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갑천 둔치에 물놀이장을 조성한다는 대전시의 헛발질 당장 멈춰야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갑천 둔치에 물놀이장을 조성한다는 대전시의 헛발질 당장 멈춰야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4-06-17 11:26
  • 신문게재 2024-06-18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12001001576700062641
박양진 교수
유성구 전민동에 20여 년 가까이 살면서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까운 갑천변의 산책로를 걷는 일이다. 천변 산책로에서 갑자기 고라니를 만나거나 탑립보 수변에 모인 아름다운 철새들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도시인이 누리기 불가능한 큰 행복이다. 봄이나 가을에 날씨가 적당하면 자전거를 타고 갑천과 유성천을 따라 충남대까지 출퇴근을 해서 건강도 챙기고 에너지 절약에도 동참한다. 역시 대전의 가장 훌륭한 생태 환경 자원은 갑천,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 유역과 병풍처럼 이를 둘러싼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계룡산 등과 이를 이어주는 둘레산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전시가 대전컨벤션센터 앞 갑천의 둔치 일원에 160억 원을 들여 대규모 물놀이장을 조성하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이미 확정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민들이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서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공용 공간인 하천의 둔치에 대규모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수많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귀중한 혈세를 무분별하게 낭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먼저 하천과 제방 사이의 공간인 둔치에 고정시설물을 건설하는 일은 둔치의 기본 기능을 부정하는 일이다. 대전시가 둔치에 건설하려고 하는 것은 1만 8000㎡의 면적에 수영장, 어린이 수영장, 물놀이시설, 탈의실, 샤워실 등의 지상 시설물이다. 이는 하천의 수량이 늘어났을 때 수로의 흐름을 방해하여 범람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과거에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둔치 수변공원 조성에 대하여 하천 관리에 부적정하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금강유역환경청은 대전시의 이번 하천점용 계획을 반드시 불허하여야 한다.

둘째, 갑천의 둔치는 말 그대로 수변공간이다. 전민동에 살면서 여름마다 집중호우로 인하여 갑천 수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양옆의 둔치가 모두 완전히 물에 잠겨 범람하는 일을 자주 목격해 왔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이러한 범람은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다. 둔치의 물놀이장 관련 시설이 잠깐이라도 홍수에 잠긴다면 이를 청소하고 소독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은 수천만 원의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우기 동안 침수 방지를 위해 차단막을 설치한다는 미봉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고 우기는 일이다. 이미 갑천과 유성천의 합류 지점에 2010년에 90억 원을 투입해 물놀이장을 개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하절기 집중호우시 침수가 자주 발생하고 수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이미 운영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



또한 새로 조성하려는 갑천 둔치의 물놀이장은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신세계백화점과 대전컨벤션센터가 인접해 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야외수영장을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규모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물놀이장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이용해야 하고 이를 위한 주차장이 있어야 되는데, 둔치에 주차장을 추가로 만들 수도 없고 인접 지역에도 편하게 이용할만한 대형 주차시설이 없다. 결국 입지적으로 이용하기 매우 불편한 시설이 될 것이다.

넷째,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기후 위기를 겪고 있고 갈수록 기온은 상승할 것이다. 고온과 고습의 조건에서 야외 물놀이장을 뙤약볕에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햇빛을 피할 그늘조차 없는 둔치의 야외 시설에서 한가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무모한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또 비가 내린다면 물놀이시설은 당연히 휴업해야 할 것이다. 갑천 둔치에 건설한다는 대전시의 물놀이장은 결국 건설 비용과 유지 비용으로 국민의 세금만 밑 빠진 독처럼 쏟아붓는 쓸모없는 시설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전시는 갑천 둔치에 물놀이장을 조성한다는 무모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대전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실질적으로 민생에 도움이 되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한 금강유역환경청도 대전시의 하천점용 신청을 원리원칙에 따라 불허해야 한다. 대전시가 일방적으로 '개발'과 '건설'공사를 추진함으로써 대전이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생태 환경 자원을 되돌이킬 수 없게 망치는 일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AI디지털교과서 연수 받으러 1박 2일 대전서 사천·통영까지? 일선 교사들 "이해 불가"
  2. 대전 내 학교도서관 사서 배치된 학교는 10곳 중 3곳뿐 "관리 인력 증원 필요"
  3. 고령층 취·창업자 증가세… 정년연장 논의 탄력받나
  4. [사설] 심우정 검찰총장, '국감장 발언' 의미
  5. 돌봄윤리와 장애인 돌봄정책-현실과 고민들-
  1. [사설] 수돗물 안정적 공급, 취수원 다변화도 뒤따라야
  2. 대동천 오염, 지천 중 가장 심각…집단폐사 불렀나?
  3. 대전교원단체, 학생 분리조치 수업방해학생지도법 통과 촉구
  4. [부여 무장간첩사건 29주기] 나성주·장진희 '2024 경찰영웅'… 고 김학구 경감은 기록 남겨
  5. 산흥초등학교, 굿네이버스 대전지부에 알뜰시장 수익금 후원

헤드라인 뉴스


산업용 전기료 내일부터 9.7% 인상… 지역 중기 `발등에 불`

산업용 전기료 내일부터 9.7% 인상… 지역 중기 '발등에 불'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인상된다. 대기업이 주로 쓰는 전기료가 10.2%, 중소기업은 5.2% 오르는 것인데, 경기침체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인상 방안을 보면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

특별교부세 확보 잇따라 … 대전 교육계 현안 탄력
특별교부세 확보 잇따라 … 대전 교육계 현안 탄력

교육환경 개선과 시설 노후화 해소 등 해묵은 대전 교육계의 각종 현안이 탄력을 받게 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교육부 하반기 특별교부세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나오는 기대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대덕)은 이번에 23억 3500만 원을 따냈다. 세부적으로는 이번 교육부 특교세는 △동도초 천장교체(석면철거) 8800만원 △중원초 체육관 개보수 10억 5500만원 △신탄진고 체육관 전면 보수 11억 9200만원 등이다. 박정현 의원은 "교육부 특교세가 확보됨에 따라 대덕구 내의 교육여건 개선이 이루어지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세종시 중학생 `타 지역 고교 유출` 해마다 증가세
세종시 중학생 '타 지역 고교 유출' 해마다 증가세

세종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타 지역 고교 유출이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30·40 젊은층 부부의 거주지 선택 1순위가 자녀 교육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세종시교육청의 정책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인호(더불어민주당·보람동) 세종시의원은 10월 23일 오전 보람동 시의회청사에서 열린 제93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 같은 현주소를 짚으며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다. 유 의원이 이날 공표한 자료를 보면, 졸업 후 타 지역 고교에 입학하는 중3 학생 수는 2020년 67명, 2021년 7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 철거예정 건물을 활용한 실전 위주 훈련 철거예정 건물을 활용한 실전 위주 훈련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