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차기부, 돈 돌리기의 그림자

  • 전국
  • 부산/영남

[기자수첩]교차기부, 돈 돌리기의 그림자

  • 승인 2025-05-20 14:32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경남의 봄날, 군청 앞마다 현수막이 펄럭인다.

창녕과 밀양이 1500만 원씩, 합천과 거창이 1400만 원씩 서로 주고받는 '교차기부' 행사가 한창이다.

벌써 3년째다.

이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훈훈하다.



지자체와 농협이 손잡고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는 모습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네 지갑에 넣고, 네 지갑에서 비슷한 돈을 꺼내 내게 주는 이 의식이 진정한 기부일까?

고향사랑기부제의 본래 취지는 도시에 살면서 재정이 어려운 고향을 돕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접 지자체끼리, 심지어 같은 시군 내 부서끼리 돈을 돌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돈 돌리기가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A기관이 B기관에 기부하고 세금 혜택을 받으면, B기관도 A기관에 기부해 똑같은 혜택을 누린다.

결국 순수한 기부금 증가는 없는데, 통계 수치만 부풀려진다.

마치 물 한 바가지를 두 양동이 사이에서 왔다 갔다 옮기면서 물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차기부가 늘수록 공무원들은 서류 작업에 시간을 뺏기고, 실질적인 외부 기부 유치 노력은 줄어든다.

더구나 이런 교차기부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초기에 제도를 알리는 마중물 역할은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외부 민간기부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진정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은 지역 밖에서 물줄기가 흘러들어올 때 이루어진다.

수치 늘리기에 혈안이 된 교차기부보다, 지역 특산품의 매력을 높이고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통계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허울뿐인 기부 액수가 아닌, 진정한 지방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천안시, 11월 '단풍' 주제로 모바일 스탬프투어 운영
  3. 남서울대, '제5회 국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4. 천안법원, 교통사고 후 허위 진술로 범인도피 도모한 연인에게 '철퇴'
  5.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1.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2. 천안법원, 투자자 기망한 60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자 '징역 2년 8월'
  3. 한기대 '신기술.첨단산업분야 인재양성 콘퍼런스' 개최
  4. 천안시, 지역사회치매협의체 회의 개최
  5. 순천향대천안병원, 충남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포지엄 성료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