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붕식 교장선생님(대전 매봉초등학교 퇴직)을 만난 것도 그곳에서였다. 물론 전 교장선생님과는 특별히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었다. 그날 아침 버스에 승차하면서도 두리번거렸으니 말이다. 그건 다름 아닌 '칭찬' 때문이다.
정겹고 따스함이 담긴 칭찬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 '나를 돌보는 시간을 찾아서'(2023년 11월 15일 중도일보 온라인 게재)에 대해 "그 글은 기행문인데도 글을 참 잘 쓴다"고 하시면서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시는데 빈말이 아닌 진심이 느껴져서일까, 가슴 뭉클했다.
실은 그즈음 나는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 무엇을 해도 무의미한 것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지쳐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힘이 솟는 듯했다. 교장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시니 '내 글이 허접하지는 않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전 교장선생님은 선조부터 학문과 가깝게 지낸 집안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서예를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고, 증조부는 향교 전교였다고 한다. 조부와 아버지는 한학에 조회가 깊으셨고, 숙부는 교사였다. 전 교장선생 또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막연히 목장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카우보이가 너무 멋져 보여 푸른 벌판에 소들과 함께 말을 타며 낭만적인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꿈도 꾸었던 기억도 있다고 하니 본래 낭만적인 성향이 있었던 것 같다.
전 교장선생님은 '교사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하고, 학부모도 만족할 것이다'라는 신념으로 학교 경영을 하였다. 그래서 인지 근무했던 학교 교사들은 전 교장선생님을 무척 따르고 함께 근무하기를 원했다. 처음 변두리 학교에 발령받고 2년이 지나면 중심지 학교로 옮길 수 있는데 교사들이 함께 근무하기를 원해 변두리 학교에서 4년을 마치고 다른 학교로 갔다.
그때 교사들은 즐거웠던 추억을 앨범으로 만들어 선물했다. 또한 배구를 좋아하는 전 교장선생님에게 배구공 조각마다 교사들의 고맙고 그리운 마음을 촘촘히 적어 주었는데, 그 배구공을 받고 무척 감동했다고 한다.
다만, 교직 생활 중에 아쉬움이 있다면 점수에 연연했던 초임 교사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초년 교사 때는 학력을 중시하여 학교별 학년별 학급별로 시험 점수를 공개하곤 하였고, 심지어 학교 간 교사를 바꿔서 시험 감독을 하면서까지 평가해 우수학교 우수 교사를 뽑았을 때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인데 소홀히 하고, 아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못 해준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고 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인데…"라며 그 당시를 떠올렸다.
전 교장선생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여 '모범 공무원' 상도 받았고, 대전시 교육청 '한밭 교육' 대상도 받았다. 대전시 초등 교장회장을 하였고, 회장 때 전국의 초등 교장 5000명이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전국 연수회를 주관하기도 하였다. 교직 생활 중 가장 기뻤던 일은 '한밭 교육' 대상을 받았을 때라고 회상하며 그때가 마지막 교직 생활을 인정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퇴직 후에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즐겨 왔던 테니스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어 좋았고, 대학 동기들과 함께 산악회를 조직하여서 전국 명산과 대전 주변 산으로 등산하며 자연과 벗을 함이 좋았다. 어디 그뿐인가. 배구 동아리를 만들어 체육관에 모여 배구하는 즐거움 또한 크다고 했다. 또 몇몇 친구들과 구도리 협동 농장에서 각종 채소 등 먹거리를 손수 가꾸어 유기농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기쁨도 크다고 했다.
전 교장선생님은 지난 5년 6개월 동안은 소비자 상담관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많은 소비자의 피해를 상담해 주고 예방 교육을 하였다. 2025년 올해부터는 대전시 동구 행복한 동행 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되어 기대가 크며,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흐뭇해했다.
또한 희망찾기 '숲속의 오감여행'에서 많은 사람들과 동행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문득, 전 교장선생님의 지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진취적인 성품으로 매사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또한 너무나 모범적이다. 바른 자세에서 바른말도 나오는 것 같다.
내게는 특별히 전 교장선생님의 지나가는 듯한 '칭찬의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생각만 해도 긍정에너지가 뿜뿜 솟구쳤다. 부디 자주 뵙기를 바란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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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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