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몽선습의 저자 입암 민제인선생의 사상과 전통 가치의 현대적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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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몽선습의 저자 입암 민제인선생의 사상과 전통 가치의 현대적 활용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5-01-14 10:12
  • 신문게재 2025-01-15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16세기에 간행된 '동몽선습'의 저자 입암 민제인 선생의 사상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그의 철학적 통찰을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동몽선습은 요한 아모스 코메니우스의 세계도회보다 115년 먼저 출간된, 세계 최초의 아동 도서이다. 특히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이념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 정책과 실천으로 연결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이를 위해 현대 사회에서는 교육과 법, 사회제도 전반에서 인간의 권리와 책임, 그리고 상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입암 선생의 상호존중과 호혜적 관계에 대한 강조는 특히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현대 세계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적 조화를 이뤄야 하는 오늘날의 과제는 그의 철학에서 제시된 상호 협력과 책임의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원칙,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정책 등은 그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구현할 수 있는 분야이다. 효와 가족관계의 회복에 대한 입암의 통찰은 전통적 가족 중심의 가치가 약화된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는 단순히 전통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에 맞춘 세대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가족의 기능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 이러한 관점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하고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학문의 목적과 실천에 대한 입암의 강조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위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도덕적·실천적 향상을 위한 학문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는 현대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인문학 및 사회과학 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성찰하도록 만든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학문적 기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실현될 수 있다. 입암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교육은 개인의 잠재력을 도덕적 실천과 연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시민을 양성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입암 선생의 사상은 현대사회에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인간을 만물 중 가장 존귀한 존재로 보고, 그 존귀함의 근본은 인륜과 도덕적 실천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의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속에서도 상호존중과 협력을 통해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입암이 제시한 오륜의 도리는 사람 간의 관계를 호혜적으로 유지하며, 평등과 포용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



특히 효를 강조한 그의 철학은 세대 간 소통과 가족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윤리적 기반을 제시한다. 또 그는 학문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도덕적 실천을 통해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지식과 실천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대 교육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입암의 사상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며, 도덕과 윤리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의 철학은 과거를 돌아보며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강력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입암 선생의 사상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철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그의 사상을 단순히 과거의 지혜로 치부하기보다는, 현대적 요구에 부합하도록 재구성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을 모색할 수 있으며,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데 그의 사상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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