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 theorem)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 theorem)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4-07-18 16:07
  • 신문게재 2024-07-1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우리는 정확, 신속, 저렴, 친절을 서비스로 제공하지만 고객님은 이 중에서 3개만 서비스받을 수 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던 90년대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생활화되지 않아 라디오 등을 통해 음악을 즐겼는데, 그때 공부하면서 즐겨 듣던 FM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음악 그리고 신청자들로부터 사연이 있는 노래를 그 사연과 함께 들려주곤 했는데, 공감되어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연이 있다.

90년대 말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실직위기에 놓인 어느 회사원이 그날도 힘든 회사생활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어느 카센터를 지나게 됐는데, 그 카센터에 위 문구가 적혀있어 있어 궁금해 카센터 사장에 그 의미를 물었다고 한다. 사장의 대답은 이렇다. 손님들은 위 네 가지를 원하지만 신속, 정확하고 저렴하게 차 수리를 원하면 카센터에는 친절할 수가 없으며 신속, 정확, 친절한 서비스를 원하면 저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손님은 친절하고 저렴하고 정확하면서도 신속하게 수리해 주기를 원하겠지만 카센터 입장으로서는 4개의 서비스에서 어느 3개는 반드시 그 나머지와 상충돼 카센터에서 모두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보 활용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AI(인공지능)가 촉발해 선도하고 있는 지능정보화 사회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으며, 우리 생활 속에 활용되는 기술들은 급속하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AI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AI기술은 대표적으로 환자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관심 대상의 특징을 추출하거나 물체나 동물의 분류를 통해 인식하거나 또는 통계를 통해 주식이나 날씨 등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AI기술에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모든 것에 통용되고 완벽한 AI기술은 없다는 의미다. AI기술이 개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암을 진단하는 AI기술을 만들기 위해선 암환자와 정상인(대조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암환자와 정상인을 구분하도록 모델을 만들고(이를 'AI 모델을 학습시킨다' 라고 한다), 진단하고자 하는 대상의 데이터를 AI모델에 입력해 암환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AI모델의 결괏값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여러 시간 동안의 기상조건과 그에 따른 비, 맑은 흐름 등의 날씨의 상황을 가지고 기상조건을 대입하는 그 상황에서의 날씨를 예측하도록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개발된 AI모델에 기상조건을 입력시켜서 나오는 값으로 날씨를 예보한다. 즉, AI기술은 개발하고자 하는 환경과 그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가 많은 대상들을 정확하게 분류하거나 인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증가해 계산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정확하고 신속한 분류를 원할 때는 분류하고자 하는 대상에 한정돼 AI 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어 활용 분야가 적어지며 다른 분야에 대한 결과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하고 신속하면서도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AI기술의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공짜 점심은 없다' 이론(no free lunch theorem)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기술은 많은 분야에서 그 활용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정보를 수집하여 생성하고자 할 때 'Chat GPT'라는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활용하는 추세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AI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으며, 통계적 추론을 제시하기에 100% 신뢰도 금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의견과 주의다. 'ChatGPT' 등 AI가 사용되는 컴퓨터는 'garbage in, garbage out'이다. 즉 형편없는(쓰레기) 입력데이터에 대해선 형편없는 결과가 초래되기에, 효율적으로 AI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선 당연히 사용자의 지식과 이해가 절대적으로 그 결과의 효용성을 좌우하게 된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