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북의 대표 문화공간 <청송야송미술관>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경북의 대표 문화공간 <청송야송미술관>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9-15 13: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학창시절 산수화 지도 교수가 새로 오셨다. 야송 이원좌(野松 李元佐, 1939~2019) 화백이다. 평범한 외모와 달리 언행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강력한 요청에 수락했으나, 교수자리가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누구나 선호하던 자리다. 특이하게, 교수라는 것이 큰 명예도 아니고, 작품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논리였다. 경력이나 자리, 위치를 앞세우는 세태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면 된다. 덧붙이는 말이 더욱 놀라웠다. 소재를 얻기 위해 일주일동안 여행하고, 일주일동안 그려, 한 달에 두 작품만 하면 된다. 굳이 작품 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그림 애호가가 많다는 의미로 들렸다. 자존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말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해가 되었다. 여행 한다함은 사생한다는 의미였다. 사생이 뭐 그리 중요한가?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앎에 이른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벗 삼아 즐기고 자연을 그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자기 확장 행위이며,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평론 쓸 때 작가의 언행은 주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본인 스스로 밝힌 것이리라. "야송은 피상적인 관념성을 떠나 사실적인 진실만을 그린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알 수 없는 원근법을 쓰지 않으며, 기백이 없는 산을 그리지 않으며, 원류(源流)가 없는 물을 그리지 않으며, 출입이 없는 길을 그리지 않으며, 가지가 없는 나무는 그리지 않는다." 미술평론가 박명인의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지극히 하면 새로운 기법도 터득되고 만들어진다. 정선(鄭?)의 단선점준(短線點?)법은 우리 산수를 그리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야송 화백도 다르지 않았다. 어쩌다 학생들 앞에서 붓을 들 때면, 굉장한 속필을 보여주었다. 기암적벽을 그릴라 치면, 층층이 사각형 모양을 빠르게 그려 내렸다. 벽돌 쌓기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먹의 농담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무쌍한 기암괴석이 된다. 기본적인 준법에서 보지 못하던 기법이었다. 벽돌준법이라 부르면 어떨까? 성장지였던 청송 주왕산이나 봉화 청량산 일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스스로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수묵화 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접하는 책이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이다. 중국 청나라 초, 화가 왕개(王槪)·왕시(王蓍)·왕얼(王蘖) 3형제가 편찬한 화보(畵譜)이다. 필자는 1 ~ 5권을 함께 엮은 한글 번역본을 보고 익혔으나, 그림은 목판 그대로 복제된 것이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야송 화백은 수업시간에 종종, 청송 주왕산에 가면, <개자원화전>에 나오는 모든 형상이 다 있다고 주장했다.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던 것을 중년 이후 수차례 찾았다. 규모나 다양성, 아름다운 경관이 경이로웠다.

작가의 독창적인 화법은 전적으로 작가관에 기인한다. 속필도 작가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산수화는 그린다 하고, 사군자는 '친다'고 한다. 그리는 것은 기교, 친다는 것은 정신에 중점을 둔 표현이다. 야송은 산수화도 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공부하며, 스승의 화법을 닮아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도약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때부터 모방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련이 시작된다. 우리 미술의 전통을 살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에 노력함은 물론, 현대 수채화나 소묘 기법도 활용한다. 물론, 그가 자란 자연환경도 한 몫 했으리라.

야송의 남다른 스케일도 성장기에 함께했던 자연 경관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1979년으로 기억된다. 제3회 개인전 <야송연대산수화전>을 열었다. 필자는 늦은 군 입대로 전시장을 찾진 못했으나 준비과정은 바람결에 들었다. 응모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신뢰하지 않았던 듯하다. 당시 국전이 열리면, 덕수궁에 있던 '현대미술관'에 입상작이 전시 되었다. 수상작과 자신의 작품을 비교해달라는 듯, 국전 기간에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현대미술관 주변 6개 화랑에서 동시에 개최한 전시회다. 화집만도 당시로선 여타 작가가 상상하기 어려운 억대 양장본으로 제작한다 들었다. 관전에 대한 외로운 도전이기도 하지만, 그대담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독 대작을 많이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 미터는 얼굴도 못 내민다. 서울 정도 600주년(1994년) 기념으로 제작한 <청량대운도>는 대략 가로 46m 세로 6.7m이다. 상상 불허의 크기는 물론이고 전시할 장소가 없어 20년 넘게 수장고에 있었다. 그림 규모의 통으로 된 건물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2013년에야 고향 청송군에 <청량대운도>만을 전시할 공간이 만들어졌다. 학교 건물이라 가능했다. 경북 청송 신촌에 있던 신촌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청량대운도>전용 전시관과 야송 화백의 소장품이었던 한국화와 도예 350점, 국내외 유명 화가와 조각가 작품 50여 점, 미술관련 서적 1만여 점을 보관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재탄생되었다. <청송야송미술관>으로 2005년 4월 29일 개관하였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2. [교단만필] 다시, 우리 교실에 존중의 씨앗을 심으며
  3. 심장 스텐트 시술 중 심정지 온 제천시 장애인연합회장 끝내 숨져
  4. 박석연 유성구의원 ‘순환형 유성경제' 방안 모색 간담회
  5. 천수만 악취·부유물 ‘이상조류’가 원인… “담수호 방류로 미세조류 급증”
  1. 충남 숙원 '석탄화력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지역경제 회복 기대감↑
  2. 대한민국, 북극항로 개척 첫발… 22일 역사적 항해 나선다
  3. 학교가 감당하기 어려운 교권 침해, 전문 조사관이 교육현장으로…
  4. 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5. [사이언스칼럼] 지구의 체온을 잡는 치료제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고용률 지역별 격차 뚜렷…반도체 품은 음성군 높아

충청권 고용률 지역별 격차 뚜렷…반도체 품은 음성군 높아

충청권의 고용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지역별로는 산업 기반과 인구 구조에 따라 고용 사정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제조업이 자리 잡은 충북 음성·진천과 충남 천안·아산·당진 등은 높은 고용률을 기록한 반면, 일부 대도시와 비산업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을 보였다. 청년층 고용률에서도 지역별 격차가 두드러졌고, 농촌 지역에서는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높은 고용률을 뒷받침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시군구 주요고용지표'에 따르면 충북과..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공소청으로 바뀌는 대전검찰청… 출범 40여일 앞두고 정원·조직 여전히 ‘안갯속’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전공소청의 정원과 세부 조직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일선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할 검찰 인력도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공소청에 남아 근무할 인력과 구체적인 배치 역시 당분간 유동적인 상황이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법이 시행되는 10월 2일부터 현재 검찰 조직은 공소청 체제로 전환된다. 공소청법은 대법원에 대응하는 공소청을 두고 고등법원에는 광역공소청,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는 지방공소청을 각..

20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202027 수시 9월 7일 스타트… 지역대 신입생 10명 중 9명 뽑는다

202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9월 7일 시작되는 가운데 대전권 대학들의 '신입생 모시기'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전권 주요 4년제 대학 8곳은 수시에서 1만7400여 명을 선발한다. 비수도권 대학이 신입생 10명 중 9명을 수시로 뽑는 만큼 수시는 수험생의 진학과 지역대의 신입생 확보를 좌우하는 승부처다. 올해는 지역인재전형 모집인원이 늘고 의과대학에 지역의사선발전형이 도입됐다. 대학과 모집단위마다 학생부 반영방법과 수능최저학력기준, 면접·실기 일정도 다르다. 중도일보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입시 흐름과 대전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 ‘방독면 착용은 이렇게’ ‘방독면 착용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