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아름다운 문화, 허물을 바로잡는 것부터

  • 오피니언
  • 문예공론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아름다운 문화, 허물을 바로잡는 것부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3-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젊어서 20여 년간 컴퓨터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운영했다. 업무 처리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먼저 요구사항을 검토분석하고 설계하여 처리방법과 순서에 맞도록 모듈을 작성하여 연계하는 일이다. 아름다움, 사용자 편의성, 보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 간단히 말했지만 대단히 복잡하고 지난한 일이다. 매사 숙고해야 한다. 과정마다 치밀하고 섬세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초기 단계인 검토분석, 설계는 더욱더 중요하다. 미진하면 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심각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빨리 시작한다고 결코 빠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단히 귀찮은 일이다보니 소홀하거나 등한시한다.

물론 삶에 적용하지 못하고 일반화 하지 못해서 그렇지, 수학하는 과정에서 다 배운 것이다. 그림 그리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먼저 깊은 성찰을 통한 표현의도와 진지한 외면 탐구가 있어야 한다. 형상화하는 밑그림, 그에 따른 도구와 재료가 있어야 한다. 적절한 기법도 필요하다. 상상의 대상이 표현되기도 하고, 사생 내용이 그려지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만들고 심상을 담기도 한다. 형상이 흐트러지거나 왜곡, 사라지기도 한다. 무의식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보는 사람의 심상이 고려되기도 한다. 어느 것이든 근본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체험한 다른 예술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생은 어떤가? 태어나서 스스로 인생을 분석해 본 사람이 있을까? 설계는 하였나? 부합하는 노력은 있었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십여 세 지나면서 간간히 꿈이라는 것을 가져보았지만, 구체화 하지 않았다. 그저 뜬 구름 같은 꿈으로 지나친 것이다. 치밀한 분석이나 설계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 타당한 노력이 있었겠는가? 태어나자마자 온갖 지혜를 갖게 해주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느님이 설계를 잘 못한 탓일까? 살면서 깨우치라고 그렇게 만든 것일까?

더 심각한 문제는 깨달아도 쉽사리 고치지 않는 것이다. 자주 인용하는 문구, 《논어》<위령공편> 에 나오는 공자 말씀 그대로다. "허물(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허물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특히 정치문화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막말, 공동선의 논리는 없고 진영논리, 정권창출논리 뿐이다. 비전이나 정책논의는 없고 공격과 비난으로 점철돼있다. 그에 놀아나는 언론, 사회 각종 갈등구조 등은 더 큰 문제이다. 나쁜 문화 아닌가? 문제 해결 방안이 제도개선에도 있겠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국민이 주도하는 건전한 신문화 창달이다. 아닌 것은 과감히 버리고 가다듬자.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는 "문화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이후 정의나 구성요소가 더욱 확대되었다. 습관화된 행동, 관념, 논리 구조 등이 총체적으로 신문화 창조에 기여하지만, 사람이 문화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의식하지 못한 채 기존 문화에 물든다. 지역에 따라 문화가 다른 이유다. 내용이 형식이나 방법을 만들기도 하고, 형식이나 방법이 내용을 지배하기도 하는 것이다. 명약관화한 일 아닌가? 한 사람 한 사람 바른 생각과 행동이 있으면 좋은 문화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예'의 문화이다. 거짓을 포함한 정치인의 막말에 신물이 나기 때문이다.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귀한 것이다. 사회 질서유지의 규범이요, 행동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상호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로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도덕적 규범, 문화로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동체,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분별과 질서를 갖게 한다. 상호 정당성과 적합성도 준다.

누구나 아름다운 문화 속에 살고 싶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논어》<안연편>을 보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자신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행하는 것이니, 하루 몸을 이겨서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올 것이다.(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자신이 먼저 예를 갖추면 사랑이요, 그것이 곧 사랑의 문화가 된다는 의미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행동 지침을 전한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3.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4.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5.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1.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2.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3.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4. '세종교육 대토론회' 정책 아이디어 183개 제안
  5. ‘몸짱을 위해’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