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사태' 대전현충원 참 군인은 말한다 "국민을 주인으로"

  • 사회/교육
  • 사건/사고

'12.3 계엄사태' 대전현충원 참 군인은 말한다 "국민을 주인으로"

7일 찾은 국립대전현충원 참 군인 묘역
1980년 광주 장갑차 출동 거부 이구호 준장
비상계엄 전국 확대 반대의견 안종훈 중장
군사반란 동조자 고소 윤흥기 소장 영면

  • 승인 2024-12-08 16:00
  • 신문게재 2024-12-09 5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1580
1980년 비상계엄 시대에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고 국민을 생각한 군인들의 묘역.  (사진=임병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군인들의 국회의사당 진입 그리고 시민들 거리집회까지 격동의 한 주를 보내는 동안 국립대전현충원은 오늘도 말없이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함부로 체포하고 정치와 언론, 자유를 억압한 비상계엄 시대를 산 참 군인들은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말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라고 말하고 있다.

7일 오후 찾아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대전현충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시민들의 거리집회가 개최돼 온 나라가 혼란한 것과 대조적으로 평소처럼 침묵의 세계가 펼쳐졌다. 1982년 첫 안장을 시작으로 지난 42년간 사병과 장교, 경찰, 애국지사, 사회공헌자까지 나라를 지키고 크게 봉사한 10만 명이 넘는 영령이 모셔졌다. 오랜 기간 숲은 우거지고 묘역은 잘 관리되면서 유가족만큼이나 일반 시민들이 마음과 몸을 가다듬기 위해 찾는 성지가 됐다.

이날 오후 2시쯤 찾은 대전현충원은 영하 2도의 찬바람 속에서도 현충원 가장 안쪽에 있는 장군1~2묘역까지 참배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었다. 중년의 한 부부는 장군1묘역을 걸으며 묘비에 새겨진 이름과 직책을 하나씩 입으로 읊었는데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군 장성들의 인터뷰가 잇달아 보도되며 역사를 돌아보려 찾아온 참배객으로 보였다.

기자가 찾은 장군1묘역 100개의 계단을 모두 오른 지점에서 이구호(1933~1999) 준장의 묘역을 만나게 된다. 1980년 광주 육군기갑학교 교장이면서 황영시 육군참모차장으로부터 전차를 동원해 광주 5·18시민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광주시민이 적군이 아닌데 어떻게 시민을 향해 발포하란 말이냐"고 지시를 정면 거부한 참 군인이다. 그는 전역 후 한국산업인력공단 대전직업훈련원장을 지냈다.



같은 장군1묘역에서 몇 걸음 옮겨 안종훈(1926~2002) 육군 중장의 묘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1980년 5·18 전날인 17일 전두환 신군부가 국회를 무력화하고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려 개최한 국방부의 전국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참석자 44명 중에 유일하게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며 계엄의 전국 확대에 제동을 걸었던 군인이다. 육해공군 주요 지휘관들이 대부분 계엄확대에 이견이 없다는 발언을 한 가운데, 안종훈 육군군수사령관은 국민의 합의에 의해 해야하는데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이날 지휘관 회의에서 결국 작성돤 서명은 결의안에 첨부되어 이날 밤 긴급 소집됐던 국무회의에도 제출돼 5월 17일 24시를 기해 비상계엄 선포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정치활동과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포고령 10호가 발효됐다.

보훈둘레길을 따라 15분쯤 걸어 닿는 장군2묘역에서 윤흥기(1933~2013) 육군 소장은 1993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1979년 12·12군사반란 동조자들을 고소함으로써 '역사바로세우기'의 계기를 제공한 22명의 고소인 중 한 명이다. 그가 고소장의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끝으로 장군2묘역 132호 묘비에서 장태완(1931~2010) 수도경비사령관을 만날 수 있다. 그는 12·12군사반란 때 신군부 세력에 맞섰고, 당시 육성기록을 확인해보면 "너희한테 선전포고다 인마! 난 죽기로 결심한 놈이야"라고 회유를 일축하고 반대로 일갈했다. 그의 묘비에는 "정의로운 군인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한 참 군인 편안하게 영면하소서"라고 기록되어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1기 신도시 재건축 '판 깔렸지만'…못 웃는 지방 노후계획도시
  2. 대통령실 인사수석에 천안 출신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원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두고 김태흠 지사-김선태 의원 '공방'
  4. 밀알복지관 가족힐링캠프 '함께라서 행보캠'
  5.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1. 축산업의 미래, 가축분뇨 문제 해결에 달렸다
  2. '빈집 강제철거 0건' 충남도, 법 개정에 빈집정비 속도 오를까
  3. 교정시설에서 동료 수형자 폭행 '실형'…기절시켜 깨우는 행위 반복
  4. 대전행복나눔무지개푸드마켓 1호점 공식 카카오톡 채널 개설
  5. [촘촘하고 행복한 충남형 늘봄교육] 학생에게 성장을, 학부모에겐 신뢰를… 저학년 맞춤형 늘봄

헤드라인 뉴스


교수들도 지역대 떠난다… 이공·자연계열 이탈 심화

교수들도 지역대 떠난다… 이공·자연계열 이탈 심화

최근 5년간 충청권 국립대학에서 타 대학·기관 등으로 이직한 교수 절반 이상이 이공·자연계열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해외로 떠나는 수도권 대학교수들이 늘면서 비수도권 대학교수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연쇄 이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 지역별 국가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우수교원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9일 국회 교육위 서지영 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전국 국립대 교수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5월) 충남대·충북대 등 전국 지방거점국립대 9곳에서 이직한 교수는 3..

`성 비위` 논란부터 줄탈당까지...조국혁신당 위기 극복할까
'성 비위' 논란부터 줄탈당까지...조국혁신당 위기 극복할까

창당 이후 '성 비위' 논란에서 촉발된 내부 갈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조국혁신당. 9월 11일 당무위원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될 조국 전 대표가 구원 투수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갑년 세종시당위원장과 강미정 전 대변인 등의 탈당에 이어 중앙당 지도부가 지난 7일 총사퇴했음에도, 당장 세종시당 등 당내 정비는 숙제로 남겨져 있다. 세종시당 전 운영위원들은 지난 8일 중앙당 윤리위원회의 최근 결정 2건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의 징계 청원 기각(사건번호 2025윤리16) △세종시당..

공중화장실에 남긴 흔적… 청소 관리자에겐 하루의 전쟁
공중화장실에 남긴 흔적… 청소 관리자에겐 하루의 전쟁

대전의 한 전통시장 공중화장실. 문을 열자 바닥에 흩어진 휴지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변기 칸은 이물질로 막혀 사용할 수 없었고, 비누통은 텅 비어 있었다. 휴지통이 없으니 누군가는 사용한 휴지를 변기 뒤편에 숨겨두고 갔다. 무심코 남긴 흔적은 청소 노동자에게는 전쟁 같은 하루를, 다른 이용자에게는 불쾌한 경험을 남긴다. 사회 전반의 시민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와 달리, 공중화장실만큼은 여전히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9일 중도일보는 대전의 한 전통시장과 천변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청소 관리자를 현장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