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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그러나 접수함은 비어 있고, 누리집의 공고는 마치 벽에 붙은 그림엽서 같다.
의회는 듣겠다고 말하지만, 듣는 법을 잊었고, 주민은 말하라고 하지만, 말할 용도를 모른다.
행정사무감사는 1년 치 행정과 예산을 되짚는 기회다.
하지만 많은 시군의회는 이 '기회'를 피하고, 행정은 이 '기회'를 무시한다.
의원들의 질문은 대본처럼 낭독되고, 행정의 답변은 인쇄된 자료에 묻힌다.
보고는 있지만, 추궁은 없다.
감사는 있지만, 감시는 없다.
회의는 열렸지만, 책임은 닫혀 있다.
감시란 본디 권력을 경계하는 시민의 눈이다.
조선의 암행어사는 이름 없이, 프랑스의 회계위원회는 민중의 이름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지방자치 30년, 감시의 칼날은 점차 무뎌져 회의록 속 문장으로만 남는다.
철학자 칸트는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악의 시작이다."
지금 시군의회는 생각을 멈췄고, 행정은 그 침묵을 환대한다.
이들은 서로를 적당히 덮어주는 '공존의 기술'을 터득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차피 해도 안 바뀐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 줄의 숫자를 끝까지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 예산이 복지로, 인도로, 아이들의 급식으로 닿는다.
다시, 묻는다.
군민의 뜻이 인쇄된 그 서류를, 진심으로 읽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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