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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
고객응대 근로자는 업무 특성상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피해에 노출되기 쉽다. 이로 인한 고객응대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 역시 고객응대 근로자 중 한 명으로, 매일 아침 "오늘 하루도 큰 소리 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며 출근길에 오른다.
아무리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정확히 일을 처리하더라도 민원인의 불만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대부분은 바로 납득하지 못하고 불만을 표한다. 규정 위반이나 제출기한 초과 등 여러 이유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에 대한 항의와 비난은 모두 담당자의 몫이 된다.
사람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풀리지 않거나 불편한 상황에 놓이면,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으로 스스로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상황을 내가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직원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렇다", "저 담당자의 불친절과 태도가 나를 화나고 짜증나게 한다"는 말이 대표적인 외부귀인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담당자는 관련 규정을 설명하는 데 급급하다. 규정을 강조하거나 반복적으로 말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결국 담당자와 민원인 모두 서로의 주장만 반복하게 되어 갈등이 커지고 해결은 멀어진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존중'이다. 규정만 앞세워 대화를 막기보다는 상대방의 속상한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공감하며 일단 기다리는 자세가 갈등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존중받았다고 느낄 때, 문제 해결에 보다 협조하려는 자세를 보이게 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전제된 후,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령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 하더라도 상대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만으로도 상황은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필자도 고객의 입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병원에서 세 시간 넘게 기다려 진료를 받았다. 직원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봐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 마냥 기다리게 되자 짜증이 치밀었다. 조금 언성을 높였더니 직원은 바로 '기다리시느라 힘드시고 속상하셨지요. 죄송합니다'라며 내 감정을 먼저 공감해 주었다. 그 말에 마음이 가라앉았고 이후엔 태도를 바꾸어 상황을 함께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그러자 직원도 다시 한번 미안함을 전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작은 말투의 차이, 태도의 전환이 상대방의 반응을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
내 앞에 있는 직원은 고의로 나를 힘들게 하려는 가해자가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감정을 자제하고 공격적 태도보다는 협력적인 태도로 접근할 때 더 나은 해결이 가능하다.
사람은 결국 논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인다. 갈등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 가족을 대하듯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 중심의 건강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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