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한 끼 6000원 인생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한 끼 6000원 인생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8-06 15:11
  • 신문게재 2024-08-07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른다는 천정부지라는 말이 실감 나는 시대다. 무엇보다도 외식비는 감당의 폭을 넘어서 시민들을 옥죄고 있다.

월 14만 원, 공무원들이 매월 받는 급식비, 소위 점심값이다. 이를 월 근무 일수로 바꾸면 한 끼 점심값은 6000원꼴로, 이는 매일 6000원 정도로 점심을 때워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때워야 한다'는 냉소적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것은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은 금액이기에 그렇다. 과연 6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매일….

궁금했고, 궁금함이 호기심으로 이어지면서 체험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3일간 6000원으로 점심식사를 해보자.' 사정상 한 달 내내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3일로 한정해서 하기로 했다.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독자분들도 궁금하시리라…. 자, 떠나보자.

쉽지 않았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냉면은 가능해 보이지 않아 지레 포기하고 만만해 보이는,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칼국수 가게로 가보았다. 헉, 먹을 수 없었다. 좌절감이 들었다. 포기할 수 없어 편의점으로 발길을 잡았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청년과 서민들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그나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기에 가보았다. 우선 삼각 김밥 둘, 컵라면 하나, 물 한 병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다행히 6000원에는 미치지 않았다. 그때 훈제 계란 2개 묶음이 눈에 꽂혔다. '그래, 영양을 생각하면 계란은 먹어야지.' 하지만, 2000원을 훨씬 넘었고, 낱개로는 팔지도 않았다. 순간 안타까움이 덮쳤다. 이렇게 편의점 앞 의자에서 첫 번째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한 끼 해결, 어떻게 할까? 자신이 없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구했고, 학교 앞 분식점이 저렴한 편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고민의 여지가 없기에 즉시 가보았다. 먼저 메뉴판 가격표에 눈길을 주었다. 다행이다. 비빔국수 6000원, 성공이다. 그 순간 눈길이 그 아래로 옮겨지면서 좋아하는 메뉴가 보였다. 열무국수였다. 그래 여름철엔 누가 뭐라고 해도 열무국수지…. 하지만 가격은 7000원, 조용히 단념하고 영문도 모르는 주인장에게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나름 맛있었다. 양이 좀 적어 곧 배가 꺼졌지만….

세 번째 한 끼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직원 한 분이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토종 햄버거 식당은 어쩌면 6000원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낭보…. 기대 반, 회의 반의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자동 주문 시스템이었다. 잠시 헤맨 끝에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가장 작은 햄버거로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치킨 패티, 감자튀김, 콜라로 구성된 점심 세트 메뉴였고, 다행히 6000원 코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든, 3일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는 안도감은 마침 불어온 습기 머금은 바람 한 점에 힘없이 날아가 버렸고 씁쓸함만이 그 자리를 메꿨다. 그리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고, 슬펐다. 이런 식사를 일 년, 아니 수십 년간 지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공무원도 소중한 국민이고, 사람이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사기 진작은 국가 발전의 초석이다. 이들이 사명감으로 직무에 충실할 때 국가 발전과 국민 권익 증진이 이뤄진다. 왜냐고? 이들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국가 기능 수행의 손과 발이기에 그렇다.

국가 예산 사정으로 본봉을 많이 올려 줄 수는 없어도 복지 차원의 급식비만이라도 현실화시켜야 한다. 공무원 월 정액급식비는 2005년에 13만 원이었다가 15년 뒤인 2020년에 겨우 1만 원이 인상돼 오늘날까지 14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19년간 겨우 1만 원 오른 것이다. 너무 하지 않은가, 아니 미안하지 않은가. 이래놓고 언제까지 우수한 인재가 공직에 지원하길 바라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라고 강요할 것인가?

예산 담당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하고 싶다. 제발 밥 한 끼만은 제대로 먹게 해 달라. 국민의 대표자라는 국회의원 그대들 한 끼 만찬값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 한 달 점심값보다 많아서야 되겠는가? 공무원이 왕조시대의 공노비는 아니지 않은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2.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5.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4.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5.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대전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목줄을 끊고 탈출해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사건에서 견주가 동물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됐다. 담장도 없는 열린 마당에 목줄만 채웠고, 탈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최소 6시간 지나서야 신고했다. 맹견사육을 유성구에 허가받고 실제로는 대덕구에서 사육됐는데, 허가 주소지와 실제 사육 장소가 다를 때 지자체의 맹견 안전점검에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