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한강 작가와 한글의 위상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한강 작가와 한글의 위상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4-10-29 17:15
  • 신문게재 2024-10-3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다는 낭보를 접하면서 괜히 내 가슴이 뛰었다. 온 국민이 그러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우리 말로 발간된 소설이 번역을 통해 세상에 퍼지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력이 신장되었다는 증표로 받아들여지기에 가슴 뿌듯하다.

기실, 외국을 여행하면서 한글의 위력이 세상에 점점 퍼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5년쯤 전에 아내와 함께 독일 함부르크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이다. 호텔 로비에서 아내와 함께 커피 한 잔 하며 쉬고 있었는데, 화장실 가겠다던 아내가 30분이 지나서야 돌아오는 것이었다. 다소 짜증이 나서 '왜 이리 오래 걸렸는가?' 하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길에 독일인 여성을 만났는데, '한국에서 왔느냐?' 고 묻더니 독학으로 공부하며 한국 시집을 읽고 있는데,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더란다.



'이 단어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이 단어의 뜻은 무엇인지...' 하는 질문을 계속하기에 자신도 신이 나서 우리 글에 대해 한참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렇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짜증이 확 풀어진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20년 초에 인도 콜카타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만찬 중에 예쁘게 생긴 인도의 아르바이트 학생이 다가오더니 '한국에서 왔는가?' 하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놀라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 가보는 것이 꿈이어서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예뻤기에 명함을 주면서 '한국에 꼭 와라. 그리고 오면 나에게 연락해라.'라고 말했는데, 아직 연락은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느 유명 영어 강사는 영어 빨리 배우는 비결을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외국인을 길에서 보면 무조건 따라가면서 영어로 말을 걸라고 했다. 물론 4-50년 전 얘기이지만 영어를 배우려면 조금은 뻔뻔해야 한다고 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동안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경제대국이 되었고, 이제 문화 강국으로까지 발전했다. GNP 높다고 중국을 대국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G2 국가라고 올려 주기는 하지만 우리네 마음 속의 중국은 '천박'이라는 단어가 깔려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강좌를 한국어 강좌로 바꾼다는 소식도 들려 오고 있고, 베트남에서는 영어를 잘 하면 월급이 2배, 한국어 잘 하면 3배라는 얘기도 들었다.

K-팝을 비롯해서 K-시리즈가 붙은 수많은 상품, 아이템들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고,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더욱 실감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엄청난 경제적, 문화적 성공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하는 걱정이 생긴다. 지금이 정점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신문을 펴고 TV를 틀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얘기만 들린다. 정치권은 흔들리는 것 같고, 경제적으로는 천하의 삼성전자가 흔들린다는 불안한 소식이 들린다.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 부진으로 너무 힘든 사람들이 많고, 간신히 수출로 버티는 경제 규모도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경제 전문가도 많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 양극화 등등의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불안한 시기가 한두 해로 끝나지 않고 적어도 몇 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하니 이 시기를 버틸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IMF 경제 위기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한 나라이고, 그동안 어렵고 힘들고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시대가 한 번도 없었지만 모두 꿋꿋하게 이겨내고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이런 우리의 저력을 모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어렵고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갈 동력이 생기고 커나가기를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계홍 작가 '해인사를 폭격하라', 탄리문학상 대상 영예
  2.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3.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4.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5.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정관장, 대전 대덕구청서 사랑의 김장 나눔 전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대전시 배터리 커넥트 2025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