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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윤 교수 |
댐 같은 인프라가 서해안 독성 물질의 생물 축적 양상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포스텍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광 박사 연구팀이 30여 년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환경과학 저널인 '환경오염'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30년간의 해양 생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조개 등 패류의 수은은 96% 감소했지만 물고기의 수은은 오히려 106% 증가했다. 하구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일반 수은은 74% 줄어든 반면 독성이 훨씬 더 강하고 몸속에 쉽게 쌓이는 '메틸수은'은 무려 536%나 증가했다.
추가로 수은의 '지문'과도 같은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수은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댐 건설 이전에는 주로 강을 통해 산업단지나 육지에서 흘러온 수은이 하구로 유입됐다. 하지만 댐이 세워진 뒤 강의 흐름이 막히면서 하구로 들어오는 수은의 양이 줄어들고 대신 비나 대기 중 먼지에 섞인 수은이 주요 공급원이 됐다.
문제는 '하늘에서 내린 수은'이 더 쉽게 메틸수은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바다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 미생물들이 일반 수은을 메틸수은으로 바꿨다. 그 결과, 하구 퇴적물 속 메틸수은 농도가 5배 이상 늘어났고 먹이사슬을 타고 물고기 내에 쌓인 것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오염 물질의 총량만 측정해서는 그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겉으로 보이는 수은의 총량은 줄었지만 독성이 훨씬 강한 메틸수은의 양은 오히려 증가했다.
권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오염의 양뿐 아니라 그 오염이 생물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나 수질 관리 정책에서도 이와 같은 미세한 생지화학적 변화까지 고려하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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