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리더가 먼저 근심을, 국민은 즐거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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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리더가 먼저 근심을, 국민은 즐거움을

최종인(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TEC 디렉터)

  • 승인 2025-05-25 11:53
  • 신문게재 2025-05-26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최종인(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TEC 디렉터)
리더가 뛰어난 인재를 모셔오는 것을 표현하는 한자성어로는 그 유명한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있다. 이는 유비가 제갈공명의 오두막을 세 번 찾아가 인재를 모셔온 이야기를 뜻하며, 인재 영입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삼고초려의 의미 속에는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활용의 중요성도 지적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를 발굴, 활용하는 것은 모든 국가나 조직의 희망이다. 조금은 다른 느낌의 용어 두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양금택목(良禽擇木)이다. 좋은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짓는다는 뜻으로, 뛰어난 인재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을 가려서 함께 일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구미속초(狗尾續貂)로 이는 쇠나 새끼줄로 밍크의 꼬리를 연결하는 비유로, 인재가 아닌 부적절한 사람을 등용하는 것을 비유한 말로 인재선발의 안목을 보면, 그 리더를 잘 평가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리더와 팔로어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리더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중용하고 일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리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모시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편안사람을 택하는 경우가 많을까? 또한 우수한 사람을 등용하고도 주위의 반대로 원하는 결과를 낳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리더의 위치가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일본 3대 정원에는 세 도시, 가나자와 겐로쿠엔, 오카야마 고라쿠엔, 미토 가이라쿠엔을 꼽는다. 모두 에도시대(1603-1868)의 영주(다이묘)의 정원이다. 이중 오카야마(岡山)시를 방문하니 '고라쿠엔'의 원래 이름은 성 뒤에 있다고 해서, 후원(後園)이었고, 나중에 한 글자가 추가되어 후락원(後樂園, 고라쿠엔)으로 바뀜과 그 의미가 깊음을 깨닫게 된다. "근심을 먼저하고 나중에 즐거움을 누린다"라는 정신 하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는 오늘날의 우리 리더 모두에게도 해당하지 않을까? 리더가 먼저 근심을 하여 준비를 잘하면, 나머지 국민이 즐거움을 먼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원을 보면 이해가 더 깊다. 북송(北宋) 때의 혁신적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989~1052)이 지은 악양루기에 나오는 말이다. 악양루(岳陽樓)는 중국 호남성 동정호에 있는데, 당나라 때부터 웅대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악양루를 고칠 때 범중엄은 옛날의 인자(仁者)들은 '그렇다면 어느 때에 즐거워하는가' 틀림없이 천하가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하고 천하가 즐기고 나면 나중에 즐긴다에서 비롯되었다. 천하(天下)는 만백성을 의미하기에 '선우후락'(先憂後樂)은 백성들이 근심할 것을 미리 근심하여 해결한 연후에, 백성들이 모두 편안히 즐기고 난 후에야 비로소 리더 스스로 즐긴다는 뜻이니 나라와 지역, 기업 리더들의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이 아닐까? 그런데 만일 자신이 먼저 즐김으로써 후에 근심을 주는 상황이라면 이는 최악일 것이다. 한편 리더의 고민과 근심의 크기가 큰 만큼 리더에 대한 관용도 필요할 것이다.

역사에서 우리는 위대한 만남을 경험한 바 있다. 류성룡과 이순신의 만남은 당파와 이해관계를 초월해 협력하며 국가를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종대왕은 과학자 장영실을 발탁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측우기, 자격루 등 다양한 과학기구를 발명해 조선의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앞서 삼고초려에서 살핀 유비는 조조와 손권 사이에서 세력을 확장할 전략이 필요했으나, 뚜렷한 돌파구가 없었다. 제갈량은 유비를 위해 '천하삼분지계'라는 대전략을 제시했고 실제로 익주를 점령하고 촉한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유비도 221년 촉나라 황제에 오르면서 제갈공명의 간언을 무시하고 오나라와 대규모 전쟁을 감행, 이릉전투에서 대패(223년),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이 오만했음을 고백한다. 대한민국과 지역의 미래도 리더에게 달려있다. 노자가 본 최상의 리더로 언급한 '유지(有之)의 리더', 리더가 있지만 그의 무게를 못 느끼게 하여, 부하가 해냈다고 느끼게 하는 리더, 그리고 '선우후락'의 지도자를 기다리며 소망해본다. /최종인(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TEC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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