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딥페이크, AI시대의 그늘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딥페이크, AI시대의 그늘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09-02 17:19
  • 신문게재 2024-09-03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최근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전염병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엑스나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지인의 얼굴 사진을 도용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공유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대부분 중고교의 10대들이다. 특정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전국 각지의 중고교에서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대전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대전 지역 관련 피해 신고가 10여건에 이른다. 지난달 29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교육당국과 경찰을 통해 접수된 신고는 모두 12건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 30분께 대전 지역 여고생 A양이 딥페이크 영상물에 본인의 얼굴이 합성돼서 유포된 사실을 확인하고, 교육 당국과 경찰에 처음으로 신고한 이후 이틀 만이다. 심각한 것은 지역 초등학교 여학생 1명도 허위 영상물에 본인의 사진 등이 합성된 것을 보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흔히 '딥페이크'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예전에는 딥페이크 기술이 고난이도 기술로 일부 전문가만이 구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도 인공지능 앱에 접속하여 지인 사진 한 장으로 3분도 안되는 시간에 금방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접근성이 용이하다 보니 누구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 중학생 개발자가 발 빠르게 움직여 피해가 의심되는 지역이나 해당 학교가 표기된 지도를 만들었다. 이 '딥페이크 피해 지도'에 접속자가 300만명이 넘고, 등록된 학교도 5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정부와 야당도 '제2의 N번방 사태'라고 보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나는 이 정도면 특정인을 지목할 수 없는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엄마와 누나와 싸우고 나서 화김에 텔레그램 공유방에 사진을 올렸다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딥페이크 성적불법합성물이 그 방에 떠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AI시대의 그늘이 좀 더 빨리 드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AI기술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산업기반을 재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라는 허울뿐인 명목으로 이런 딥페이크 성범죄물의 범람을 방치하고 있는 텔레그램과 같은 SNS 커뮤니티도 그렇고, '가짜 몸을 가지고 뭘 대수롭다고 떠드냐'는 한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서 학생들의 성인지 부조화도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처벌만으로 이런 사태가 진정된다면 또 한고비를 넘기겠지만 나는 음지에서 자라는 이런 전염병은 정신 건강을 새롭게 정의하지 않으면 퇴치는 어렵다고 본다. AI시대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역으로 우리에게는 영성교육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술문명적인 삶이 주는 폐해를 인식하고 인간이 가진 영성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명상수련과 같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프로그램이 학교에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가 육체를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양자단위로 부면 인간은 누구나 서로 연결된 빛의 존재들이다. 서로에게 해악을 끼치며 나쁜 파장을 뿜어낼 이유가 없다. 처벌만이 아닌 정신 건강을 한 단계 높이는 범정부적인 노력으로 슬기로운 AI시대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3.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4.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5.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1.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2. 29일부터 대입 정시 모집…응시생 늘고 불수능에 경쟁 치열 예상
  3. '티라노사우루스 발견 120주년'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특별전
  4.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5. KAIST 비싼 데이터센터 GPU 대신 내 PC·모바일 GPU로 AI 서비스 '스펙엣지' 기술 개발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은 2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형식이 아닌 실질적 특별시 완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날 주재한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시) 관련 핵심 특례 확보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권·예산권·세수권 등 실질적 특례가 반드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법안이 가장 중요하다"며"형식적 특별시로는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충청권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방정부 모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 통합 흐름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준현 세종시당위원장(을구 국회의원)이 29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세종이 충청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호재"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상징성 약화'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새해 경영환경에 대한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본부장 박상언)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2%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3%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8.5%)보다 두 배가량 많아 내년 경영 여건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