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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본부 기자 |
필자가 초등 학교를 다녔을 무렵에 나온 박 대통령의 혁명공약은 그 의미를 모르고 외운다는 게 힘든 일이었지만 당시의 학생들에게는 암송을 해야 했던 필수과제로 머리가 좋고 나쁨을 가리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이후, 그가 대한민국 제5대 대통령으로 전격 취임을 하면서 우리 사회는 일대 변혁기를 맞이하게 됐으며 민초들의 삶 또한 크게 달라 지게 됐다.
혁명공약 제1호가 명시하고 있듯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방공·방첩'의 구호들이 큰 표지판에 새겨져 전국 방방 곳곳의 교통요지에 내걸렸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 구호가 대형표지판에 새겨져 내 걸렸던 탓에 당시의 사람들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안보의식을 굳건히 하는 초석이 됐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인격과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의 당시의 청소년에게 있어서는 박 대통령의 혁명공약 제1호가 반공사상을 다지는 이념(Ideologie)이 된 셈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나라의 자립기반을 다지기 위해 5개년씩에 달하는 경제개발계획과 새마을사업 등을 국정과제에 담아 한 치 오차 없이 펼쳐 실행해 나갔다.
이러한 국책사업들이 본격화되고 가시적 성과를 이루면서 당시 먹을 게 없어 기아선상에 허덕여야 했던 국민들은 꿈에나 그리던 흰 쌀밥을 지어먹게 됐다.
이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뛰어난 통일 볍씨가 도입된 덕분이다. 통일벼가 생산되고 수확한 쌀로 흰쌀밥을 짓게 되면서 국민들이 굶주렸던 배를 채울 수가 있었으니 가히 민초들에게는 '태평성대'요 박 대통령에게 대해서는 '만세'였다.
다시 말해 박 대통령에 대한 신드롬은 피죽도 마음껏 먹을 수가 없는 빈곤의 시절에 흰쌀밥을 먹여줬으니 당시 세대들에게는 박 대통령이 영웅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오늘날 나이 든 국민들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개도국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생가는 경북 구미에 있다.
그래서일까. 이념도 사상도 다른 정치인들이 매 선거 때가 되면 표몰이를 위해 구미에 찾아오고 싫던 좋던 박 대통령의 생가를 찾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구미에 도착해 구미역 광장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며 유세연설을 했지만 그는 박 대통령의 생가를 찾질 않았다.
이날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유세연설을 시작해 구미시민 절대다수로부터 원성을 사야만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으로 집권해 민주적인 소양을 갖추고 ▲인권탄압과 불법적·위헌적 장기집권을 안 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했다면 모두가 그를 칭송하지 않았겠나?"라며 성토성 발언을 이었다.
특히 그는 "좌측이든 우측이든 파랑이든 빨강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뭔 상관있나"라며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이 정책이면 어떠하냐? 필요하면 쓰는 거고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이면 버리는 것"이라고 막말을 내 쏟았다.
또한 그는 "진영과 이념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그것이 국민의 삶만큼 대한민국의 운명만큼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구미지역 시민 다수는 피가 역류하는 불쾌감을 삭혀야 했다. 이재명의 고향은 안동이고 필자의 고향은 김천이다. 우린 같은 광역권에서 출생을 했고 선친들부터 박 대통령의 흰쌀밥으로 배를 채웠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와 필자의 가치관은 100원짜리 동전의 양면처럼이나 달랐다. 이 후보는 동전의 이면에 새겨진 가치지향 적 수치만을 보았을지 모르지 만 필자는 동전의 이면에 인물, 왜구로부터 나라와 민족을 지켜내기 위해 백의종군을 자처했던 이순신 장군의 참모습을 보았던 게다.
이는 곧 사상과 이념의 극 차로 읽혀 지는 대목이며 이 후보와 내가 가진 Ideologie의 양면성이다.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민심을 외면한 채 막말을 하는 게 아니다. 고인이 된 박정희 대통령의 '그때 그 시절'은 이미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 후보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한 시대의 역사를 속절없이 비판할 게 아니라 진정한 지도자가 되겠다면 작금 이 나라의 현실에 비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참뜻을 유념했으면 어떻겠느냐"라는 것이다.
구미=김시훈 기자 sili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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