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러 가는데도"...손실보상제 허점에 위축되는 소방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사람 살리러 가는데도"...손실보상제 허점에 위축되는 소방

지자체 별로 손실보상예산 편성 제각각…대전은 광주보다 적어

  • 승인 2025-02-25 18:21
  • 수정 2025-02-25 18:44
  • 신문게재 2025-02-26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225180955
사진=중도일보 DB
최근 인명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에 건물 수리비를 배상해 달라 요구한 사례가 논란이 일면서, 소방의 적극적인 인명구조 활동을 위해 손실보상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방활동 중 발생한 물적 파손에 대해 지자체가 대신 손실을 보상해주는 제도지만, 법적 한계가 있을 뿐더러 대전시의 경우 제도에 따른 예산 책정액이 타 지자체보다도 적기 때문이다.

25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대전 지역 소방활동 중 물적 파손(토지, 물건, 차량, 건물, 문, 도어락 등)으로 인한 손실보상 건수는 12건이며, 보상금액은 약 810만 원이다. 모두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에 출동한 소방이 위험 상황에서 출입문·방범창·상점 셔터를 강제개방하거나, 소방차가 출동하던 중 사유지의 맨홀, 지하수 덮개·우수관 등을 파손해 보상한 경우였다.

손실보상제도는 소방기본법 49조에 따른 것으로 소방의 적극적인 인명구조 독려와 수리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다. 적법한 행위에서 물적 파손이 발생했을 경우 지자체가 책정한 예산 내에서 소유자에 파손에 대한 손실보상이 이뤄진다. 보상금액이 100만 원 이상일 경우 손해사정사 등이 포함된 손실보상위원회가 열려 적절성을 검토한다. 100만 원 미만일 경우에도 소방본부 내에서 손실 보상 규정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빌라 인명 수색 과정 중 출입문을 강제개방해 주민들이 물적 피해에 대한 800만 원 배상액을 요청하면서 손실보상제도가 알려졌지만,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도가 있어도 인명 구조 과정에서 여전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연립주택이나 빌라는 세대주가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현재 소방법상 불이 난 대상물 손실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손실보상위 심의 과정에서 화재가 난 건물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한계도 존재한다.

손실보상예산 책정도 지자체별로 이뤄져 재정 상황에 따라 삭감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전은 손실보상제도에 따른 예산이 한 해 500만 원에 불과하다. 본래 1000만 원을 책정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삭감한 상태다. 이는 논란이 일었던 광주(1000만 원)보다도 적은 예산이다.

대전 지역 A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 실내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어 문이나 창문을 강제개방하는 일이 잦지만, 요즘에는 도어락 등 현관문 수리비만 해도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이 든다"라며 "시에서 마련한 손실보상 예산도 적다 보니 많은 대원이 출동할 때마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소방은 국가직인데, 손실보상예산을 지자체에서 편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재문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대전위원장은 "하물며 고층건물의 고드름 제거조치도 소방에서 자주 나가는데, 밑에 차량이 있다면 얼음 조각이 떨어졌을 때 수리비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소방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시에서 손실 보상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