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양귀비 축제 성료<제공=하동군> |
'제11회 하동 북천 꽃양귀비 축제'가 지난 25일 막을 내리며, 약 5만 8천 명의 발걸음이 북천 들판을 수놓았다.
꽃은 한 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축제 기간 내내 붉고 단정하게, 햇빛을 머금은 양귀비가 들판을 메웠고, 관람객의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1000원 입장료가 아니라 1만 원이어도 아깝지 않다"는 반응은 과장이 아니었다.
꽃만 있었던 게 아니다.
연인을 위한 포토존, 가족을 위한 쉼터, 아이를 위한 놀이공간까지.
꽃길 위에 설치된 아치형 터널은 마치 누군가의 웨딩드레스를 환영하듯 펼쳐져, 그 아래선 웃음이 꽃보다 먼저 피어났다.
주무대에서는 매일 '어울림한마당'이 열렸다.
누구나 올라 즐기는 노래자랑과 퀴즈, 그리고 '양귀비 노래방'은 이름만으로도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가장 큰 소리는 아이들 웃음소리였고, 가장 많은 박수는 부모가 자녀에게 보냈다.
구 북천역과 양보역 사이, 폐선 구간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였다.
꽃바다를 가르며 바람을 품은 그 체험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봄을 한 조각씩 품어가는 여정이었다.
4100명 탑승객이 그 여정에 동행했다.
문태수 축제위원장은 "작년의 아쉬움을 지도로 삼아, 올해는 꽃의 절정과 함께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축제는 철저히 계산된 자연과 감성의 교차점이었다.
올해 북천은 꽃을 보여준 게 아니라, 꽃 속에 우리를 초대했다.
관람이 아니라 동행이었고, 추억이 아니라 약속이었다.
내년 봄에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분명하다.
카메라를 든 사람보다, 웃음을 잊은 사람이 더 드물었던 이곳.
꽃은 시들겠지만, 그 기억은 아마 내년 양귀비가 다시 필 때까지 북천 어딘가에서 피어 있을 것이다.
봄은 지나가도, 봄을 기억하게 만든 북천은 여전히 '지금'이다.
그곳엔 여전히, 누군가의 인생샷이 기다리고 있다.
하동=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