민가를 몰아내게 하라고 분부하였다.

다음 날 강명길이 다시 고소하였으나 권엄은 전의 판결대로만 하여 조금도 변동이 없었다.

이날 왕께서 승지를 불러 책망하는데, 우레 같이 무서운 그 상감의 진노에 듣는 사람들이 모두 목을 움츠렸다. 승지가 권엄에게 가서 그 사실을 전하니 권엄이 말하기를,

"백성들이 당장 굶주리고 추위가 뼈에 사무치니 쫓아내면 모두 길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죄를 입을지언정 차마 이 일을 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나라를 원망하게 하지는 못하겠다."고 하였다.

그 이튿날 강명길이 다시 고소하였으나 권엄은 전번의 판결을 따를 뿐 조금도 변동이 없으니, 듣는 자가 모두 위태롭게 여겼다. 수일 후에 왕께서 권엄을 불러 이르기를, "내가 조용히 생각하니 그대 판윤의 하는 일이 참으로 옳다. 그대는 참으로 충직한 사람이다. 그대는 참으로 얻기 어려운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권엄이 이 말을 듣고 "우리 임금께서는 역시 만인지상(萬人之上)이다"라고 하며 감격하여 울었다고 한다.

그 임금에 그 신하이다.

우리는 권엄 같은 입법권(立法權)자들과 사법권(司法權)자들을 필요로 한다. 또 정조대왕 같은 통치자도 그리워한다. 민생(民生)과 민권(民權)을 그렇게 높게 여겼던 권엄, 그런 신하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통치자,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강한 메시지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법(法)은 입법자(국회의원)가 입법(立法)해서 모든 국민들이 법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입법자는 윗자리(上位)에 있고, 법을 지키는 국민들은 아랫자리(下位)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법을 지킴에는 만인(萬人)이 평등(平等)해야 한다. 오직 입법하기 전(前)에는 상위(上位)에 있을 지라도 입법한 후(後)에는 하위(下位)로 돌아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록 법 위에서 법을 제정한 자라도 법을 선포한 후에는 법의 밑으로 내려와서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가 만든 법(法)에 자기가 범(犯)하여도 국가는 용서(容恕) 없이 처단(處斷)해서 제거(除去)해야 하니 이것이 법(法)이 수면(水面)처럼 평등(平等)한 것이다.

국가의 권력분립 원칙은 국가권력의 분리와 합리적 제약을 통하여 권력(權力)의 남용(濫用)을 방지하고, 이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으로, 권력 상호간의 견제(牽制)와 균형(均衡)을 통한 국가권력의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어떠한가?

언제부터인가 사법부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눈치를 보며, 재판의 공정성(公正性)을 훼손(毁損)하는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인사들에 대한 재판(裁判)과 판결(判決)은 법전문가가 아닌 일반국민이 인식하기에도 상식이하의 공정이 결여되어 있다.

국가가 바로 서려면 법이 공정히 집행되어야하고, 법이 공정히 집행되려면 입법자와 사법부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사익(私益)을 헌신짝처럼 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힘 VS 민주당' 2026 세종시 리턴매치, 총성 울린다
  2. 가원학교 건물 흔들림 원인 밝혀지지 않았는데 증축 공사?… 행감서 질타
  3. 대전대 사물인터넷 혁신융합대학, 12개 기업과 인재 양성 업무 협약
  4. 세종 '빛축제' 민간 주도 한계...공공 참여 가능할까?
  5. "100만 도시 만든다"… 충남도, 국가산단 조성·치의학연 유치 등 천안 발전 견인
  1. 충남 태안에 '해양치유센터' 문 연다
  2. 한화그룹, 2025 한빛대상 시상식... 숨은 공로자 찾아 시상
  3.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4. 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 손길에… 공원 철제 가림막 웹툰 벽화로 변신
  5. 목원대 올해 첫 성탄목 점등…학생과 주민에게 특별한 야경 선사

헤드라인 뉴스


李 “지방 우선·우대 원칙 명확…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 법제화”

李 “지방 우선·우대 원칙 명확…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 법제화”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도록 지방 우선·지방 우대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 법제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처음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정부와 지방정부가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 등과 관련된 정책을 모색하고 심의하는 제2의 국무회의로,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2년 1월 처음 시작해 9회째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30년 동안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이 많이 성장했고 주민들의 행정 참여 또한..

`임대아파트 사업권 대가` 뇌물 주고받은 대전 조합장·임대사업자 2명 덜미
'임대아파트 사업권 대가' 뇌물 주고받은 대전 조합장·임대사업자 2명 덜미

임대아파트 사업권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대전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뇌물을 건넨 임대사업자도 함께 구속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대전지역의 한 주택재개발조합에서 사업권 낙찰 편의 제공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조합장 A(70대)씨와 임대 사업체 대표 B(50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브로커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전지역 주택 재개발 조합의 임대아파트 사업권 낙찰을 위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대사업자 A씨는..

검찰, 1년간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검찰, 1년간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대전지방검철청 홍성지청이 1년간 110명으로부터 94억 원을 편취한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4억 2000여만 원을 추가로 밝히는 동시에 보이스피싱 총책의 신원을 확인, 해외 공조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지청은 12일 오전 청내 대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구속 기소,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피고인들 전원의 금융계좌·가상자산 계정 등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특경(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

  • ‘나눌수록 맛있다’…따뜻한 겨울나기 김장 대봉사 ‘나눌수록 맛있다’…따뜻한 겨울나기 김장 대봉사

  •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