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월평공원 금 광산 광복 전 폐광, 폐석만 남아" 증언

"일제 월평공원 금 광산 광복 전 폐광, 폐석만 남아" 증언

광복 전에는 어른들이 광산 얼씬 못하게 단도리
처음 본 동굴광산에 폐석 잔뜩 작업장은 안 보여
"금광 있대서 누가 부자됐다는 말은 못 들었다"

  • 승인 2024-11-06 17:27
  • 수정 2024-11-06 17:31
  • 신문게재 2024-11-07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0964
대전 도솔산 월평공원에 바위가 일제강점기 금 재취 위해 절단되어 직각의 벽처럼 노출되어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도솔산 월평공원의 금 광산이 광복 전에 이미 폐광되었고, 광복 후 현장에 작업장 하나 보이지 않고 폐석만 남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6일 일제강점기 금 수탈 현장이었던 월평공원의 수직갱도와 동굴형 갱도에 대한 주민 설문 과정에서 광복 직후에 금광을 목격한 원로를 만날 수 있었다. 서구 정림동 명암마을에 거주하는 박남원(88) 옹은 중도일보와 만나 광복 전에는 채굴이 이뤄지는 쪽으로 얼씬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당부가 있었고, 광복 후 갔을 때는 폐석이 동굴 입구에 쌓여 있을 뿐 다른 시설물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옹은 "9살에 광복을 맞았는데 그때까지 어른들이 굴이 있는 광산 쪽으로 얼씬 못하게 해서 가본 적은 없었다"라며 "광복 직후 초등학교에 입학해 소풍으로 도솔산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동굴의 금광을 보았고 아무런 시설물 없이 잔돌들이 입구에 잔뜩 쌓여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1937년 정림동 명암마을에서 출생해, 지금의 호수공원 부지와 하천 부지로 바뀐 억새밭 자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등 줄곧 고향을 지켜왔다.

박 옹은 월평공원의 금광이 문을 닫은 때는 일제가 패망하기 전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당시 굴을 파고 돌을 운반하는 일에 동원됐을 근로자들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월평공원에 금광을 운영한 조선제련(주)이 1936년 준공한 장항제련소가 한때 조선총독부의 금 생산 독려에 힘입어 대전을 포함해 전국 10여 개 금 광산에서 광석을 가져다 금을 녹였으나, 산금정책이 백지화한 1943년부터 전국 금산이 폐광한 사실과 박 옹의 증언이 부합한다. 다만, 캐어낸 돌을 분쇄하는 작업장까지 이곳에서 운영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기억하면서 채굴한 돌을 어떻게 운반했을지는 짐작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을 앞에서 채굴 현장까지 이어져 월평동까지 관통하는 지금의 산책길은 광복 이후에 개설되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박 옹은 "동굴을 파서 금을 캐는 일은 이 주변 사람들이 동원되었을 테지만 자세하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없었다"라며 "마찬가지로 금 광산이 있다고 해서 누가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환자 목부위 침 시술 한의사, 환자 척수손상 금고형 선고
  3. 대전서 교통사고로 올해 54명 사망…전년대비 2배 증가 대책 추진
  4. 인천 연수구, ‘집회 현수막’ 단속 시행
  5. 인문정신 속의 정치와 리더십
  1. 대학 라이즈 사업 초광역 개편 가능성에 지역대학 기대·우려 공존
  2. 대전교육청 교육위 행감서도 전국 유일 교권보호전담변호사 부재 지적
  3. 당진읍성광장, 주민 손으로 활짝 펴다!
  4. "행정수도 세종 완성, 당에서 도와달라"
  5.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도, 보령에 2조원 투입해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 건립

충남 보령에 도내 3번째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 도는 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해당 센터를 통해 전력 절감,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동일 보령시장, 김용호 웅천에이아이캠퍼스 대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웅천에이아이캠퍼스(이하 캠퍼스)는 보령 웅천산업단지 내 10만 3109㎡의 부지에 AI 특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캠퍼스 측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고, 내년부터 2029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데이터..

대전시 국방·우주반도체 공급망 중심축 만든다
대전시 국방·우주반도체 공급망 중심축 만든다

K-방산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위한 국방·우주반도체 개발 및 제조 생태계 구축에 대전시와 산학연이 뭉쳤다. 대전시와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화시스템, 대전테크노파크는 18일 시청에서 '국방·우주반도체 국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 이광형 KAIST 총장, 방승찬 ETRI 원장,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김우연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국방·우주반도체 개발 및 제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협약 기관들은..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 성황리 마무리… '풋살 기량 뽐냈다'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1월 15~16일 이틀간 충남 청양공설운동장에는 선수들을 향한 환호와 응원으로 떠들썩했고, 전국에서 모인 풋살 동호인들은 신선한 가을 하늘 아래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중도일보와 청양군체육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고, 청양군과 청양군의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엔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과 가족, 지인, 연인 등 2500여 명이 참여해 대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